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년 만에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대규모 재정사업 평가 체계를 전략 투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을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역균형 평가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획예산처는 10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및 운영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심의·의결했다. 1999년 예타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제도 손질로, 계량화된 경제성(B/C) 분석 중심으로 운영되던 예타를 '방어적 재정 지킴이'에서 '전략적 재정 운용자'로 전환하는 방향이다.
예타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경제성과 정책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도입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총 1천64개 사업, 551조7천억원 규모 사업이 예타를 거쳤다. 이 가운데 382개 사업(209조3천억원)은 타당성이 낮다고 판단돼 추진이 중단됐다.
기획처 관계자는 "예타가 재정 낭비를 억제하는 기능은 했지만 경제성 중심 평가가 국가 전략 투자와 지역 균형 성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예타 대상 기준 역시 25년째 유지되는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4.2배, 물가는 1.7배 상승해 제도 현실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SOC 예타 대상 기준 상향이다. 도로·철도·항만 등 SOC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은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국비 기준은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높아진다. 최근 10년간 예타 대상 SOC 사업 가운데 1천억원 미만 사업은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축조공사를 비롯해 10.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1천억원 구간 사업은 지금까지 예타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1천억원 미만 사업은 앞으로 주무부처 자체 타당성 검토를 거쳐 추진하며, 이미 발의된 국가재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 선정 사업부터 적용된다.
지역 균형 성장을 고려한 평가도 강화한다. 비수도권 가운데 인구감소지역(89개 시군구)은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5%포인트(p) 낮추고 지역균형성장 가중치를 5%p 높인다. 이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의 지역균형성장 가중치는 35~45%로 일반 비수도권(30~40%)보다 높아진다.
수도권 사업에도 균형성장 평가 항목을 신설해 사업 추진이 지역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지역균형발전 효과'도 '균형성장 효과'로 확대 개편해 지역의 역사·문화·관광 자원과 미래 성장 잠재력 등 정성적 요소까지 평가에 반영한다.
정보화 사업 평가 방식도 크게 바뀐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사업의 경우 편익을 정량화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기존 비용편익(B/C) 분석 대신 비용효과(E/C) 분석을 기본으로 적용한다. ISP(정보화전략계획) 사전 검토 결과를 활용해 예타 수행 기간도 9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또 사업 통과 여부만 판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설계와 추진 여건을 함께 점검하는 '진단형 평가'로 전환한다.
이와 함께 노후화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단순 재구축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 시스템 대비 추가 편익 산정이 어려운 사업까지 예타 절차를 거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사업 추진 준비 정도를 평가하는 '사업계획 적절성' 항목도 새로 도입한다. 운영 계획의 현실성과 사업 주체의 재원 조달 가능성 등을 사전에 검증해 사업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예타 전 과정에 민간 전문가 컨설팅 기능을 도입하고 조사기관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중심이었지만 향후 재정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기관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침 개정을 통해 주요 개편 과제를 올해 5월까지 마련하고 예타 대상 사업 선정 과정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라며 "균형성장 평가와 정책효과 평가 등 주요 제도는 지침 개정 이후 예타 선정 사업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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