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마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德目)이 있다. 국가의 번영은 그러한 덕목을 갖춘 지도자가 국민과 함께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 달성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능력의 극대화'는 신의(信義)를 바탕으로 해야만 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번영을 도모하려면 신의에 기반한 사회의 구축이 급선무이다. 그래서 예부터 신의는 최고의 가치를 갖는 사회 원리로 작동해 온 것이다.
요즈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청와대 오찬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적어도 그의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는 아닌 듯싶다. 정계를 은퇴한 사람에게 큰 관심이 쏟아졌으니 말이다. 홍준표는 5선 국회의원, 경남도지사, 대구시장을 비롯하여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제19대 대선) 등을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비록 "당이 나를 버렸다"고 선언하면서 정계(政界)를 떠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는 보수의 큰 자산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영향력 있는 원로이자 지도자이다.
가설적이긴 하지만 홍준표만 한 인물이 국민의힘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과연 그 당이 오늘과 같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한 모습을 보일까 반문해 본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그는 '보수의 아이콘'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둔갑하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정'과 'TK신공항 건설'을 이유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처럼 그가 보수 진영과 영원한 작별을 고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수의 재건을 위한 마지막 충정인가,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받은 섭섭함의 극단적 표출인가, 아니면 국무총리 자리라는 반대급부(反對給付)가 도사리고 있는가.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홍준표는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말들을 나누었으며…TK신공항 지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적 제한 해결, 손학규 선배 관련 등의 부탁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국무총리가 되어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라는 고백처럼 들림은 왜일까?
홍준표는 "30년을 당에 충성하는 정치를 했으니, 이제 나머지 인생은 국익에 충성하며 살기로 했다"라고 말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나 국가에 헌신해야 할 책무를 진다. 그런데 그의 이념과 그가 누려 온 보수 정당에서의 소임(본인은 혜택을 받은 바 없고, 자신의 가치로 당선되었다고 주장함)을 감안한다면, 30년 동안이나 자신이 몸담았던 보수 진영에 헌신하는 형태로 국익에 충성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신의에 맞지 않을까.
그는 "한국의 정치가 국가의 이익을 위한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감(私感)으로 다툼을 한다"고도 하며 아쉬워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그가 국가의 지도자로서 그리고 보수의 원로로서, 어느 경우든 '이 지경이라는 한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홍준표가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는 존경받는 지도자의 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국익에 충성하겠다'는 그의 말, '신의를 저버린 배신자'라는 비판, 어느 쪽이든 결국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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