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8월 13일, 제52회 임시국회 본회의장. 전투부대 파병동의안이 통과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전투부대를 해외에 파병하는 역사적 결정이었다. 육군 수도사단 맹호부대를 제1진으로 선정해 두 달 뒤인 10월 12일, 여의도 비행장에서 결단 및 환송식이 거행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제 우리 국군은 조국을 떠나 해외로 간다. 가서 잘 싸우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했다.
◆ 귀신 잡는 해병, 정글의 맹호…베트남 장악
1965년 10월 9일, 해병 제2여단 청룡부대가 월남 캄란만(Cam Ranh)에 상륙했다. 같은 해 10월 22일에는 육군 수도사단 맹호부대 제1연대가 퀴논(Qui Nhơn)에 상륙하며 뒤를 이었다.
청룡부대는 투아호아·추라이·호아안 등 격전지를 전전하며 수많은 작전을 수행했다. 그 중 1967년 2월 14일 밤부터 15일까지 사투를 벌인 짜빈동(Tra Binh Dong) 전투는 세계 전사(戰史)에 기록될 신화였다.
프랑스군·미군도 끝내 무너뜨리지 못한 공산군의 요새를 한국 해병대가 단 두 시간 만에 점령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12년간 수백만 발의 포탄을 쏟아낸 연합군이 실패한 요새를 한국 해병이 두 시간 만에 점령했다. 대체 우리 연합군에게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라고 썼다.
맹호부대의 전공(戰功)도 눈부셨다. 1966년 8월 캄보디아 국경 인근 둑코(Duc Co) 전투. 맹호 9중대는 증강된 월맹군 1개 대대의 야간 기습을 받아 6시간의 격전 끝에 적을 격퇴했다. '중대 전술기지' 운용 개념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입증한 대승이었다.
자유우방 각국의 지휘관과 전술 전문가들이 맹호부대를 직접 방문해 교훈을 얻어 갔다. '무서운 한국군'이라는 대명사가 붙었다. 북베트남 호치민(Ho Chi Minh)은 "한국군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라. 특히 맹호를 만나면 모든 작전을 취소하고 철수하라"고 자국 군에 명령했다.
◆ 박정희의 승부수
파병은 처음부터 한국이 먼저 제안했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가 절실했다. 군사 정권의 정당성, 그리고 미국의 군사·경제 지원이었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거절했다. 여러 차례 파병 의사를 전달했지만 케네디 재임 중에는 성사되지 않았다. 전환점은 1963년 케네디 암살 이후였다.
제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협상 물꼬가 트였다. 첫 파병은 비전투부대였다. 6·25전쟁 참전 우방국에 보답한다는 명분이었다. 전투부대 파병은 달랐다. 미국의 베트남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국제 여론이 팽배했다.
UN 가입을 준비하던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1965년 5월 22일, 존슨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기를 보내 박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한미관계 역사상 전례 없는 파격적 예우였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전투부대 1개 사단 파병을 공식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조건을 제시했다. 주한미군 유지, 경제·재정적 지원, 국군 장비 현대화였다. 이른바 '브라운 각서'로 불리는 협상의 골격이었다.
◆ 월남 파병…대한민국의 산업화 앞당겨
베트남 파병은 한국 경제의 전환점이 됐다. 한국 정부는 파병 대가로 약 2억 3,0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하역·건설 등 민간 부문의 외화 유입까지 합산하면 규모는 더 컸다.
1965년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 103달러. 베트남 파병이 본격화된 이후 541달러로 치솟았다. 5배 이상의 증가였다. 미국에서 들여온 차관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어졌다. 경제 인프라가 깔렸고, 산업화의 물적 토대가 이 시기에 마련됐다.
군(軍)도 변했다. 베트남 파병으로 확보한 재원은 국군 장비 현대화의 종잣돈이 됐다. 실전 경험을 쌓은 장병들은 귀국 후 한국군의 전투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파병의 대가는 경제 성장 그 이상이었다. 8년 5개월간 연인원 32만 4,000여 명이 참전했다. 전사자 5,000명, 부상자 1만여 명. 그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남의 나라 전쟁에서 흘린 피가 고속도로를 놓았고, 공장을 세웠고,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앞당겼다. 파병 용사들의 헌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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