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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하반기 증시]이진우 메리츠證 센터장 "반도체 조정은 성장주의 숙명…펀더멘털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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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코스피 순익 1000조…올해 코스피 상단 1만1500포인트 유효"
"하반기도 반도체가 주도 섹터…증시 방향성 9월 확정"
"극단적 변동성 국면, 레버리지 대신 현금 비중 확보를"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성장하는 산업은 이런(조정, 변동성) 과정을 한 번씩 거칩니다. 그걸 극복하면 다시 재평가가 이뤄집니다."

코스피가 'AI(인공지능) 거품론' 우려 속에 최근 가파른 조정을 받으면서 반도체 주도 장세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최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급락을 성장 산업이 거치는 필연적 조정으로 진단했다. 기업의 펀더멘털은 변한 것이 없고, 빠르게 오른 주가에 대한 반작용과 수급 문제가 겹친 국면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조정은 예상됐던 국면"이라며 "이 과정을 극복하면 다시 재평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상반기 증시를 "겪어보지 않은 사이클"로 요약했다. 지난 10~20년의 흐름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산업 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장이 불안정한 건 당연하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근거로는 실적 체력의 도약을 들었다. 이 센터장은 "한국 기업의 기초 실적 체력은 200조원 안팎이고, 가장 좋았던 코로나 시절에도 180조원이 최대치였다"며 "그런데 내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은 1000조원 수준으로 거의 다섯 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 순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이며, 그 중심에 민간의 AI 인프라 설비투자(캐펙스) 사이클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 정도 대규모 민간 투자는 IT 버블 이후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지금의 조정과 구조적 성장은 별개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익 체력 자체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선 만큼 단기 변동성이 사이클의 방향까지 바꾸지는 못한다고 봤다.이런 실적 판단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을 두 분기 연속 시장에서 가장 근접하게 맞혔다. 1분기 시장 컨센서스가 영업이익 38조원 수준일 때 메리츠증권은 54조원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고, 실제 발표치인 57조원에 가장 근접했다. 2분기에도 컨센서스가 85조원 안팎에 머물 때 90조원을 제시해 실제치(89조원)를 거의 정확히 맞혔다. 시장이 반도체 실적을 반복해서 과소평가하는 사이 메리츠증권은 그 이익 체력을 앞서 읽어낸 셈이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산업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매크로와 전방 수요, 연관 산업을 크로스체크하며 하나의 사이클로 본다"며 "다른 증권사에 비해 섹터 간 협업한 리포트를 자주 쓰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연간 밴드 상단 1만1500포인트 유효…밸류 괴리 좁혀질 것"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으로 1만1500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급락에도 이 목표치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측면의 변화는 없고, 시장 내부 수급 메커니즘의 문제와 빠르게 오른 주가에 대한 반작용이 겹쳐 나타난 조정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1만1500포인트는 기존 전망 실적만으로도 멀티플 프리미엄을 주지 않고 설명 가능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실적이 추가로 개선되거나 금주 주말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밸류에이션 잣대가 바뀔 경우 목표치 상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주목할 지점으로 꼽았다. 메모리 시장 점유율 1·2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20~30%에 달하는 만큼 이 괴리는 좁혀질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코스피가 9300대까지 올랐을 때도 반도체는 밸류에이션이 거의 오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반도체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는 의미로, ADR 상장이 그 의구심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이익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사이클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는 경기 변동에 민감해 지속 기간이 짧지만 지금은 빅테크가 투자를 주도하는 B2B(기업 간 거래) 국면"이라며 호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인프라 투자는 단기간에 조성되지 않는 데다 현재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판단에서 하반기 주도주 역시 반도체를 꼽았다. 그는 "반도체와 관련된 병목 현상이 기판, 전력 등 밑단으로 내려오고 있다"며 AI 인프라라는 큰 틀에서 낙수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여전히 중심은 반도체라고 봤다. 다만 방향성이 확정되는 시점으로는 9월을 지목했다. 그는 "지금 시장은 과거에 얼마 벌었는지보다 앞으로도 벌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국면"이라며 빅테크 실적과 투자 가이던스, 내년 수요 조사까지 확인되면 상승 여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단기 변동성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좋은 기업이며 트렌드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시장 일각의 순환매 기대에 대해서는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실적이 좋은 기업으로 순환매가 올 것"이라고 했다. 실적 시즌에 들어서면 서프라이즈를 낸 기업으로 자금이 자연스럽게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화장품과 은행 등 금융업종을 실적이 탄탄한 업종으로 꼽았다. 조선·방산에 대해서는 "수주 모멘텀으로 가는 업종이라 장기적으로 좋게 보지만 최근 밸류에이션 논란이 있다"며 결국 수주와 실적으로 증명하는 시차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시장 쏠림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외 현상이 짙은 코스닥에 대해서는 구조 재편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은 돈 버는 기업이 별로 없고 절반 이상이 적자"라며 질적 재편을 통해 신뢰가 쌓여야 관련 상품도 출시될 수 있다고 봤다. 액티브 펀드가 상장지수펀드(ETF)로 대체되며 종목 선별 수급에 공백이 생긴 점도 코스닥 소외의 배경으로 꼽았다.

◆"극단적 변동성엔 현금 비중…레버리지 경계"

하반기 경계 변수로는 빅테크의 투자 가이던스 변화를 첫손에 꼽았다. 산업 측면에서는 9월을 분기점으로 봤다. 그는 "지난해 반도체 랠리의 시작도 9월이었다"며 "반도체 업체들이 내년 수요 조사를 9월에 하는데,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확인되며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대외 변수로는 금리를 지목했다. 그는 국내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경기가 뚜렷한 활황이 아닌 데다 고용도 취약하고, 물가를 자극하던 유가마저 진정될 가능성이 있어 인하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봤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 차례가량의 인하를 예상했다. 반면 국내는 수출 경기 호조에 전쟁 이후 재고 축적 수요까지 맞물려 오히려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금리 흐름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인상 기대가 줄고 한미 금리 차가 좁혀질 경우, 그간의 원화 약세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다만 "드라마틱한 흐름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급격한 변동보다는 점진적인 진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원화 방향은 외국인 수급과도 맞닿아 있다. 이 센터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셀 코리아'가 아닌 리밸런싱으로 해석했다. 급등 전 1500조원이던 외국인 보유 시총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며 인덱스상 한국 비중이 과도해진 데 따른 차익 실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업황 기대가 다시 살아나거나 원화가 안정되면 외국인은 언제든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연기금 리밸런싱에 대해서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만큼 중립적 변수로 봤다.

개인 투자자를 향해서는 현금 비중 관리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방향이 잡히지 않은 극단적 변동성 국면에서는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현금 비중을 항상 가져가야 한다"며 타이밍을 맞출 수 없는 만큼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 이해도가 높지 않은 투자자도 많은데 지금처럼 급등락하면 손실 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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