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방문했던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로 확인됐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김 위원장 방문 장면을 담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와 인프라가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의 배치, 강선 복합단지의 본관구조 및 새로 지어진 별관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했다면서 HEU 제조시설을 공개했지만 해당시설이 어디에 있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은 당시 빽빽하게 들어선 원심분리기 모습을 보며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강선의 미신고 농축 시설 공개와 김정은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반 강화' 지시는 심각한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하노이 노딜 이후 5년여 만에 강선 단지의 존재를 공식 확인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강선 단지의 우라늄 농축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언론은 강선 시설의 우라늄 농축 규모가 영변의 2배에 달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한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선과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만 원심분리기 1만-1만2천개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상 2천개의 원심 분리기에서 연간 40kg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략 매년 200~240kg의 HEU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은 강선 단지의 시설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6월 IAEA 정기이사회에서 "올 2월 말 강선 단지의 별관 공사가 시작돼 시설 가용 면적이 크게 확장됐다"고 밝혔다.
결국 영변뿐만 아니라 강선 단지에서 무기급 HEU가 계속 생산되는 것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가능하게 할 중대위협 요소가 된다. 특히 HEU의 경우 대부분 지하시설에 설치가 가능해 한미 정보자산이 포착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모두 발언에서 "미신고 농축시설 공개, 경수로의 지속적인 시운전을 포함한 북한 핵 프로그램 지속 및 추가 개발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를 막을 실효적 수단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2019년 하노이에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시설 단지를 5곳으로 제시한 만큼 영변과 강선 단지 외에도 제3의 핵시설이 은밀하게 가동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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