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되는 집안', '안 되는 집안' 차이점을 열거한 글을 보곤 절로 박수가 쳐졌다. '되는 집안은 똘똘 뭉쳐 하나가 되고, 안 되는 집안은 뿔뿔이 흩어져 콩가루가 된다' 이런 식인데 20개, 더 많은 것도 있었다. 세상 이치(理致) 같아 하나하나 공감이 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뒷받침'을 구심점으로 단결하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를 둘러싸고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6·3 대선으로 여야 입장이 뒤바뀐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진행 중인 당권 경쟁 한 줄 평(評)인데 어찌 인터넷 글과 똑 닮았다.
민주당. 정청래 후보는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검찰·언론·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 싸움은 제가 할 테니 이재명 대통령은 일만 하라"고 했다. 박찬대 후보는 "'내가 싸울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라'는 정 후보의 말에 반대한다. 대통령이 일하게 하려면 대표도 같이 일해야 한다"고 했다. 말 대구(對句) 속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재명 정부 뒷받침, 뜻을 같이하겠다는 결의다.
민주당은 주말로 예정됐던 호남권과 경기·인천 순회 경선을 다음 달 2일 전당대회 때 서울·강원·제주 경선과 통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폭우 피해 상황을 고려해 선출 방법 변경을 최고위에서 두 후보 측에 권고했고 두 후보가 동의해 결정됐다. 유불리 따짐은 없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당과 보수 진영을 위기에 빠뜨리고 여전히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 구태 세력들을 읍참마속(泣斬馬謖) 하지 않으면 우리 당과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은 "내부 총질과 탄핵 찬성으로 윤석열 정부와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민주당이 만든 '극우'라는 못된 프레임을 들고 와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이라고 했다.
8·22 전대는 대선 경선 리바이벌처럼 '찬탄' 대 '반탄'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과 안철수 의원 등도 대치 전선에 발을 디뎠고, 한동훈 전 대표도 합류 여부를 고심 중이다.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계파 간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다돼 가는데도 정리되지 못한 채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할 전대가 이에 발목이 잡히는 광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대 특검(내란, 김건희, 순직해병)이 경쟁적으로 의원들을 조여오고 있는 상황에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의 입당으로 '찬길' '반길' 논쟁까지 불거진 국힘은 안 되는 집안 요소를 죄다 끌어모은 모습이다.
쇄신은 한걸음 떼지도 못했다. '후보 교체 파문'으로 대선 기간 잠시 내세웠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 당원투표 요구는 친윤계의 외면 속에 사장됐다. 대선 후 출범한 혁신위원회는 위원장 임명 30분 만에 안철수 의원이 사퇴하더니 바통을 이은 윤희숙호(號)는 위원장의 실명 거취 요구에 표류했고 어렵사리 혁신안 논의 의원총회가 23일 열렸으나 얻는 성과는 없었다.
안팎에서 조롱당하는 당은 정치공세로만 여겼던 '위헌정당 해산'처럼 외부의 거센 압력에 의한 해체가 답인 양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핵심의 '폐족'(廢族) 반성, '차떼기당'으로 무너지던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같은 절박함 없이는 안 되는 집안 꼴, 아니 집안 자체가 없어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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