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를 바라보는 젊은 작가 5인의 시선…우손갤러리 대구 '흐르는 풍경, 쌓인 형태'

김세은·김정은·문이삭·이승애·황원해 작가 참여
8월 23일까지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도시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구조물들은 허물어지고 다시 쌓아지길 반복하며 장소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빨라지는 교통수단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어딘가에 안주하지 못한 채 부유한다.

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흐르는 풍경, 쌓인 형태'는 이 같은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에는 신진 작가를 넘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는 김세은, 김정은, 문이삭, 이승애, 황원해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고원석 큐레이터(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물리적인 형태가 더 이상 도시의 특성을 규정하지 못하는 시대,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의 심리적 풍경을 주목한다"며 "작가들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도시의 환경이나 현실적 문제를 개인의 심상과 결부시켜, 보다 추상적인 차원의 풍경으로 변모시킨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장은 황원해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건축물 이미지를 분해한 뒤 재배열하는 등 비교적 도시의 형상이 명확했던 지난 작업에서부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다루는 근작까지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작품은 도시 속 건물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나 개인의 감정 등 흐름의 밀도가 드러나는 추상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시장 중간에 놓인 문이삭 작가의 '버스트(Bust)-바람길' 시리즈는 흙과 나무를 원통형으로 쌓아 만든 조각 작품이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제각각의 형태를 띄는 오늘날의 건물들을 닮은 이 작품은 놀랍게도 거대한 흙피리다. 취구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소리가 나는데, 서로 다른 물질이 공간적으로 연결돼있음을 보여준다.

문 작가는 "보통 조각을 외형적으로만 감상하지만, 내부 공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부가 역할하는 조각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말했다.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우손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2층 전시장에서는 이승애 작가의 평면,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자신이 머물던 런던과 서울 두 도시에서의 기억과 상실감을 초현실적 공간에 펼쳐보인다. 평면 작품은 흑연을 재료로 한 탁본 방식의 표현이 돋보인다.

이 작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 문 작가의 '백월(White Moon)' 연작은 16종의 백색 점토로 만든 도자 작품으로, 익숙한 문화적 아이콘을 재조형했다.

2층 또 다른 전시장의 김정은 작가는 일상적인 장소에 자신의 경험을 더한 기록적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동을 조각하는 작업'.

예를 들자면 '무빙 마운틴(Moving Mountain)'은 그가 매일 걸어다닌 길을 지도 위에 점으로 연결해 하나의 면을 형성하고, 그 면을 30일 치를 쌓아 만든 작품이다. 정해진 지명이 있는 물리적인 공간들은 그의 기록적인 작업을 통해 신체적인 감각의 기호로 치환된다.

또한 김세은 작가는 도로나 터널 등 도시의 구조물이 등장하는 풍경을 묘사한다. 마치 사람의 피부가 벗겨진 듯, 공사로 파헤쳐진 도로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자동차의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익숙한 속도감을 색면으로 나타냈다.

고 큐레이터는 "이 전시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견고한 모습이 실은 지극히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추상성 위에 서있음을 드러낸다"며 "도시에서 유목하고 정주하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익숙한 도시의 이면을 감각하고, 자신만의 풍경을 사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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