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년간의 신협중앙회장 임기를 마친 김윤식 전 회장이 대구로 돌아왔다. 그는 "워라밸에 있어서 지금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말은 이미 다음 프로젝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중앙 무대는 물론 전세계를 오가며 협동조합과 금융, 경제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은 그는 이제는 지역을 위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경험을 바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내세웠다. 김 전 회장을 만나 협동금융이 지켜야 할 것과 한국 농업이 나아갈 방향, 그리고 지역 재건의 조건을 들어봤다.
◆"국부 유출을 멈춰야 한다"
그가 2018년 신협 사상 첫 직선제를 통해 회장직에 오를 때 내건 과제는 상호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8년 임기 동안 국회를 통해 50여 가지 규제를 개선했고, 신협 점포는 오히려 늘렸다. 그결과 한국신협은 전국 866개 조합과 자산 151조원으로 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의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통하는 위치에 올랐다.
최근 5년 사이 국내 은행 영업점은 약 1천곳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지속적으로 줄여온 결과다. 그러나 신협 점포는 2019년 1천658개에서 지난해 1천694개로 되려 늘었다.
"우리도 솔직히 (점포를)빼고 싶죠. 번화가 물 좋은 데서 우리도 놀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건 협동조합의 근본 취지가 아니니까."
그가 신협을 포함해 상호금융이 우리 생활에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금의 순환'이다.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 시중은행 주식의 상당부분을 외국인 주주가 쥐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올리면 그 상당 부분이 배당 형태로 해외로 빠진다"라며 "쉽게 말해 우리 아들딸이 대출받아 은행에 지불한 이자가 결국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된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국부 유출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5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작년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60조4천억원으로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었다. 김 전 회장은 금융주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이익을 그대로 배당 받아 간다고 보고 있다.
"미국·캐나다·유럽 선진국에는 금융권의 이자 이익에 대한 국부 유출이 적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없냐. 200년 전부터 협동조합이 리테일 금융을 쥐고 있으니까요."
그는 젊은 세대가 영끌해서 아파트를 사면 그 금융 비용의 상당부분이 국외로 나가는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믿고 있다. 선진국처럼 협동조합 금융이 리테일 금융을 주도하는 시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그는 또 협동조합의 구조적 강점도 역설했다. 신협은 이익이 나면 주주 배당 대신 조합원에게 돌려주며 의결권도 보유 주식 수가 아니라 1인 1표라고 했다. "민주주의와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처럼 서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협동조합이 담당하고, 시중은행은 기업 대출 같은 산업금융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한계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상호금융은 지역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손발 묶어놓고 뛰라는 것"이라며 "신협 혼자 해서 될 게 아니라 농협·마을금고·수협·축협 5개 상호금융권이 함께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가 꾸준히 제기해온 것이 상호금융권을 통합 관장하는 협동조합청의 신설이었다.
◆해외에서 본 것을 대구로
신협 중앙회장을 8년간 맡으며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성과를 쌓았다.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을 역대 최초로 4연임했고, 세계신협협의회(WOCCU) 이사도 4연임에 성공했다.
120개국을 다니면서 그가 확인한 것은 하나였다. 한국 농산물이 세계 시장에서 먹힌다는 것. 이제 그 가능성을 대구에서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태국, 베트남 동남아 행사에 한국 딸기·참외가 빠지면 격이 안 선다는 말을 합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동남아 딸기 수출이 1천억원을 넘었어요. 이건 이제 시작입니다."
특작물 수출의 성공사례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뉴질랜드 사과 농사를 들었다. 중국인들이 행운의 의미로 여기는 '福(복)' 글자를 종이에 써서 사과에 씌우면, 숙성 과정에서 글자가 표면에 새겨지는데 중국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된다. 중국의 반대편에 자리한 뉴질랜드에서 이러한 사과가 생산, 중국으로 수출된다는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뉴질랜드에서 수출하면 물류비가 얼마나 많이 들겠어요. 그래도 중국에서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니 수출을 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배로 사흘이면 닿아요.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닙니까?"
바로 옆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정부와 국내 농가는 쌀농사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래서 내놓은 구상이 대규모 특작 타운이다.
"드넓은 땅에 블루베리와 같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특작물을 심습니다. 그냥 밭이 아니라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내고 텐트촌을 만들어 주말마다 가족이 오도록 기획하는 거예요. 가족들이 특작물을 수확하면 일부는 가지고 가고 일부는 수출을 합니다. 인건비도 줄이고 일석이조인거죠."
고령화로 농촌을 지킬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귀농을 장려하기보다 이 같은 특작물을 수확하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해야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TK신공항은 지역의 경쟁력
8년 동안 해외 자본과 교류하면서 그가 절감한 것이 있다. 바로 장거리 노선이 있는 '공항'이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독일 협동조합 계열 글로벌 보험사와 교류 하던 중 대구 지역에 투자를 요청하고 싶었다. 이들을 지역에 불러와 여러곳을 보여주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는다"라며 "열몇 시간 비행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또 대구까지 몇 시간을 들여서 오고 싶겠느냐. 직항이 돼야 지역의 투자를 유치하든 뭔가 이야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해외 투자가 쉽사리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가 접근성과 규제 장벽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해외 투자자를 대구로 불러들이려면 공항이 먼저 완성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끝으로 김 전 회장은 신협 후임 체제에 조언의 말을 남겼다. 그는 "조합마다 규모와 상황이 달라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획일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라며 "온뱅크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더 고도화해 금융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것으로 '신협다움'을 강조했다.
"규모나 속도가 아닙니다. 신협의 경쟁력은 '신뢰'와 '사람 중심의 가치'에 있어요. 그걸 지키면서 가야 합니다."
〈주요 경력사항〉
▷2018. 3.~2026. 2. 제32·33대 신용협동조합중앙회 회장
▷2018. 3.~2026. 2. 세계신협협의회 이사
▷2018. 3.~2026. 2.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
▷효성청과 CEO
▷아리아나 CEO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서예부문 심사위원
〈수상내역〉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서예부문 최우수상
▷매일서예대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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