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계가 불확실성에 휘청이고 있다.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 추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고 현상' 지속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 업계의 불안감도 높다. 두 산업은 국가 경쟁력은 물론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 불안요소 제거해야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호황기를 맞았다. AI 인프라 관련 투자 확대로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가트너 등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0.4%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반도체 수출액은 1천419억달러를 달성하며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1천292억달러) 당시 실적을 뛰어넘었다.
AI 모델 구동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부가가치가 높은 메모리에 대한 수요 확대가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올해도 AI 인프라 투자 및 관련 제품군 생산량 증대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보편적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가격 경쟁력 감소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작년 대미(對美) 반도체 집적회로 수출 규모는 약 106억8천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7.5%를 차지한다.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 여파로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첨단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수출 제재가 강화되면,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칩스법)의 변화도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미 정부가 보조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거나 지원 규모를 축소하면 대미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칩스법에 기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규모는 488억달러에 이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정부, 의회 및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양국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한국 산업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미 주요 기관과의 교류를 통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종 조치에 대한 사전 효과 분석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 IRA는 불안 요소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여파로 유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으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 유럽연합(EU)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 2022년 63.6%에서 지난해 50.8%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 점유율은 38%에서 49.5%로 상승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고 내연차 관련 규제 철폐를 공언했다. 또 그린뉴딜 정책을 종료한다고 선언하면서 IRA에 따른 재정 지출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IRA의 전면 폐지 가능성은 낮지만 수혜 규모가 축소될 수 있어 현지 투자 속도 조정 및 가동률 하락으로 경영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미중 무역분쟁 심화 여파로 2차전지 공급망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의 미국 외 국가 수출 검토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심 대미 아웃리치(서비스 및 정보 제공) 활동 전개 ▷미국 행정부·의회에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 전문가 섭외를 통한 분석보고서 발간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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