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공연창작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합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의 지역 예술발전을 위한 철학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긴 얘기다. 올해는 문화예술 특히 공연기획에 발을 들여놓은 지 39년째인 김 관장은 대구는 여건상 여러 가지 열악한 실험적인 공연이나 새 창착물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한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김 관장은 카카오 바이크로 출퇴근을 하면서, 진취적 사고로 하루를 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연간 자체 공연기획비는 6억원 안팎. 이 돈으로 제대로 된 공연 작품 하나 올리기에도 버거운 수준이다. 이런 열악한 예산 탓에 김 관장은 외부로 눈을 돌렸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60억원에 달하는 국비 예산을 확보했으며, 서울의 국립예술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지역에서도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데 앞장 섰다.
김 관장은 문화계 리더의 4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창작 콘텐츠 기획 ▷각종 인프라 운영 ▷인적 네트워크 관리 ▷솔선수범 리더십. 더불어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들(배우들)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창작진과 무대 뒤 스태프들이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관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년 6개월 동안 이룬 3가지 업적
2022년 12월에 대구문화예술관장에 취임한 그는 지난 재임기간 동안의 성과에 대해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이미지 변신과 정체성 확립이다. 오래된 공연장을 리모델링했으며, 문화계 맏형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 새 시장 취임과 함께 '회관'이라는 명칭 변경도 협의중이다. 둘째는 창작 콘텐츠 생산과 공연 지원 시스템 정착이며, 셋째는 대구시립예술단의 안정적 운영이다.
관장 취임과 함께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다시 시민 속으로". 그는 좋은 작품을 대구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내고, 시립예술단원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회관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스태프들과 행정 지원부서가 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공연 작품입니다."
김 관장은 또 자신이 자리를 떠나더라도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 발전계획도 수립했다. 중장기 발전계획 안에는 조직이 나아가야 할 장기적 비전과 함께 누가 차기 관장이 되더라도 변치 않을 시스템적인 안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새 시장 취임과 함께 저는 또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며 "누가 오더라도 대구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계획은 크게 달라질 수가 없다. 그만큼 사심없이 많이 고민해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화려한 이력 "KBS→삼성→충무→세종→정동"
김 관장의 문화예술계 경력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다. 서울에서 첫 직장인 KBS(한국방송공사)에서 7년 동안 KBS 교향악단 운영과 88올림픽 문화축전단 독일권 담당을 했다. 이후 퇴사해 삼성 영상 사업단으로 이직해, 영화 '쉬리', 서태지와 아이들 공연 등 초대박 히트 작품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잘 나가는 인생에도 실패란 늘 있는 법. 그는 KBS와 삼성에서는 문화 사업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엔터사업 기획사 '유투피아'를 설립하고, 야심차게 각종 문화기획 모델을 생산했지만 2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KBS와 삼성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일을 진행할 때와 민간에서 맨 땅에 헤딩하듯 하려 하니 계획한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서울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대작 '프랑켄슈타인'을 제작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 작품은 아직도 전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저작권료 수입이 생기는 충무아트센터의 효자 상품이다. 그는 자신을 추천해줬던 고(故) 이종덕 88예술단 단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에는 공모를 통해 수십대(30~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 자리를 꿰찼다. 그는 재임 기간동안 세종문화회관의 격을 높일 수 있는 각종 기획 작품들을 서울시민들에게 내놓는데 주력했다. 이후 정동극장 대표로 옮겨가 '국립'이라는 명칭을 달도록 했으며, 정동극장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미싱링크→설공찬전→피아노의 숲
김 관장은 취임 이후 매년 하나의 기획 작품을 내놓았다. 2024년 미싱링크, 2025년 설공찬전, 올해는 피아노의 숲. 세 작품 모두 공통점은 외부와의 협업이다. 자체 예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구시립극단 배우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출연료를 대폭 아낄 수 있는 점을 활용했다.
올해 선보이는 '피아노의 숲'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공동 기획 작품이다. 영국 연출가와 작곡가가 참여하고, 700만부가 팔린 일본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23명의 출연진이 일인다역을 통해 70여 배역을 다 소화한다. 김 관장은 "실력있는 창작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실현하는데 난관이 많지만 대구가 낳은 멋진 작품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달 3일부터 선보이는 유료 전시 기획전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 역시 대구시민들에게 보다 수준높은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13관에 이르는 전시관을 일반 예술인을 위한 대관으로만 채울 수는 없다"며 "1~5관은 자체 기획 전시회를 하고, 6~12관은 일반 대관, 13관은 미술교육 아카데미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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