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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석민] 그레이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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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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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을 성동격서(聲東擊西)라고 한다. 병법(兵法)의 기본이다. 동쪽을 치면서 동시에 서쪽을 돌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응용 전술은 동격서파(東擊西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에 정신이 쏠려 있는 사이 동아시아에서는 충격적인 힘의 균열이 발생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양국 간 국방 협력 관계를 '주요 국방 협력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중립 성향의 인도네시아가 미국 측으로 기운 것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말레이반도 사이의 말라카 해협은 세계 해상 물류의 40% 이상이 통과한다. 한국·중국·일본·대만 등의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이 이곳을 지난다. 동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보다 몇 배 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要衝地)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사전 통보하는 경우 영공(領空)·영해(領海) 통과를 즉시 허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말라카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상 물류는 인도네시아 순다, 롬복, 마카사르 해협 등을 지나 필리핀 민도로 해협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미국이 인도네시아의 영공·영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중국으로 향하는 모든 바닷길을 막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미국·일본·필리핀 3국 간 군사적 협력 역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이달 20일부터 내달 8일까지 예정된 필리핀 '발리카탄 2026' 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며, 일본 자위대가 사상 처음 전투부대를 파견해 실전 훈련(實戰訓鍊)에 참가한다. 지난 6일 이미 시작된 '살라크닙 2026'에는 호주, 뉴질랜드까지 합류했다. 가상 적국(假想敵國)이 중국이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어쨌든 한국만 쏙 빠진 모양새이다.

공산국가인 베트남의 변신도 놀랍다. 베트남은 국방 현대화를 명목으로 미국산 F-16V(최신 사양) 24대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24년 11월 훈련기 첫 인도분이 전달됐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베트남까지 미국 쪽에 줄을 섰다는 확실한 신호이다. 미국이 펼치는 그레이트 게임 속에서 한국만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는 불안감(不安感)이 엄습하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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