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소비 지침서

지구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지구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필요한 것은 빠르게 사고, 필요 없는 것은 쉽게 버리는 동안 수많은 쓰레기가 배출됩니다. 그것들은 지구의 바다와 땅을 오염시키며 동물들을 죽입니다. 심지어 아주 미세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사람의 몸까지 위협합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무엇부터 실천하면 좋을까요? 처음에는 에코백, 장바구니, 텀블러 사용하기와 분리배출 꼼꼼히 하기, 고기는 줄이고 채소를 더 먹기, 샤워 시간 줄이기, 전원 코드 잘 뽑기처럼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것들로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작은 실천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우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일상 속 소박한 풍경을 만나 삶의 이치를 배우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의 표지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올든 위커 지음)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옷이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옷 때문에 사람이 아플 수 있다니, 사실일까요? 사실 먹고 바르는 것에 예민한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늘고 있습니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고, 천연 화장품과 세제를 쓰고, 각종 생활용품의 원산지와 성분을 꼼꼼하게 따지지요. 가습기 살균제나 라돈 침대 같은 뉴스를 접할 때면 한층 까다로운 눈길로 장바구니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품목이 있으니 바로 옷입니다.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24시간 몸을 감싸는 옷의 성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옷의 라벨을 봅니다. '면 50퍼센트, 폴리에스테르 30퍼센트, 나일론 20퍼센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라벨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패션 제품은 우리가 취급 허가증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 중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화학적 프로필을 지닙니다. 옷 한 벌에 때로는 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며, 그중에는 호르몬을 교란하고 암과 불임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풀풀 날리는 바지, 중금속을 함유한 아기 신발, 발암성 아조염료가 든 포근한 스웨터, 프탈레이트로 범벅이 된 화려한 슬리퍼 등 우리를 아프게 하는 옷의 목록은 길게 이어집니다. 패션 제품의 유해성이라는 문제의 다른 한쪽 끝에는 인도나 중국의 의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도와 중국의 섬유 공장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이 우리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옷에 든 화학물질에 관한 이야기는 염색 공장 뒤뜰에 버려진 폐기물 더미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옷장과 피부, 우리가 쓰는 세탁기에까지 이어집니다. DDT 살충제의 위험성을 알린 레이첼 카슨의 환경 고전 '침묵의 봄'에 빗대어 이 책은 옷장 속 '침묵의 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나는 설레는 것이 있나요? 우주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내게 돌아온 질문

'해냈어요, 멸망'의 표지

'해냈어요, 멸망'(윤태진 지음)은 입으로는 환경을 걱정하면서 그 정반대의 행동을 일삼는 지구인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세이입니다.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로 자신을 포함한 우리 인간들의 물욕을 비판합니다. 집 앞에는 택배 박스가 끊이질 않고, 좁은 집은 물건으로 미어터질 지경이 됩니다. 환경 보호를 꿈꾸지만 번번이 실패한 독자들이라면 자신과 똑 닮은 그의 이야기들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네'하며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너무도 닮은 서로의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저자는 단언합니다. 문제는 우리 개개인의 게으름과 어리석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 때문이라고. 그러니 인류 멸망을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요. 어쩌면 이제 우리는 모든 걸 내려놓고 멸망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해냈어요, 멸망!"

저자는 멸망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다섯 단계로 따라가면서 세밀하게 살핍니다. 지구의 죽음을 앞둔 우리의 상황을 인간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감정 변화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요. 지구 멸망, 혹은 인류 멸망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현실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분노합니다. 가끔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작은 노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어김없이 실패와 좌절이 따라옵니다. 저자는 이런 스펙터클한 감정 변화를 휴대폰, 칫솔, 옷 같은 생필품부터 건물, 자동차 같은우리 일상 속 물건들과 엮어냅니다. 우리가 살면서 갖거나 소비하는 모든 물건이 지구의 건강 악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 지구가 다시 건강해지는 것도 인간의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도 전하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