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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전종훈] 여론조사, 민심인가 '설계된 숫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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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응답 편중…'보통 유권자'는 빠졌다
표본·설계 논란…대표성 흔드는 구조적 한계
민심은 숫자 너머…소신 투표의 중요성

사회2부 전종훈 기자
사회2부 전종훈 기자

"모르는 번호는 안 받습니다."

경북 안동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보통 유권자'는 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사 전화가 지나치게 빈번하기 때문이다.

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권자들은 조사 전화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실제 민심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치상으로는 앞서지만 체감 지지율은 다르다는 의미다.

여론조사는 일정 표본을 통해 전체 유권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관건은 이 표본이 얼마나 '대표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표본 수가 많을수록 오차는 줄어들지만 현실에서는 비용과 시간의 제약으로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표본이 수백 명 수준에 머무를 경우 특정 연령대나 정치 성향이 과대표집되면서 결과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질문 문항 역시 미묘한 표현 차이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어 결과 왜곡 가능성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선거법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일정 기준을 두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조사기관, 표본 수, 오차범위, 질문 내용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설계 자체의 의도성'까지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론조사 일정이나 전화번호가 사전에 공유되는 사례도 꾸준히 제기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반드시 응답하라"는 메시지가 확산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선전화 방식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여론조사가 여전히 유선 비중을 포함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착신전환' 시스템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대의 전화를 자신에게 연결해 응답할 경우 동일 인물이 여러 표본으로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 조사기관들이 중복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기술적 허점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유선전화 의존도가 높아 이러한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조사심의위'를 운영하며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나 공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사후 규제 중심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사 설계부터 응답 과정까지 전반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표본 설계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사 원자료 공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유선전화 비중을 줄이고 중복 응답을 보다 정밀하게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한 처벌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여론조사를 '절대적 지표'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실제 민심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결국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각자의 판단과 소신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납득할 수 있는 투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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