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죠."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성서5차산업단지 내 한 전자상거래업체. 물류창고 앞에 가득 쌓인 각종 상자를 보며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2017년 창업한 A씨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이른바 '티메프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정산 금액은 17억원.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큰 액수다. A씨는 "밑에 쌓인 박스 하나당 마진이 600원 정도다. 손해를 메꾸려면 얼마나 많은 작업을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한눈 팔지 않고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런 일에 휘말리면서 힘이 빠진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미정산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이전에도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할인 행사가 갑자기 많아졌다. 큐텐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말도 자주 했다. 정산이 늦어지고 불안감이 컸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정해진 물량을 다 처리했다"고 말했다.
피해가 커진 주 요인으로 꼽히는 정산주기에 대해 A씨는 "하나의 '관행'으로 받아들였다.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가 급격히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재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돈을 돌려받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A씨는 "직원들을 생각해서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온라인상거래 유통 기업도 지역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는데 이번 일로 인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대구경북지역 티메프 피해자들이 소통 중인 단체 채팅방을 확인하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극단적인 말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티메프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판매자들은 미정산금을 돌려받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를 밟고 있으나 채권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구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서울회생법원의 회생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회생절차가 개시돼 티몬과 위메프가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되면 판매자들은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법원이 회생 신청을 기각할 경우,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할 가능성이 커 피해 복구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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