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미 관세 협상, 국내 이해관계 조율부터 서둘러야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 관세 부과 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미 양국의 합의점 도출(導出)은커녕 민감한 요구에 대한 국내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8월 1일 예고 시한을 앞두고 양국 협의가 계속되지만 구체적 성과 소식은 없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관세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 않고 연방준비제도에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관세 협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시한이 더 늦춰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흥을 앞세운 미국의 요구는 명확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556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320억달러를 차지하는 자동차 수출이 도마에 올랐고, 가스·원유 등 에너지와 농산물 구매 확대 요구도 거세다. 비관세 장벽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쌀 수입 쿼터 확대,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 수입 허용, 온라인 플랫폼법과 망 사용료 부과 도입 계획 철회,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허용 등이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원스톱 쇼핑' 식으로 확대됐다.

얻으려면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는데, 취사선택의 기본 틀조차 정해지지 않은 듯하다. 농산물 시장 개방만 해도 무역 확대에 중점을 둔 산업부와 농민 피해를 우려하는 농식품부 사이의 이견으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쌀은 지키고 소고기 수입은 완화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산업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나섰는데, 앞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큰 틀에서 고려"라는 발언이 농산물 분야의 전향적 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서다. 결국 협의와 조정, 설득에 나서야 할 최고 책임자는 바로 대통령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심사숙고(深思熟考)가 너무 길어지면 우유부단(優柔不斷)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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