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배형욱] 위기 앞 포항, '진짜 정책'이 필요하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운명 공동체인 철강과 포항…양대 노조의 절박한 외침에 책임 있는 실천으로 응답해야

배형욱 사회2부 기자
배형욱 사회2부 기자

최근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소속 현대제철지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소속 상급 단체가 다르고 지향하는 노선이 다른 두 거대 노조가 '철강연대'라는 이름으로 결속한 이유는 하나다. 벼랑 끝에 몰린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상황을 전례 없는 복합 위기로 규정하며 포항시장 후보들에게 공동 정책토론회를 제안했다.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의 연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들이 왜 이토록 절박하게 목소리를 내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포항과 철강산업이 지나온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를 되짚어 봐야 한다. 포항은 철강과 함께 성장해 온 도시다. 반세기 전 영일만의 조용한 어촌 마을은 거대한 용광로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 산업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제철소는 포항 시민들에게 든든한 일자리를 제공했고 지역 경제를 이끄는 가장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철강산업의 위기를 곧 포항이라는 도시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처럼 오랜 시간 얽혀 온 깊은 유대감 때문이다.

현재 포항 철강업계는 냉혹한 현실에 처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값싼 외국산 철강재가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고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제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최근 가파르게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더해졌다. 이른바 '4중고'의 늪에 빠진 셈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현재 포항 철강산업을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응급실 환자'에 비유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철강산업이 흔들리면 그 충격은 공장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당장 10만 명에 이르는 철강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다.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 흔들리면 소비가 움츠러들고 동네 상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 노조 측의 경고처럼, 포항이 활력을 잃고 쇠퇴한 공업 도시인 '러스트 벨트'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철강의 심장이 멈추면 포항의 심장도 멈추게 된다.

이런 연쇄 붕괴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포항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국회 차원의 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당장 지역 현장에서 숨통을 틔워 줄 지자체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강연대는 포항시장 후보들에게 분산에너지 특구 활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방세 감면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요구했다. 선거철에만 등장하는 듣기 좋은 약속이 아니라 규제를 넘어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추진력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묵은 병폐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지역 철강기업에 기대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정치 세력, 이른바 '포피아(포항 마피아)'를 철저히 조사하고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위기를 틈타 사익을 추구하는 구태 정치를 뿌리 뽑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렇기에 이번 포항시장 선거는 단순히 행정가를 뽑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벼랑 끝에 선 지역 산업을 살려낼 진짜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후보들은 막연한 약속이 아니라 당장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과 숫자로 답해야 한다. 누가 포항의 심장을 다시 힘차게 뛰게 할 수 있는지 이제 후보들 스스로 증명할 시간이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지역 민심이 국민의힘에 매우 불리하다고 진단하며, 공천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달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와 중동 전쟁 여파로 아파트 입주 전망이 악화되고 있으며, 대구 지역의 입주전망지수는 ...
대전 오월드에서 수컷 늑대가 탈출해 이틀째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며, 경찰과 군, 특공대가 함께 늑대의 흔적을 찾고 있다. 탈출한 늑대는 2...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