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구청 ‘늑장행정’ 또 논란, 국유지 불법전대 7년째 방치

용도변경 하지 않고 월세 수익 거둬…동구청 "일일이 확인 못해"
인근 토지주 불만 "트럭도 못 지나가…집 지으려다 7년째 발 묶여"
지붕·벽체 등 불법 개량 의혹도 제기돼, 동구청 뒤늦게 단속 예고

지난 27일 오전 방문한 대구 동구 백안동 414-3번지 건물. 이 건물 뒤로 약 1.5m 너비의 철문이 설치돼있다. 건물 뒤에 위치한 땅의 소유주는 국유지를 걸쳐 세워진 건축물로 인해 통행과 재산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진 기자
지난 27일 오전 방문한 대구 동구 백안동 414-3번지 건물. 이 건물 뒤로 약 1.5m 너비의 철문이 설치돼있다. 건물 뒤에 위치한 땅의 소유주는 국유지를 걸쳐 세워진 건축물로 인해 통행과 재산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진 기자

팔공산 인근 국유지에 무단으로 세워진 건축물에서 수년간 불법 임대업이 행해진 걸로 확인됐다. 관할 동구청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뒤늦게 파악하는 등 '늑장행정'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27일 방문한 동구 백안동 414-3번지. 이곳은 건축물 대장상 총면적 28.75㎡ 규모의 1층 건물이 있어야 하나 실제 건물 면적은 약 80㎡다. 건축물 대장에 기재된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약 51㎡의 건축물은 이 토지에 맞닿아있는 구거(도랑)와 도로 등 국유지에 자리잡고 있다. 그간 해당 건축물 소유주 A씨가 수십년간 국유지를 무단점용해 온 것이다.

동구청은 지난 2017년에야 무단점용 사실을 파악한 뒤 변상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건축물 철거 명령은 내리지 않고 같은 해 A씨와 대부계약을 체결해 국유재산 대부료를 받아왔다. 대부계약은 국유지를 개인에게 유상·무상으로 일정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치다.

철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사용승인이 1944년도에 났던 오래된 주거지고 사람이 살고 있는데 철거 명령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이 건물 때문에 사업을 못하거나 통행이 방해되는 등 문제 상황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A씨가 살지 않고 그간 세입자를 들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쯤에는 건강원이 운영됐고 2017년 이후에는 인테리어 업체가 들어섰다.

심지어 A씨가 대부계약 갱신신청을 했던 2021년에도 인테리어 업체가 버젓이 입점해있었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 대부계약 체결을 해줬다는 해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봐주기 행정' 의혹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단 용도 변경 및 전대차 의혹도 있다. A씨가 2017년에 '주거용도'로 동구청에 국유지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다른 용도로 건물을 재임대 하는 방법으로 6년여 동안 임대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유재산법 30조 1항에는 국유지 사용 허가를 받은 사람은 그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통행 방해가 없다는 동구청 설명도 사실과 달랐다. 인근 백안동 587번지 소유주 B씨는 A씨 건물로 인한 통행 불편과 재산권 침해를 호소했다. A씨의 건물에 막혀 불과 1.5m의 진입로만 확보돼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는 것. B씨는 "주택을 지으려 약 500㎡의 땅을 샀는데 트럭도 들어갈 수 없으니 7년째 이자만 매달 100만원가량 내고 있다. 동구청도 적극적인 조치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취재가 시작되자 동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많다보니 모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해당 사실 검토 후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등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건축대장과 달리 지붕와 벽체가 불법개량을 한 것처럼 보여 단속도 나가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일제시대 때부터 물려받은 받은 땅이고 장기간 국유지 존재를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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