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희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안전문화

이희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안전인증검사부장

이희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안전인증검사부장
이희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안전인증검사부장

최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안전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다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고경영자의 처벌을 면하기 위해 법조문을 따져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뿌리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핵심은 최고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의지와 근로자의 참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경영자가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지금까지 당연히 해야했던 것을 명문화하고, 경영자의 노력을 평가하는 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7월을 '산업안전보건의 달'로 지정하고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에서는 지난 16일 '대구경북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안전UP 지식UP 산업안전보건 세미나 ▷산재취약계층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찾아가는 스트레칭 수업 ▷자동차 부품 생산 영세사업장의 안전문화 실천 유도를 위한 현대자동차 우수시설 견학 프로그램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 시민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합동 안전점검 및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이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활동을 촉진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중·소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100인 이상 기업체가 사내·외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실태를 파악하고, 모기업의 안전경영모델을 협력업체에 컨설팅한 우수사례를 발굴· 홍보하는 사업이다.

우리 지역의 자동차 부품업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현대자동차 우수시설 견학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예산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안전을 지원해,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살펴보면, 어려운 법규나 까다로운 규정 위반에 따른 사고 보다는 아주 사소한 행동으로 인한 사고가 대다수다. 2024년 사고·사망자는 827명으로 전년 대비 15명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73명으로 가장 많으며 제조업 187명, 서비스업 145명 순으로 발생했다. 발생 형태별로 보면 떨어짐 사고가 278명, 끼임 97명, 교통사고 89명 순으로 발생했다.

떨어짐 사고의 주요 원인은 대부분 사다리다. 사다리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이동식 통로에 해당한다. 작업을 위한 작업발판으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전등 교체나 내부 시설 마감, 벽지공사 등을 할 때 사용된다. 높지 않기 때문에 안전모나 안전대를 매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며,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는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탓에 사고가 일어난다. 우습게 생각하는 사다리에서 한 해 20~30여 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의 얕은 안전 의식으로 발생한 사고가 상당하다. 이는 안전불감증이라는 말로 흔히 표현된다.

문화란 사상, 언어, 종교, 도덕 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이다. 곧 '안전문화'란 사회 전반에 걸쳐,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양상을 뜻한다.

'유행'은 한 사회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 생각·표현 방식 등이 그 사회에 확산해 나가는 과정이다. 안전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돼 '안전문화'로 꽃 피우기 위해서는 우선 유행이 돼야 한다.

이번 2025년 산업안전보건의 달이 우리 사회에 안전 문화가 뿌리내리는 유행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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