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됐다. 정시 원서 접수 마감일인 다음 달 3일까지 20여 일 간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정시를 노리는 학생이라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예상보다 낮게 나온 수능 성적에 좌절하거나 평소보다 잘 나온 수능 성적에 만족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후회를 남길 수도 있다. 특히 정시 원서 접수 기간은 약 3일로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전에 정시 지원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이 좋다.
◆나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 찾아야
표준점수 총합 또는 상위 누적 백분위가 같아도 영역별 반영 지표 및 반영 비율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 지원이 유리한 대학과 학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문·이과 교차지원이 가능한 현 수능 체제에서는 대학과 학과에 따른 점수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별 반영 비율을 찾아 각 대학의 환산점수를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시 모집에서 각 대학은 영역별로 다른 활용 지표의 조합을 선택해 대학별 환산점수를 산출한다. 대학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활용하는 지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이다. 당해 연도 수능 성적 분포의 특성과 각자의 수능 성적 구조에 따라 활용 지표에 따른 유·불리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대학별 환산점수를 잘 따져보고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 또 대학은 모집 단위의 특성에 따라 특정 영역의 성적에 더 높은 비중을 두므로 '영역별 반영 비율'까지 고려해 자신의 성적에서 가장 유리한 수능 조합을 찾아야 한다.
◆정시 '모집 군'에 대한 이해 필요
목표 대학 및 학과를 수시 원장 6장 이내에서 원하는 대로 지원할 수 있는 수시와 달리 정시 모집은 모집 군별 지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집 군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세대와 고려대는 수시에서 동시에 지원할 수 있지만, 정시에서는 고려대의 학부대학을 제외하고 두 대학 모두 '가군'에서만 선발하기 때문에 동시 지원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정시에서는 특정 군 지원의 안정성에 따라 나머지 2개의 군이 결정된다. 가군에 지원할 연세대 혹은 고려대의 안정성이 높다면 나군에서는 상위 대학인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군의 안정성이 높지 않다면 나군에서는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다른 안정권 대학에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2025학년도에 신설된 무전공 지원을 염두에 두고 다군에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 하나를 지원한다면 나군에 지원할 대학이나 모집 단위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모집 군의 특성은 특정 성적대의 수험생들이 통상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의 일정한 패턴을 형성한다. 다만 당해 연도 입시에서 모집 군의 변화가 발생하면 지원 패턴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충원 합격까지 고려해 시나리오 구상
수시 모집에서도 충원 합격은 있지만 정시 모집에서 충원 합격은 지원자들의 선호나 심리적 측면에 더해 모집 군의 배치로 인해 다양한 규모로 발생한다. 충원 합격은 하위 그룹의 합격자가 상위 그룹으로 이동한 것으로, 이는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내가 지원한 모집 단위의 충원은 상위 표본에 위치한 수험생들이 다른 군 모집 단위에 합격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정시 모집에서 이른바 '문 닫고 들어가는' 상향 지원을 노리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단순히 나의 성적에서 지원 가능한 모집 단위의 군 배치뿐만 아니라 나보다 상위 표본에 위치한 수험생이 지원을 고려할 대학 및 모집 단위는 어디인지, 해당 대학 및 모집 단위가 가·나·다군 중 어느 모집 군에 위치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때 내가 지원을 고려하는 곳과 상위 표본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집 단위가 전년도와 비교해 모집 군 이동 및 모집 인원 변동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기존 경쟁 표본과 상위 표본은 모집 군 이동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률 및 충원 합격의 확률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전공 선발에 따른 모집 인원 변화 유의
2025학년도 정시 모집의 가장 큰 특징은 무전공 선발의 확대이다. 수도권 주요 17개 대학 중 연세대(서울)와 중앙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정시 모집에서 '무전공(유형1)'을 선발하며, 이 중 고려대(서울)의 학부대학, 서울대의 학부대학 광역, 숙명여대 자유전공학부, 이화여대 인문계열, 이화여대 자연계열은 정시 모집에서만 무전공(유형1)을 선발한다.
고려대, 국민대, 서울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무전공 모집 단위 전체 혹은 일부 모집 단위를 정시 모집에서만 선발하는 경우 개별 전공 모집 단위의 모집 인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과 같은 순수 증원이 아니라 다른 모집 단위의 인원을 줄인 만큼 무전공으로 모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원이 줄어든 개별 전공 모집 단위는 합격선의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
또 그동안 모집 인원이 적었던 다군의 무전공 모집 단위가 확대됐다. 2025학년도에 처음으로 다군 모집을 실시하는 고려대 학부대학(36명)뿐만 아니라, 동국대, 서강대, 세종대, 한양대 등도 다군에서 무전공 모집 단위를 선발한다. 2024학년도까지 다군에서의 선택지는 성균관대 자연, 중앙대, 건국대, 홍익대 등 정도였다. 따라서 다군에서의 상위대학 무전공 모집 신설은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지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전과는 다른 충원 합격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표준점수와 백분위 성적 중 어느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더 유리한지, 상대적으로 우수한 과목은 어떤 과목인지 등 여러 각도에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지금이 바로 진정한 입시의 시작이므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나만의 입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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