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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조향래]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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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얇은 사(沙)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명시 '승무'(僧舞)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와 같다. '승무'의 처연한 미학과 깊은 여운은 삭발(削髮)한 여승의 서늘한 자태에서 비롯된다.

삭발은 불교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가톨릭 성직자와 남성 수도자도 한때 삭발을 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삭발이 지금도 출가 수행자의 공식적인 머리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의 파르라니 깎은 삭발은 극히 드물다. 상고머리까지는 단정하게 여기지만, 완전한 삭발은 대체로 기피하는 경향이다. 너무나 강렬하고 자극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짧은 두발 규정을 따라야 했던 지난날의 중고등학생들이나 군대의 병사들조차 박박 밀어 버린 극단적인 삭발은 차라리 반항과 저항을 시사하는 행위였다.

'몸과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두발을 존엄의 표상으로 삼은 이 유교적 교시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쓰게 했다. 구한말 개화파의 단발령(斷髮令)에 선비들이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며 결사 항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그런 구시대적인 사상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 정신문화의 흔적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삭발에 대한 관념이 그것이다.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어 버리는 삭발 행위는 여전히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래서 삭발은 항의나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절박한 심정으로 결행하는 온 마음과 몸의 절규인 것이다.

더구나 여성들의 공개적인 삭발은 사회적 감성적 파장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거나 탄핵을 반대하는 남녀 정치인과 시민들의 삭발이 잇따르고 있다. 하물며 2030 청년들까지 합세한 삭발 투쟁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무엇이 국민들을 이렇게 분열과 극단으로 내몰고 있는가. 정녕 머리를 깎고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해야 할 장본인은 누구인가.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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