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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앱 97%가 소비자 울리는 ‘다크패턴’? 공격적인 마케팅 VS 눈속임수 논란

자료화면. 캡쳐
자료화면. 캡쳐

정부에서 온라인 서비스 기업 대상으로 이른바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멤버십 인상 동의나 상품구매, 광고에서 국내 앱의 97%에서 다크패턴이 보일 정도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모바일과 웹 인터페이스(화면 설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마케팅 기법이나 주요 시민단체의 후원신청서도 '다크패턴'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만큼 다크패턴의 범위를 광범위해 "정상적인 마케팅도 다크패턴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학계와 기업들의 견해가 맞붙고 있다.

◇'재고 소진 임박' '오늘만 이 가격' 문구도 문제? 다크패턴 범위 논란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다크패턴 행태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와 벅스, 스포티파이에 이어 네이버나 마켓컬리 등 기업들이 운영하는 멤버십이 소비자의 중도해지를 방해하는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인상 과정에서 속임수가 있다는 혐의로 최근 조사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지정하고, 소비자 동의없는 기습적인 '숨은 갱신'(동의없는 유료 전환 등)이나 '잘못된 계층구조'(소비자에게 불리한 선택행위)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다크패턴 규제는 지난해와 올해 공정위의 중점 업무계획 중 하나로 뽑혔다.
아직 학계는 다크패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업계에선 "소비자의 실수를 유도하거나 은밀하게 원치 않은 지출을 유발하는 상술"로 설계한 인터페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편취형·오도형·방해형·압박형 등 4개 유형으로 다크패턴으로 분류한다. 평소 1만원에 팔다가 할인 기간에 원래 가격이 3만원인 것처럼 표시하거나, '가짜 후기'와 '허위 매물' '뒷광고' 등이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동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치 않은 지출을 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는 다크패턴의 범주를 정부가 확대해 일반적인 마케팅도 눈속임으로 몰아붙인다고 항변한다. 예를 들어 '재고 소진 임박' 같은 흔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마케팅도 공정위는 '다크패턴'으로 보고 있다. '오늘만 이 가격' 또는 '2시간 30분 이후 마감' 같은 마케팅 문구 기법들도 '압박형' 다크패턴에 속한다. 경쟁이 치열해 단돈 10원을 싸게 팔아야 하는 인터넷 쇼핑몰들의 흔한 마케팅 기법도 '눈속임' 내지 소비자를 울리는 상술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원은 국내 100대 전자상거래 앱 가운데 97곳에서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엔 국내 온라인 쇼핑몰 38개에서 다크패턴 수가 총 429개로 평균 5.6개의 다크패턴 유형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후원신청서도 포함되나..학계 "정상적인 마케팅과 다크패턴 구분 필요"

다크패턴에 대한 규정이 광범위하다 보니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령 TV홈쇼핑이나 재고를 처분하는 쇼핑 아울렛에서도 제품을 팔 때 '재고 임박' '품절 임박' 같은 문구를 쓰는데 왜 온라인만 규제하냐"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 기부금을 받는 기관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는 '정기 후원'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정기후원 기본 금액을 '2만원'에 설정했다. 최소 기부금액은 1만원이다. 이는 정위의 '특정옵션 사전선택'(더 비싼 상품선택을 디폴트로 설정)이라는 다크패턴 기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부 방송사도 '시청 자동결제 이용권'을 팔면서 단건이 아니라 '정기-자동결제'를 기본으로 세팅해 보여준다. 마케팅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 기준대로라면 모든 웹사이트와 앱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요구하는 마케팅 기법은 모두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은 오는 8월부터 요금을 올리는 와우 멤버십 동의 문구를 팝업창이나 이메일, 고객 공지 등 최소 3회 이상 동의를 받고 있다. '8월 00부터 요금 변경'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동의를 받고 있지만 공정위가 다크패턴 혐의로 조사하는 중이다.
학계에서는 다크패턴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기에 따라 정상적인 업계 마케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가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위축시킬 위험도 다분하다는 의견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급한 다크패턴 규제의 도입은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기업의 혁신 유인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다크패턴과 공격적인 마케팅 기법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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