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사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각종 소송전 우려에 사업 추진 축소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아울러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 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의결권 제한 강화, 독립이사(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이 담겼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건설업계는 악의적 소송 남발, 신규 사업 수주 축소, 해외 시장 진출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은 아파트 건설 시 통상적으로 3년가량 걸리는 등 대부분 사업이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추진되다 보니 각종 리스크가 커졌고, 경기 악화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건설사들이 반도체와 비료 사업 등에 진출하는 등 다른 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또 상법 개정은 해외 시장 진출 위축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건설 업계 입장이다.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중 대주주의 의결권이 흔들릴 경우 타 국가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차등의결권, 포이즌필(독약조항), 황금주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한국은 하나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
한 건설 상장사 관계자는 "공사 발주처 대부분이 최저가 입찰을 통해 사업 공고를 내기 때문에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규모의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등 다양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하나하나 따지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사업을 하면 물론 흑자를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상법 개정으로 자칫 눈치만 보다가 사업이 좌초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의 이사진…경영권 방어 수단도 마련돼야
책임준공의무 부담도 가중된다. 건설사는 시행사 및 입주민을 위한 책임준공이 중요하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책임준공의무 실패로 인한 손실은 이사를 향한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대표는 "건설사 내부 문제가 아닌 건설현장에서의 각종 민원으로 인해 책임 준공을 놓친 뒤 큰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이 같은 손해가 발생하게 될 경우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화살이 이사들에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방 상장 건설사들의 경우에도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시가 총액이 낮은 지역 상장사의 경우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의 대부분 건설사는 특수 관계인들로 법인이 구성돼 있으나, 지역 상장사의 경우 시가 총액이 적다 보니 악의적 인수합병(M&A)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증진한 만큼 이에 상응한 지배주주 입장에서도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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