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발 가라비토·불펜 '흔들'…삼성 라이온즈 마운드, 총체적 난국

가라비토, 투구 동작 커 연거푸 도루 허용
롯데 감보아가 반면교사, 변화 통해 안착
불안한 불펜, 이호성 받쳐줄 백정현 이탈
베테랑 오승환, 김재윤 등 기대 못 미쳐

삼성 라이온즈의 헤르손 가라비토.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헤르손 가라비토. 삼성 제공

방패에 구멍이 제대로 뚫렸다. 프로야구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가 흔들리는 마운드 때문에 속앓이 중이다.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가 무너진 데다 불펜마저 베테랑, 신예 가릴 것 없이 비틀거린 탓이다.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라비토, 투구 동작 수정 숙제 안아

가라비토는 부상으로 낙마한 데니 레예스의 대체 선수. 삼성에 합류한 뒤 두 경기에 나와 1패만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0.90으로 좋았다. 기대했던 대로 구위가 뛰어났다. 속구 구속은 시속 150㎞를 넘었다. 우려를 샀던 제구도 괜찮았다.

특히 데뷔전이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지난달 26일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한화 이글스 타선을 봉쇄했다. 5이닝 동안 던진 공은 62개에 불과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5㎞에 이르렀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잘 섞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와 포수 강민호.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와 포수 강민호. 삼성 제공

이젠 꽃길을 걸을 줄 알았다. 하지만 8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9대10 삼성 패)에서 쓴맛을 봤다.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4이닝 동안 8피안타 4사사구 4실점에 그쳤다. 채 5이닝을 던지지 못했는데도 투구 수는 104개에 이르렀다. 제구도 흔들렸다.

특히 약점이 두드러졌다. 4이닝 동안 가라비토가 내준 도루만 5개. 1회말 박민우에게 2루, 2회말 최정원에게 3루 도루를 허용했다. 3회말엔 더 심했다. 박민우가 2, 3루를 잇따라 훔치는 걸 막지 못했다. 이어 김휘집에게도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주자를 견제하기엔 투구 동작이 너무 컸다. 보통 투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구할 때 '슬라이드 스텝'을 활용한다. 땅에서 발을 살짝만 들었다가 홈을 향해 미끄러지듯 발을 내딛는 걸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가라비토는 다리를 높이 드는 '와인드업' 동작을 취했다.

하필 NC는 팀 도루 1위(9일 경기 전 기준 96개) 구단. 가라비토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뒤늦게 가라비토가 슬라이드 스텝을 활용했다. 그러자 구속이 떨어지고 제구가 불안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악순환의 연속. 결국 조기 강판 수모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알렉 감보아. 5월 2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때 투구 모습이다. KBO 제공
롯데 자이언츠의 알렉 감보아. 5월 2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때 투구 모습이다. KBO 제공

기시감(旣視感). 삼성은 알렉 감보아(롯데 자이언츠)의 데뷔전(5월 27일) 때 발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투구 전 허리를 깊숙히 숙이는 버릇을 간파, 3중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강속구 투수 감보아는 4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한데 이번엔 삼성이 역으로 당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약점을 보완할 시간은 있다. 프로야구는 10일 경기를 끝으로 올스타전 휴식기에 들어간 뒤 17일 후반기가 시작된다. 다만 제 구위를 유지하면서 약점을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 감보아는 자세를 수정한 뒤 6월 5전 전승, 평균자책점 1.72로 비상했다.

◆흔들리는 불펜, 더위 이겨낼 수 있나

삼성 라이온즈의 이호성.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이호성. 삼성 제공

삼성은 2023시즌 후 팔을 걷어붙였다. 불펜을 보강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자유계약 선수(FA) 시장에 뛰어들었다.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출신 김재윤(4년 58억원), 임창민(2년 8억원)을 잡았다.

베테랑 오승환, 김태훈에다 새 베테랑 둘을 더한 셈. 구색이 잘 갖춰진 것처럼 보였다. 오승환이 기대에 못 미치자 김재윤이 마무리로 나섰다. 후반기 다소 힘이 빠지긴 했으나 시즌 2위에 오르는 데는 이들의 힘이 컸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2위(4.97)였다.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김재윤을 마무리로 고정한 채 불펜을 재정비했다. 강속구를 던지는 새내기 왼손 투수 배찬승, 구위가 좋은 이재희 등이 주목을 받았다. 김무신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시작해보지도 못하게 됐으나 불펜은 제법 두터워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백정현. 삼성 제공

악재가 터졌다. 이재희마저 팔꿈치 수술로 조기 낙마했다. 그래도 위기를 넘겼다. 응급 처치가 통했다. 대체 선발로 분류됐던 베테랑 왼손 투수 백정현이 불펜에 합류, 안정감을 보였다. 8년 만에 불펜으로 전환했는데 노련한 투구로 불펜의 중심을 잡았다.

가뭄 속 단비도 내렸다. 프로 3년 차 이호성이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다. 강속구 불펜이 아쉬웠던 삼성에겐 특히 반가운 소식. 겨우내 꾸준히 몸을 잘 만들어 구속이 시속 150㎞에 육박할 정도로 빨라졌다. 6월 3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역투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삼성 제공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선발과 마무리 이호성 사이에 나서는 연결 고리가 헐거워졌다는 게 문제. 어깨가 좋지 않은 백정현이 이탈, 불펜이 더 불안해졌다. 필승조 역할을 맡아 선전하던 김태훈도 최근 다소 힘이 떨어진 모양새다.

베테랑 오승환, 김재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 2군에서 재정비, 구위가 다소 회복됐다고 했으나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 8일 NC전에서 김재윤은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무너졌다. 한때 '끝판 대장'으로 불리던 오승환도 이날 ⅓이닝 2피안타 2실점에 그쳤다.

9일 경기 전까지 삼성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67. NC와 함께 공동 6위에 머물고 있다. 이 정도면 허리가 부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이 흔들려 역전패하면 타격이 더 크다. 여기다 더위가 겹치면 더욱 힘들다. 불펜이 분발해야 할 때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재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김재윤.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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