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성공의 비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이른바 '3고(高)' 중첩 위기를 두고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호황과 명목성장률 10% 육박, 세수 확충과 국가부채 비율 하락이라는 선순환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 착시'와 '수사적 논리'로 위기를 포장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AI 붐을 탄 글로벌 반도체 경기 덕에 일부 첨단 대기업 실적이 좋아진 것을 두고 한국 경제 체질 전반이 도약하는 것처럼 과장해선 안 된다. 대기업 호(好)실적이 고용이나 소상공인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내수 시장도 좋지 못한 게 현실이다. 늘어나는 대출 이자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서민은 지갑을 닫고 있다. '성공의 과실'은 왜 서민 가계와 골목상권, 중소기업엔 미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비용'만 떠맡아야 하는지, 일부 대기업만의 잔치 등 양극화만 심화시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스피 상승에 따른 외국인 차익 실현 매도세의 환전 수요가 환율을 높인 만큼 고환율도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라는 논리 역시 견강부회(牽強附會)다. 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떨어졌는데도 이를 성공의 증거로 드는 건 과하다. 글로벌 긴축 기조 영향도 크겠지만,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고물가를 고착화하고, 금리 인하를 막아 고금리를 장기화시켜 서민 경제를 옥죈다. 그런데도 고환율이 '성공의 증거'인 양 언급하다니 해괴하다.
'성공의 비용' '도약의 마찰음'이란 말로 은근슬쩍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하라'는 듯 전가(轉嫁)해선 안 된다. '반도체 착시'를 앞세워 '위기가 아니다'며 서민 경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할 말도, 할 일도 아니다. 서민에겐 지금의 고환율·고금리·고물가는 '도약의 마찰음'이 아니라 '생존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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