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의과 대학 증원 정책을 발표가 있은 지 9개월이 지났고 그 후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정책을 필수 의료의 확충과 국민 건강을 위한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그에 따라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휴학이 일어났고, 의료계 내부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의료 현장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1년을 허송세월하게 만들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현재의 의료 현장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전공의들이 주로 일하던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와 수술을 축소하고 병원 경영은 날로 악화되어 병실을 축소하고 의료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지금의 의사 부족 사태를 만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의대 증원 정책의 부작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으며, 의료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공의는 병원에서 공부만 하는 의사가 아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전문적인 진료와 수술을 수행하는 데 가장 필요한 필수적인 인력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부재는 그들이 중추적으로 맡던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 등에 많은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전문간호사들이 전공의의 일을 대체하기 위해서 투입되고 있지만 엄연히 할 수 있는 업무의 영역이 달라 대체 불가능이다.
결국 기존의 전문의들에게 그 일이 돌아가고 있고 이는 과중한 업무를 초래하여 결국 환자 진료의 효율성과 치료의 질적 저하로 이르게 할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들 또한 언제까지 이렇게 진료를 봐야 할지 거취에 대한 고민이 많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구조 전환하겠다고 하나 신규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고 기존의 전문의도 탈출을 고민하는 와중이라 불가능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의대 교육의 부실화는 예견된 사고이다.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힘들고 긴 과정이다. 의대에서 학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임상 경험과 인간적인 소양, 환자와의 소통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엄격한 수업과 실습이 이루어진다.
의대 증원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문제이다. 정부가 급히 발표한 정책에 따라 새로운 의대 정원을 수용할 수 있는 교수진, 교육 인프라, 실습 기회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 결과, 내년부터 시작되는 의대 교육이 질적으로 저하될 거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협의되지 않은 의대 증원 정책은 오히려 의료계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 정책은 예상보다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의사들도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계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결국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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