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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박정현 개인전 '기꺼이 불편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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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까지 갤러리CNK

갤러리CNK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CNK 전시 전경. 갤러리CNK 제공
갤러리CNK 전시 전경. 갤러리CNK 제공
자신의 작품
자신의 작품 '기꺼이 불편할 인간의 자유' 앞에 선 박정현 작가. 이연정 기자

"효율과 최적화가 미덕이 된 시대, 인간은 불편함을 제거하며 점점 더 완벽한 존재가 돼가고 있죠. 하지만 저는 굳이 불편한 선택을 하는 용기가,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자유는 오히려 자유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적당한 불편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박정현 작가는 그것을 굳게 믿는다.

갤러리CNK(대구 중구 이천로 206)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기꺼이 불편할 자유'는 그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 2층 공간에는 자전거 하나가 놓였다. 그 앞에 놓인 패널에는 '룩(LOOK)', '투(TO)', '디플리(DEEPLY)', '씨(SEE)' 단어가 각 8등분으로 나눠졌다. 이 작품은 참여형 설치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페달을 굴리면 체인으로 연결된 패널이 돌아가며 잔상 효과로 인해 글씨가 나타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자전거 위에서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비효율적인 노동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관람객은 스스로 선택한 불편함 속에서 묘한 몰입과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단순히 문장을 확인하고 정답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불편함을 선택하고 즐기는 인간의 주체적인 자유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의 작업은 관객에게 행동을 요구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보고 듣지 않을 자유, 포기할 자유 역시 남겨둔다. 그 선택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망설임과 노동, 호흡의 변화가 바로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0.917_Between the the Lines, 2026.
박정현, 0.917_Between the the Lines, 2026.
박정현, 0.917_기꺼이 불편할 인간의 자유, 2026
박정현, 0.917_기꺼이 불편할 인간의 자유, 2026

전시장 3층은 언뜻 보면 한글 같은데 도무지 읽기 어려운, 가로·세로 2.8m의 대형 작품이 전시돼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총론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필사한 것으로 글자의 윗부분 일부만 드러났다.

그 의미는 제목 속에 숨겨져 있다. 제목 속 '0.917'은 수면 밑으로 91.7%가 잠겨있고, 우리가 보는 부분은 전체의 8.3%에 불과한 '빙산의 일각'을 뜻한다. 거대한 추상화 같은 그의 작품은 견고한 법의 체계 자체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불확실성, 진실을 마주하는 개인의 태도 등을 얘기한다.

작가는 "많은 현대인들이 이 작품처럼 내면의 많은 부분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며 "헌법 역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추상적인 면이 많았고, 그래서 해석에 있어 혼란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그 숨겨진 해석의 여지를 글자를 가림으로써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꺼이 불편할 자유'라는 전시 제목에 대해, "내가 자유롭고 싶어서 이 작업을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심지어 사회 생활을 할 때도 어머니가 차로 태워다닐 정도로 가족의 과보호 속에서 자랐기 때문.

그는 "신체적으로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이었지만, 그만큼 어떤 틀에 가둬져있었기에 나이가 들고보니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며 "그래서 불편함에 의한 즐거움, 불편함을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방법에 대해 작업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천재보다 바보가 되기 힘든 현대인'이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제 작업의 태도를 규정하는 문장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게 인간다움이란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굳이 불편한 선택을 하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태도 속에서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봅니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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