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러져도 타협은 없다”…‘강 대 강’ 대치 더 심해지는 의정갈등

의료계 “정부 대책, 신뢰성·실효성 모두 부족”
정부 “의료계 우려하는 문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
갈등 해결이 안 되는 이유는 결국 핵심인 의대 증원을 둔 힘겨루기 때문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 단체가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0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 단체가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0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가 지난 9일부터 이틀동안 강력 대응을 천명했음에도 의료계는 끝내 집단 휴진을 강행하는 등 치킨게임 양상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말 잔치에 불과하다"며 의대 증원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 또한 이를 받아들일 용의는 없어 강대강 대치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은 봄을 지나 여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한 총리는 전공의 연속근무와 주당 근무 시간의 단축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의대 정원이 늘어났다고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공립대학 의대 교수 1천명 증원도 이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공사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신속히 절차를 진행하고, 연간 4천여명을 교육할 수 있는 임상 교육 훈련센터를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도 10일 '의대 교육 선진화를 위한 함께 차담회' 자리를 통해 "27년 만에 의대 정원 증원이 이뤄진 지금, 현장에서 의대 교육이 제대로 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났다고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본 의료계의 반응은 "정부의 말 잔치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교수직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두려는 교수들이 넘처나는 가운데에도 의대 전임교원 1천명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한 데 대해 신뢰를 상실했고, 의료개혁의 재원을 건강보험 수가 조정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대학병원 교수를 지낸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지금도 의대 기초의학 교수를 키우려면 10년은 걸리는데 당장 1천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또 시설 확충 자체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데 이렇게 졸속으로 할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강대강으로 이어지는 의정갈등은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않은 채 설득만 강요하려 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만약 정부가 대화의 의지가 있었다면 의대 증원을 철회했을 것이고 개혁의 의지가 있었다면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을 강행했을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대화를 위해 한 발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게 현재 갈등이 심화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