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8일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공식화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의 키는 이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투톱에 맡겨졌다. 구체적인 조기 퇴진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법적·정치적 책임을 기다리며 여당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탄핵 소추 표결이 있은 7일 낮 윤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사태 나흘 만에 대국민 사과 담화(談話)를 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자유 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 세력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계엄 포고령 첫 문장이다. 윤 대통령이 '고립된 상항에서 극우 유튜브의 망상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해석이 지나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지지해 온 여당 인사들조차 그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계엄군이 총이라도 한 발 안 쏜 게 천만다행이다' '대통령이 우리도 모르는 대규모 간첩 활동 증거라도 잡았나 싶었다' '좌파 세력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조만간 본격화될 텐데, 그때까지 왜 못 참았나' 등 안타까움과 우려를 토로했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8일 공동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고 했다. 이제 시선은 향후 정국 수습 방향에 모아지고 있다. 공동 담화에선 질서 있는 조기 퇴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언급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정례적 만남을 통해 민생 회복과 국격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 관련, 여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제2 탄핵'만큼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신 임기 단축 개헌, 거국 중립내각 구성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협조가 관건이다. 야당은 시간 끌기용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면서 탄핵 또는 자진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첫 탄핵 소추가 불발되자 앞으로 매주 탄핵 소추 표결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갈수록 탄핵 여론 선전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다. 국민 여론이 더 악화될수록 여당의 단일 대오도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다.
시계를 조금 되돌려 보자. 비상계엄 선포 전날까지도 정부·여당은 야당이 '단독 칼질'한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극한 대립 중이었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수적 우위의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소수 여당으로선 도리가 없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못 한다. 여기에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사 탄핵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로 연일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 정부 내내 이런 일이 이어졌다. 입법권만 가지고도 이런 민주당이 국가 운영을 맡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권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재집권 기회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다면, 매주 토요일마다 탄핵 표결을 하겠다는 공언 이전에, 연말 예산 처리 지연으로 전 정부 부처가 올스톱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여당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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