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정원오 말고 더 있다? 지선 앞 너도나도 '리틀 이재명'
6.3 지방선거 공천 시즌에 여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리틀 이재명' 수사가 난립하고 있다. 타칭과 자칭 가리지 않으면서 마치 유통업계의 '라이선스 생산' 같다는 비유도 하게 만든다. ◆정원오만? 황명선發도 최근 리틀 이재명이라는 표현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게 가장 잦게 붙고 있다. 일종의 사전 마케팅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14일 뉴스1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저를 리틀 이재명이라 불러주시는데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타칭에 대한 반응을 밝히더니, 같은해 12월 4일 시사인 유튜브 출연 땐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성남시장을 하실 때 주민들께 굉장한 효능감을 줬다. 삶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는 거, 그런 측면에서 성동구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효능감을 느낀 주민들께서 제게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는데 (이 대통령과의) 차이라고 하면 좀 사이즈 차이가 있다"면서 "저는 리틀 이재명이다"라고 자칭도 구사했다. 그런데 리틀 이재명이 이번에 처음 나온 별칭은 아니다. 앞서 자타공인 '찐명'(진짜 이재명계)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붙었다. 그는 충남 논산시장으로 있던 지난 2022년 8회 지선 때 충남도지사 경선에 도전하며 "많은 분들이 저한테 '충남의 이재명' '리틀 이재명'이라고 이야기를 하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요즘 황 최고위원은 자신이 받았던(또한 스스로 가리켰던) 수식을 다른 지선 도전자들에게 붙이는 흡사 '감별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문정우 전 충남 금산군수(금산군수 출마) 출판기념회를 방문해 "뚝심과 진정성, 세일즈 등 제가 신뢰하는 분이다. 리틀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튿날인 2월 1일엔 전문학 전 민주당 당 대표 특보(대전 서구청장 출마) 출판기념회에 가서 "이 대통령이 직접 '전문학은 리틀 이재명'이라고 표현한 것은 자치분권을 통한 기본사회라는 철학과 실천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2월 7일엔 박정현 현 충남 부여군수(부여군수 출마) 출판기념회를 찾아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한 것처럼 기본사회와 더불어 사람사는 부여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진짜 리틀 이재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 1월 17일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송기섭 충북 진천군수(충북도지사 출마) 책 발간 행사(출판전시회) 방문을 앞두고 "리틀 이재명으로 불리우는 두 새로운 리더의 중요한 만남"이라는 똑같은 문구가 포함된 보도자료 인용 뉘앙스의 기사 3건이 나오기도 했다. 또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북도지사 출마선언문에서 "이 대통령이 정치적 롤모델이다. 전북도지사로 결정된다면 리틀 이재명이 되겠다"고 표현했다. ◆남발은 금물…李 진짜 의중은? 상표권(?) 주인인 셈인 이 대통령은 황 최고위원 등에게 이런 라이선스 생산을 허가한 걸까. 물론 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대한민국에선 그런 허락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치 수사다. 다만, 애초 명품 브랜드였던 프랑스 피에르가르뎅이 세계 140개국에 800개가 넘는 라이선스를 허용했다가(우리나라에선 수건·우산·양말로 참 많이 접한 상표) 브랜드 가치가 폭락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이 대통령 이름값도 그렇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하면 경남 남해군수를 하다 노무현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에 발탁됐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만 가리키는 것과도 대비된다. 리틀 이재명은 이번 지선을 앞두고 남발 상태인데다 실은 황 최고위원에 앞서서도 쓰였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때부터 그렇게 알려졌다. 정작 이 대통령은 직접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1명만 언급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8일 SNS X(구 트위터)에 성동구가 주민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92.9%의 긍정평가를 받았다는 기사를 공유, "정원오 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ㅋ"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정원오 구청장은 이 글을 재인용해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갈등 구도에 놓는 '명청대전' 프레임은 여전히 지속 중이지만, '리틀 정청래'라는 표현은 선거판에서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딴 건 몰라도 이 싸움 만큼은 이 대통령이 압도하는 모양새다.
2026-03-05 11:50:00
[커버스토리] 캐릭터 전성시대, 지자체 캐릭터의 미래는?
출범 3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만큼 익숙하지 않은 존재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마스코트 캐릭터(이하 지자체 캐릭터)다. 상당수 지자체가 구색으로만 갖추기에 주민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단체장이 바뀌면 교체되기 일쑤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본래 목적인 상징성을 담는 걸 넘어 캐릭터로 수익과 부가 효과를 내고자 열심이다. 캐릭터 소비가 퍽 늘어난 시대다. 뽀로로 다음 아기상어 다음 티니핑 등 아이들을 공략하는 캐릭터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MZ세대는 좋아하는 아이돌·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가방에 키링(열쇠고리)으로 주렁주렁 달기 바쁘며, 어른들도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에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인기 캐릭터를 쓰려고 경쟁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IP(지적재산권) 시장 규모는 2005년 2조7000억원대였던 게 20년이 지난 2025년 추정 16조2000억원대로 6배로 커졌다. 그만큼 캐릭터 없인 못 사는 세상이 됐다는 방증일텐데, 지자체 캐릭터가 비집고 들어가 기회로 잡을 순 없을까? ◆지역 '홍보대사'→돈 버는 '영업사원' 지자체 캐릭터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후 주로 지역 위인·특산품을 모델로 삼거나 설화·민담을 아이디어로 활용해 하나 둘 탄생했다. 붐이 일어난 건 2000년대부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0~2005년에만 108개 지자체가 175개 캐릭터를 개발한 걸 시작으로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 및 243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광역시·도는 전라북도를 제외하고, 시·군·구는 서울 강남구와 노원구·대전 동구(구 캐릭터 대신 18개 동 마스코트 사용)·강원 강릉시(홍길동 캐릭터를 보유했으나 2009년 홍길동 고향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인 전남 장성군에 패소해 상표등록 취소)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그러다 처음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지자체 캐릭터 사례가 나왔다. 2011년 만들어진 경기 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다. 한 공무원이 고양시 지명에서 착안해 만든 고양이 캐릭터와 SNS에서 말끝마다 "~고양"이라고 붙이는 귀여운 말투를 두고 관공서 전시행정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큰 호응이 나왔고, 이에 2013년부터 원래 고양시 캐릭터 코코를 대체했다. 지자체 캐릭터가 스스로 갇힌 '틀'일 수 있는 의미(지역 소재)보다 재미(고양시와 같은 발음인 고양이)에 집중하니 효과가 커진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서울 양천구에서도 나왔다. 원래 원구화(구의 꽃) 해바라기를 활용한 해누리가 있었는데, 지도상 양천구 경계선이 마치 강아지처럼 생긴 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이게 그대로 2017년 양천구 캐릭터 해우리로 개발됐다. 해누리와 공동 캐릭터이자 양천구 반려견 축제 마스코트로 쓰이고 있다. ◆펭수·日쿠마몬 롤모델로 떠올라 2019년엔 지자체는 물론 공공기관과 사기업에도 큰 자극을 주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자체 캐릭터는 아니다. EBS(교육방송) 캐릭터 펭수다. 기존 EBS 캐릭터들과 달리 성인을 타깃으로 한 유머 코드로 전국적 인기를 얻으며 광고 모델·협찬·상표권 판매·라이선스 상품(굿즈) 출시 등으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1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펭수를 계기로 지자체 캐릭터에 대해 지역을 홍보하는 기본 임무에 더해 지역경제 살리기까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면서 언론과 학계가 재주목한 사례가 일본 구마모토현 캐릭터 쿠마몬이다. 2010년 구마모토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들어져 관광상품·교통서비스·테마파크 등 각종 지역경제 요소와 연계돼 영업사원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2011~2023년 누적 매출액이 1조4000억엔에 달한다. 한국 돈으로 연 1조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2020년 다른 상업 캐릭터들을 제치고 일본 캐릭터 호감도 1위도 차지했다. 쿠마몬은 구마모토현 공무원이라는 의인화 설정이 특징인데,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이라는 설정이 인기 요소였던 펭수가 벤치마킹한 맥락이다. ◆예산낭비·부실관리·교체문제 도마에 스타가 된 펭수를 따라하고 엄청난 실적을 올리는 쿠마몬을 목표로 삼았지만, 국내 지자체 캐릭터들은 주목할 성공 사례를 내놓지 못했다. '공공' 내지는 '복지부동'의 관성 탓일까? 전북 전주시는 캐릭터 관리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신유정 전주시의원은 지난 1월 29일 의회 자유발언에서 "난립한 캐릭터를 정리해 전주의 얼굴을 하나로 정비해야 한다"며 전주시 캐릭터 맛돌이·멋순이를 비롯해 시·출연기관 등 11개 이상 공공 캐릭터를 언급했다. 대부분 인지도가 미미하거나 활용도가 낮다는 비판이었다. 신 의원은 캐릭터 개발 용역과 사업에 4억5천만원이 투입된 점을 가리키며 "일부는 저작권이나 상표권조차 확보 못했다. 활용 전략 없이 필요할 때마다 개별 용역으로 제작하다 보니 예산 투입만 반복됐다"고 지적, "기존 캐릭터 리뉴얼·신규 캐릭터 개발·목적별 캐릭터 통합이 필요하다. 잘 정립된 대표 캐릭터는 전주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직관적 '도시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 캐릭터 꿈돌이는 과거 부실 관리를 개선해 체계적 전략으로 도시의 언어가 되고 있는 사례다. 1993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로 탄생한 꿈돌이는 추억 속 캐릭터로 퇴장하는듯 했으나 2020년 카카오TV 내 꿈은 라이언을 통해 주목받아 다시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을 밟고 있다. 대전시는 마침 대전엑스포 개최 30주년이었던 2023년엔 꿈돌이와 꿈순이를 비롯해 친구·가족 캐릭터를 추가한 꿈씨패밀리를 구성,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런 재정비 과정에선 갑론을박도 불거진다. 첫 대중적 인기 사례인 고양고양이는 10년 만인 지난 2023년 가와지쌀 캐릭터로 교체되며 사용이 중지돼 논란이 발생했다. 희소한 성공 사례이자 고양시 인지도를 높인 자산을 왜 폐기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1월 18일 페이스북으로 "고양고양이 캐릭터 역시 한 시대의 노력 속에서 탄생한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고양시의 고유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충분히 담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가와지쌀 캐릭터는 고양시만의 역사·문화·특산물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도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구경북도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교체 고민은 대구시 캐릭터도 공유한다. 2000년 지정된 '패션이'이다. 섬유패션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캐릭터인데, 25년이 흐른 지금 대구 섬유패션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의미가 퇴색됐고 시민들도 잘 모른다. 그래서 2018년 캐릭터 교체 움직임도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1999년 도입된 경상북도 캐릭터 신나리도 비슷한 처지다. 신이 난 갓 쓴 나리(지체 높은 사람)의 모습인데, 갓 쓴 양반의 고장 안동에 경북도청이 있는 건 맞지만, 역시 매력과 인지도 모두 크게 떨어진다. 대신 대구시는 대구 도심 하천 신천에서 발견되는 멸종위기종 동물 수달로 2020년 도달쑤(도시 달구벌 수달) 캐릭터를 제작, 사실상 대구시 캐릭터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굿즈로도 출시돼 좀 더 인지도를 높일 태세다. 경북도는 실은 신나리 캐릭터의 미미한 존재감이 아쉬울 것이 없는 게 안동시와 공동기획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EBS·퍼니플럭스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엄마까투리 캐릭터를 성공 사례로 보유 중이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특히 아이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귀여운 꿩병아리 캐릭터들을 가족 세계관으로 탄생시켜 지역과 콘텐츠 시장에서 두루 활용하고 있다. 지역 상징성을 담으면서 상업 캐릭터 시장도 공략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시도는 대구경북에서 지속해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대구 수성구 캐릭터 뚜비가 활발하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의 생태 가치를 알리고자 지난 2024년 4월 출시된 뚜비는 곧장 첫 굿즈 상품을 선보여 18개월 만에 2억여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종류도 50여종까지 확장했다. 지자체 캐릭터지만 처음부터 상품화에 공을 들인 것. 굿즈 생산 일부를 지역에서 맡고, 지역 업체와 제과 등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역경제와의 밀착도 특징이다. 이어 문을 두드린 게 해외 진출이다. 수성구는 홍콩 글로벌 마케팅 라이선싱 전문기업 OBG와 뚜비 IP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월 25일 밝혔다. 경북 김천시 캐릭터 오삼이는 최근 대박을 터뜨린 김천김밥축제와 결합해 생명력을 연장한 사례다. 2020년 김천시는 방사지 지리산에서 김천 수도산으로 터전을 옮긴 반달가슴곰 KM-53을 지자체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런데 KM-53은 2023년 6월 경북 상주에서 민가침입 등 사고 방지를 위한 국립공원공단 포획 과정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오삼이의 서사는 멈추지 않았고, 2024년 김천김밥축제 성공을 계기로 김천 특산품 자두·호두로 맛을 내고 오삼이를 형상화 한 흑미밥을 넣은 오삼이김밥이 편의점에 출시되기도 했다. 대전 꿈돌이는 엑스포 종료 후 행사장에 마련된 꿈돌이랜드가 폐쇄되자 훼손된 채 방치된 꿈돌이 모형으로 시민들 인식 속에서 폐기 판정을 받았지만, 부활 서사를 썼다. 오삼이도 죽은 KM-53을 기리는 역할까지 부여받아 좀 더 특별한 캐릭터 서사를 써 나가고 있는 셈이다.
2026-03-05 11:30:00
[커버스토리] 지자체 캐릭터, 더 귀여워지고 세계관 확장해야 경쟁력…정책 뒷받침도 필수
캐릭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만큼 캐릭터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이 틈바구니에서 선택받고 주목받는 지자체 캐릭터만이 밥값(투입된 지자체 예산)을 할 수 있다. ◆좀 더 귀여워져라 우선 당장의 트렌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귀여워야 먹힌다. '지역단위별 공식 홈페이지 및 소셜미디어 지역캐릭터 활용현황 차이 비교'(2025)를 펴낸 남윤재 경희대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는 "일본 지역 캐릭터 성공 사례에서 확인되듯 쿠마몬과 후낫시(두 캐릭터는 2020년 일본 캐릭터 호감도 조사에서 지자체 캐릭터로는 유이하게 1위와 5위를 차지) 등 귀엽고 유쾌한 형태의 캐릭터는 지역 정체성보다 감성적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중성과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다"며 전북 익산시 사례를 들었다. 익산시는 애초 서동·선화공주 캐릭터가 있음에도 2019년 관광캐릭터 마룡이를 추가로 도입했다. 서동의 어머니가 용과 인연을 맺어 서동을 낳았다는 연못 마룡지에서 이름을 가져와 귀여운 용의 모습을 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어 2023년엔 기존 서동·선화공주 캐릭터도 2등신 비율로 다시 디자인, 좀 더 귀엽게 꾸몄다. 이 내용을 참고해 주간매일은 대구시 캐릭터 패션이의 귀여운 버전을 AI(인공지능) 챗GPT에 의뢰해 제작해봤다. 챗GPT는 단 1분여 만에 귀여워진 패션이를 만들어주며 "표정만 살짝 바꿔도 매력이 잘 살아났다"고 캐릭터 리뉴얼 작업 후기를 밝혔다. ◆세계관 넓혀 생명력 연장 롱런도 중요하다. 캐릭터의 성장판이 닫히지 않도록 계속 발을 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생명력 연장 전략이 요즘 유행이기도 한 세계관 확장이다. 뽀로로·아기상어·티니핑 같은 국산 캐릭터는 물론이고 산리오·디즈니·포켓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의 공통된 특징은 떼로 등장해 세상을 누비며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미 대전 꿈돌이가 꿈씨패밀리 세계관을 구성했고,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북 순창군은 발효의 힘을 깨우쳐 국왕 자리에 오른 고추장을 비롯한 각종 장류와 미생물들로 구성된 순창왕국 세계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남 교수는 "캐릭터를 새로 만들지 않더라도 기존 캐릭터에 구체적인 세계관을 설정하거나, 기존 세계관이 있더라도 활용하지 못했다면 적극 소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뜨지 못한 대다수 지자체 캐릭터들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통합 과제를 품은 대구경북은 기존 지자체 캐릭터를 한데 모으는 세계관 통합 이벤트에 나서도 좋지 않을까. 지자체장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는 동안 지자체 캐릭터들이 가상공간에서 대구경북 자연환경과 산업지대를 누비며 주민들과 만나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다면. ◆지역 캐릭터 진흥 입법 주목 지자체 캐릭터의 활로를 찾고 더욱 업그레이드시키는 시도가 활발해지려면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다. 김승수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북구을)은 지난해 11월 28일 대한민국 최초의 '캐릭터산업 진흥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급변하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 속에서 K-캐릭터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물론, 창작 기반 및 IP 보호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특색을 담는 캐릭터 육성 정책도 빼놓지 않았다. 법안 제17조가 '지역특화 캐릭터 육성'이다. 지역 역사·문화·자연자원·전통산업을 반영한 지역특화 캐릭터를 만들고 키우는 사업자 등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았다. 또 지역특화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상품·축제·공공서비스 개발부터 홍보와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김 의원은 "캐릭터는 K-콘텐츠의 출발점이자 수출을 이끄는 핵심 IP이다. 법 제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3-05 11:30:00
[금주의 이슈] 정치인 출판기념회 논란 지속…없앨까? 고쳐 쓸까?
'대한민국 헌법 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여기서 출판과 집회라는 단어를 합쳐 선거철에 구현하면 바로 '출판기념회'다. 주로 출마 예정자의 책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다. 이 행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책값 명목의 돈봉투가 늘 논란이다.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렇다. 불법은 아닌 출판기념회에 편법이라는 비판이 계속 따라붙는 까닭이다. 해법은 없을까? ◆법 사각지대 '눈 먼 돈' 꼬리표 정치인 출판기념회 행사장은 마치 결혼식장 같다. 결혼하는 부부 대신 출마를 결심했거나 그럴 것 같아 보이는 정치인이 무대에 오르는 행사장의 입구는 축하화환이 늘어선 풍경부터 똑닮았다. 돈봉투를 지참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접수대에 내고 방명록을 적는 것까지는 같은데, 식권이 아니라 책을 받는 게 좀 다를 뿐. 그렇게 모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주최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건 결혼식과 출판기념회의 핵심적인 공통점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모인 돈은 정치후원금과 달리 선거관리위원회에 수입·지출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으며 모금 한도 역시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이렇게 눈 먼 돈이 모이는 출판기념회는 일찌감치 일부 정치인이 악용한 바 있다. 2013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던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유관기관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축하금 3천36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신 의원이 사립유치원 특혜 내용이 담긴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대가, 즉 뇌물성 후원금으로 봤다.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최종 선고된 사례다. 이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판기념회는 꼭 불법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의심의 눈초리와 비판 여론이 향하는 타깃이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 좋게 보면 '솔직한', 동료 정치인들이 봤을땐 '순진한' 고백으로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해 6월 25일 이틀째 청문회 일정에서 과거 2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5천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 "국민 일반의 눈으로 봐서는 큰 돈이지만, (출판기념회)평균으로 봐서는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변, 되려 여론을 악화시켰다.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아이돌 팬미팅과 닮은 점은 수만원에서 10만원대로 형성된 팬미팅 티켓(돈봉투)과 대신 선물로 주는 아이돌 굿즈(책)정도다. 차이점은 아이돌 팬미팅 수익은 국세청에 신고돼 세금도 납부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총리에 대해서는 단 2차례 쇼로 억대 수익을 거둔 데다 세금 한푼 내지 않은 걸 아무렇지 않게 실토해 국민적 분노가 쏟아졌던 셈이다. ◆'꼼수' 논란에 '계륵' 처지 출판기념회 개최를 출마 선언으로 이해한 지지자들이 황당해 한 사례도 최근 잇따랐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책 '이태훈의 길' 출판기념회를 열어 대구시장 출마 채비를 드러냈다가 올해 2월 2일 돌연 출마 포기 선언을 했던 것. 3선 구청장인 그가 지난 2023년 12월 2일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을땐 그에 앞서 출판기념회 같은 출정식 성격의 행보를 보이지 않았기에 이번처럼 지지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일도 없었다. 그러면서 의구심이 향하게 된 출판기념회 수익의 향방은 향후 공직자 재산신고 액수 변동 내역정도로만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구청 직원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후 승진 대상자가 된 맥락을 두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달서구지부가 지난해 12월 23일 인사 철회 촉구 집회를 여는 등 논란만 더해졌다. 달서구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인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2월 23일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여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지난 1월 15일 서울시장 도전을 표명하고 2월 3일 자신이 지은 '빛의 혁명 빛의 명령'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걸 신속히 물린 맥락이다. 이 행사는 여러 참석자가 책 가격(2만5천원)을 넘어서는 돈이 담긴 봉투를 현금수거함에 넣는 모습이 여러 언론 보도로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서 의원은 공교롭게도 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 직전 출마 의사를 접었는데, 출판기념회 돈봉투 논란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건지 시선이 향한다. 물론, 꼭 선거 출마자가 아니더라도 상시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다는 항변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진행한 자신의 책 '대통령의 쓸모' 전국 순회 출판기념회가 대표 사례다. 지난 2월 12일 서울 국회 행사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서영교·박주민·전현희·김영배 의원 등)이 집결한 걸 시작으로 2월 20일 경기 수원 행사 땐 경기도지사 후보군(김동연 현 지사와 추미애·한준호·권칠승 의원, 양기대 전 의원 등)이 참석하는 등 지선 특별판 민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즉각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2월 13일 국민의힘은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5년 선고를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나 있으면서 이같은 출판기념회 행보를 밟고 있는 데다 민주당 유력 인사들이 대거 출동하는 모습을 두고 "민주당은 '범죄자 전문 병풍 부대'"라고 일갈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범죄자라도 써서(?)' 전국 순회 행사를 열어 지선 흥행몰이를 할 만한 콘텐츠가 국민의힘엔 없기에 부러움 섞인 시기와 질투도 충분히 드러낼 만한 사례였다. 이처럼 출판기념회는 포기하기 아까운 계륵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은 대구시장 출마를 계기로 정치 인생 22년 간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던 출판기념회(책 '주호영의 시간, 그리고 선택')를 지난 2월 22일 개최한 자리에서 "출판기념회를 비판 받는 행사로 인식했지만 6선쯤 되니 후배들에게 뭔가 남겨야 할 의무감에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또 누군가에겐 되려 리스크만 키우는 계륵일까. 비판 여론을 의식한 출판기념회 취소도 잇따랐다.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김형일 전 달서구 부구청장은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책 '책임' 출판기념회 취소 공지를 전하며 "출판기념회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와 국민적 정서를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뒤이어 같은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홍성주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2월 26일 페이스북으로 저서 '유쾌한 고집, 성주씨' 북토크 행사 취소 결정을 알리며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이나 세 과시용으로 비치며 주민들께 피로감을 주는 구태 관행을 이제는 끊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없애? 고쳐 써?…유권자 만남 순기능도 실은 출판기념회를 과감히 손 봐 계륵이 아닌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역시 지난해 김민석 총리 청문회가 촉발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경북 경산)은 지난해 6월 편법적 정치자금 모금 성격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집회 또는 다수 초청 형태로 일정한 장소에서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등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어 조 의원은 법안이 반년 넘게 계류 상태였던 지난 2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출판기념회는 책을 보고 오는 게 아니라 권력을 보고 오는 것이다. 그럴 일 없지만 제가 출판기념회를 연다면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분들이 눈도장 찍겠다고 오지 않겠나. 책의 정가만 내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출판기념회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했다. 출판기념회를 정치자금법 규율 대상에 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을)도 지난해 6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역시 해를 넘겨 계류 중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얻는 책 판매 수익이나 참가비 등을 모두 정치자금에 포함시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책 가격을 도서정가제나 시중 통상 가격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1인당 구매 수량도 1권 또는 1세트로 제한하기 때문에 돈봉투에 거액이 담길 수 없다. 또 출판기념회 수입·지출 명세를 행사 종료 후 30일 내로 중앙선관위에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수익 전액 몰수 및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출판기념회는 이들 법안에서 다루는 '돈 문제'만 뜯어고치면 유권자에게 효용성 높은 도구라는 견해가 있다. 21세기정치학회보 제35집 4호(2025년 12월 발행)에 실린 '출판기념회 개최 동기 분석: 정치자금, 그리고 인지도 향상'(제1저자 노송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BK21 행정연구원, 교신저자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에서는 "선거운동이 매스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한 비접촉적 방식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출판기념회는 유권자와 정치인이 마주할 수 있는 드문 접촉 기회다. 행사 준비·홍보 과정에서도 지역구민과 만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무조건적인 폐지 주장보다는 수익 창출 금지나 수익금 공개 의무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점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출판기념회 폐지보다 더 나은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2026-03-05 11:30:00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려 33대 왕 창왕이 화제였다. 천만 영화 등극 수순을 밟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등장하는 조선 6대 왕 단종과 연결 지은 관심이었다. 영화를 보고 우리 역사 속 다른 사례를 찾다 "단종보다 더 비극적 최후를 맞은 왕"이라는 반응이 쏟아진 것. 단종은 고1 나이 16세 때 죽었고, 창왕은 초2 나이 9세 때 죽었다. 창왕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단명한 왕이다. 단종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삼촌 세조로부터 사사(賜死)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왕은 아버지 우왕과 함께 참수형에 처해졌다. 죽음 이후도 대비된다. 영월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은 엄흥도가 수습해 암장(暗葬)했고, 이 묘는 후일 숙종이 노산군으로 불리던 단종을 복권하며 장릉이라는 능호를 얻었다. 엄흥도는 공조판서로 추증됐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천만 영화의 바탕이 된 반면, 창왕은 시신과 무덤에 관한 기록 자체가 없다. 단종은 후대가 매년 단종제와 사육신제로 기리지만, 창왕은 그런 것도 없다. 두 어린 왕의 공통점은 죽어야 할 정도로 책임질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위 기간이 단종은 3년(세조 즉위 후 상왕 재위 기간 제외), 창왕은 1년이다. 그동안 뭘 할 수 있었을까. 단종은 세조의 야욕으로 쫓겨났고, 창왕은 실정을 저질렀다며 아버지 우왕이 폐위될 때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함께 쫓겨났다. 다만, 권력 투쟁이 극단으로 치닫던 고려 말 위화도 회군을 단행한 이성계가 우왕을 끌어내리고 잠시 왕위에 올린 창왕 역시 없애는 건 시대 흐름 앞에선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권문세족의 부패와 수탈이 극에 달한 고려는 어떻게든 당시 힘을 얻은 성리학의 위민(爲民·백성을 위함) 사상을 바탕으로 왕과 신하가 서로 견제하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로의 교체를 꿈꿀 수밖에 없었다. 바로 조선이다. 개인의 운명은 참 안타깝지만, 창왕은 교체가 반드시 필요했던 시기의 지도자, 단종은 그 반대 맥락의 사례다. 세조가 권력을 얻으려 일으킨 계유정난에 참여한 한명회 등 공신들의 세력이 커지며 조선은 다시 고려 말처럼 퇴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짙어진 붕당정치가 당파 싸움으로 변질됐고 왕권이 약해지자 세도정치가 득세해 조선 멸망의 주원인이 됐다. 지금 지구촌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자유민주주의다. 그 반대는 독재다. 방법이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와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등 주요 독재자들이 잇따라 체포 또는 제거됐다. 그러자 세계인의 눈길이 향하게 된 곳이 북한인데, 우왕처럼 시대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독재자 김정은이 올해 나이 13세의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는 소식이 조선중앙통신발로 쏟아지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주애 양의 운명은 창왕이다. 단종의 운명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모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마치 세조처럼 조카 주애를 치는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반역죄로 숙청되고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되는 걸 지켜본 김여정이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주애 양은 어떤 운명에 놓일까. 아니, 실은 또래 평범한 청소년들처럼 살고 싶은 건 아닐까. 앞으로 주애 양이 단종도 창왕도 아닌 운명을 직접 선택할지 여부에 적잖은 시선이 향하게 됐다. 자칫 큰 책임을 질 과오를 저지르기 전에 말이다.
2026-03-04 16:51:18
[금주의 이슈] 국산 천만영화 부활할까? '왕과 사는 남자' 시작으로 '휴민트' '국제시장2' 등 후보군
1천만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를 뜻하는 '천만영화'. 대한민국 영화산업 활황을 가늠하는 지표다. 지난해(2025년)는 코로나19 대유행 타격을 입은 2020·2021년을 제외하고 14년 만에 국산작은 물론 해외영화까지 포함해 천만영화가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은 해였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OTT 확산, 영화표 가격 인상, 수준 높아진 관객들의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반응, "외출하면 영화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다"는 여가문화 변화가 복합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화산업 위기론이 짙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대중매체의 자리를 좀체 잃지 않고 있다. 세상을 관통하는 작품이 나와 대중의 마음을 흔들면 천만영화 릴레이가 재개될 수 있다. 올해 천만영화 후보작은 일단 두 편 개봉했다.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잇따라 극장에 걸려 발길을 모으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다. ◆'왕과 사는 남자' 순항중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26일 0시 현재 관객수 652만을 돌파, 올해 천만영화 릴레이의 첫 주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 때 삼촌 수양대군(세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노산군 이홍위)이 유배지 강원 영월 청령포에서 촌장 엄흥도 등 주민들과 교감했다는 '실화 반 각색 반' 이야기다. 만약 이 작품이 천만영화가 되면 제목에 '왕'과 '남자'가 들어가면 뜬다는 법칙을 공고히 하게 된다. 두 키워드가 들어간 '왕의 남자'(2005)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이하 광해)가 각각 똑닮은 1천230만여 관객을 모았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 광해는 광해군,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세조라는 조선의 '문제적' 왕들의 시기를 다룬 게 비슷하다. 더불어 세 작품 모두 선거를 코앞에 둔 선거철에 개봉했다. 2005년 12월 개봉한 왕의 남자는 4회 지방선거(2006년 5월 31일), 2012년 9월 개봉한 광해는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2026년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9회 지방선거(2026년 6월 3일)와 시기적으로 연결고리를 갖는다. 왕과 선거는 권력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공통점이다. 물론 영화 내용과 선거 결과를 엮는 건 별개의 문제. 참고로 4회 지선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12개 광역단체장을 탄생시키며 범민주 진영에 압승했고,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그리고 하나 더. 문제적 조선 임금이 등장하는 또다른 천만영화로 '명량'(2014)이 있다. 이순신의 활약을 다루며 그 반대편 암군 선조를 손가락질하게 만든 이 영화는 관객 1천761만을 그러모아 국산·해외 작품 통틀어 천만영화 역대 랭킹 1위다. ◆'휴민트' 흥행 청신호…'국제시장2' 곧 개봉 휴민트도 2월 26일 0시 기준으로 167만 관객을 모아 선전 중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첩보를 뜻하는 휴민트(Human Intelligence) 활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남북 정보요원 간 액션에 스릴러에 멜로까지 버무려 펼쳐진다. 이 영화 관객수가 1천만을 넘기면 우리나라 천만영화 계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천만영화 첫 작품 '실미도'(2003, 관객수 1천108만)가 대북 특수작전을 준비하던 실미도 부대의 비극을, 두번째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2004, 1천174만)가 6.25 전쟁의 참상을 다루는 등 마찬가지로 남북분단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멀리는 조선시대, 가까이는 근현대사 등 한국 역사가 소재가 되면 천만영화가 곧잘 탄생한다. 전무했던 2025년은 건너뛰더라도 2024년작 '파묘'가 한국인 특유의 묫자리(명당) 문화를 다루며 일제강점기 연관 소재들로 흥미도 일으켜 1천191만 관객을, 2023년엔 12.12 군사반란을 소환한 '서울의 봄'이 1천312만 관객을 불렀다. 올해도 닮은 접근을 취하는 영화 개봉이 예정돼 있다. 2014년 1천426만명이 본 천만영화 '국제시장'의 후속작 '국제시장2'가 곧 관객들과 만난다. 윤제균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 1편은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시작으로 파독 광부·간호사,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찾기 등 1950~80년대 격변기를 몸소 겪은 덕수(배우 황정민 분)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2편은 다시 80년대부터 성민(덕수와 함께 파독 광부로 일한 인물, 이성민 분)의 인생이 맞닥뜨린 1987년 6월 항쟁, 1992년 미 LA 폭동, 1997년 IMF 외환위기,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을 스크린에 풀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의 영화 '암살자(들)'도 이미 촬영을 마쳐 올해 하반기에 개봉할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유해진이 왕과 사는 남자의 엄흥도 역에 이어 재차 시대물 주연을 맡는다. 그러고 보면 박 대통령 시대와 연관된 천만영화가 적잖다. 그의 재임기간(1963~1979)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데다 이후 현대사에 미친 영향도 큰 탓이다. 실미도의 바탕인 1971년 실미도 사건을 비롯해 국제시장 속 굵직한 사건들이 박 정권 시기에 일어났다. 택시운전사(2017, 1천218만명)에서 다룬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서울의 봄에서 다룬 1979년 12.12는 박 대통령의 독재 및 죽음(1979년 10.26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이다. ◆천만영화 부활 간절한 영화계 국내 극장 관객수는 2019년 2억2천667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내림세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2021년 5천만~6천만명대로 급감했으나 2022년 1억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 널리 보급된 OTT의 공세 등이 영화산업의 위기를 가시화시켰고, 결국 2025년 관객수 1억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특히 2025년은 다른 여러 위기 요인과 함께 한국 영화의 작품성·마케팅 자체가 부진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만영화 편수가 같은 맥락의 지표다. 2019년 역대 가장 많은 5편이 탄생한 반면, 2025년엔 0편이었다. 그래서 영화계는 올해(2026년)가 영화산업 반등의 분기점이 될 지 주목하는데, 눈길이 쏠릴 이슈가 바로 천만영화 부활이다. 천만영화는 다시 볼 수 없는 구시대의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올해 2년 연속으로 천만영화가 나오지 않으면 더욱 힘을 얻을 주장이다. 그래서 이미 업계는 OTT 작품 판매와 해외 2차 시장 공략 등으로 감소한 극장 티켓 수익을 벌충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다만, 천만영화는 단순히 돈 문제 만은 아니다. 10여년 전이었던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천만영화를 통해 바라본 한국 영화 제작의 현실과 전망' 포럼에서 당시 천만영화 변호인(2013, 1천137만)을 제작한 위더스필름의 최재원 대표는 "(관객수)1천만이 넘는다는 건 관객들의 무의식과 조우하는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며, 대중문화로서 한 시대의 정서를 나타내는 문화적 표현의 의미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1천만이 하나의 목표처럼 됐다"고 우려, 여러 문제점 가운데 영화산업의 자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현재 거대 OTT 자본은 극장 관객수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자 판권 확보를 매개로 제작비를 투자해 영화계의 숨통을 틔우는 양면적 존재로 영화산업 깊숙이 침투해 있는 상황이다.
2026-02-26 15:30:00
대한민국 트로트는 음지에서 양지로 영역을 넓힌 역사를 갖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슈퍼스타 임영웅을 배출한 2020년이 절정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250('이오공'이라고 읽는다, 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하다)이 내놓은 앨범 '뽕'(2022)은 조금 다른 결로 트로트를 조명한 사례다. ◆홀대 받은 트로트 '뽕짝' 트로트라고 다 같은 트로트가 아니다. 정통 트로트가 있는가 하면 블루스, 락, 국악, 포크, 댄스 같은 장르 내지는 스타일과 결합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템포(BPM)가 빠른 댄스 트로트의 대표곡인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2013)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차용하기 훨씬 전부터, 전자올겐(신디사이저 건반)을 비롯한 각종 전자악기를 활용해 흥을 극도로 돋우는 방향으로 나아간 트로트가 바로 '뽕짝'이다. 정규 앨범을 기반으로 곡이 발표되고 한땐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연말 가수상까지 타는 이력을 쌓은 제도권 내 다른 트로트 음악들과 비교해, 뽕짝은 홀대 받았다. 경박스럽다는 오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일명 '뽕짝 메들리' 음반의 가격이 저렴하니 그만큼 수준도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 중장년 및 노년 세대가 뽕짝을 온몸으로 즐기기 위해 찾는 캬바레와 관광버스 속 일탈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이 지난 수십년 간 형성한 뽕짝의 이미지다. 하지만 뒤집어 보자. 신나는 리듬과 흥겨운 추임새가 선물해 준 해방감을 아마도 체면치레 탓에 경박스럽다고 표현했을 터다. 음반이 값이 싼 건 소규모 인력이 최신 트로트부터 흘러간 옛 노래와 민요에 유명 팝송까지 엮어 신속히 편곡해 출시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많은 곡이 음반에 담기니 오히려 가성비가 높다. 그리고 '뽕끼'로 가득한 캬바레·관광버스에서의 일탈은 고단했던 산업화 시대에 국가가 제공하지 못한 스트레스 해소라는 복지 아닌가. 그러면서 뽕짝은 트로트계의 언더그라운드 내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트로트 여왕 주현미의 이름을 알린 게 1984년부터 발표한 옛 노래 메들리 음반 '쌍쌍파티' 시리즈였고, 그 덕분에 '비내리는 영동교'(1985)를 첫 히트곡으로 띄울 수 있었다. 김용임과 진성도 초기엔 캬바레·관광버스 메들리 앨범으로 명성을 높였고 이후 '사랑의 밧줄'(2003)과 '안동역에서'(2008년 안동사랑노래 버전이 아닌 2012년 편곡 버전이 떴다) 같은 자기 곡으로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뽕짝史 탐구 '듣는 다큐멘터리' 이러한 뽕짝 메들리 판의 입지전적 인물이 노래하는 관광버스 가이드로 시작해 고속도로 메들리 앨범을 100만장 넘게 팔아치우다 1990년대에 일본까지 진출했던 이박사다. 그리고 이박사의 전속 건반 주자 김수일을 함께 언급해야 한다. 250은 이박사 만큼 김수일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앨범 첫번째 곡 '모든 것이 꿈이었네'는 250이 이박사의 집에서 만난 김수일로부터 전해 들은 미발표곡을 편곡한 것이다. 이박사를 비롯해 수많은 뽕짝 가수들의 뒤에는 무대에서 또 녹음실에서 묵묵히 전자올겐을 연주하는 김수일 같은 아티스트들이 있었다. 250은 지금 '고속도로의 황태자'로 불리는 나운도도 초빙해 협업했다. 대구 곳곳 캬바레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는 나운도는 2010년대 들어 뽕짝계를 상징하는 전자올겐 연주자이자 가수로 올라섰다. 250과 나운도가 함께 작업한 곡은 장은숙의 1978년 노래 '춤을 추어요'다. 흘러간 옛 노래를 전자올겐 등으로 다시 색을 입혀 부활시키는 뽕짝 메들리의 문법을 재현하는 시도였던 셈이다. 이 음반은 뽕짝 메들리 앨범은 아니다. 프로듀서인 250이 트로트 특유의 꺾기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대신 뽕짝 특유의 리듬 패턴, 음원 소스, 사운드 질감 등을 채집해 전자음악의 작법으로 풀어냈다. 이 앨범 작업을 위해 250은 이박사를 인터뷰하고 서울 동묘에 가서 뽕짝에 주로 쓰이는 음색이 담긴 악기들을 찾고 뽕짝에 맞춰 즐기는 사교댄스 교습 현장도 견학했다. 무려 5년 동안이나. 250에 앞서 뽕짝을 가져다 쓴 시도는 국내 테크노와 락 장르에서 종종 있었다. 그러나 250처럼 뽕짝이 흘러온 궤적을 탐구한 다큐멘터리적 시도는 없었다. 이 앨범은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을 차지했다.
2026-02-26 12:00:00
[금주의 이슈] 선거철 또 나타난 '박정희 마케팅'…환심 사기 아니라 시대정신?
TK(대구경북) 선거철 단골 전략인 '박정희 마케팅'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등장했다. 자치단체장 도전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잇따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과, 고향 대구경북에 보여준 애정, 리더십 능력 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 물론 이번에도 환심 사기의 일환일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박 전 대통령의 과(過)는 인정하되 공(功)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공과론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연결고리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해답을 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박정희표 산업화 다시 한번" 출마선언 잇따라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은 지난 1월 25일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앞에서 개최했다. 그는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의 상징인 박정희 대통령의 길 위에서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자동차 부품, 로봇 산업단지 재편과 수성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대구 경제 재산업화'를 강조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였던 29일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북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경북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인용,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무너져가는 경북을 재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박 전 대통령 때 산업화 수혜를 입은 과거와 지방소멸 위기에 이른 현재를 대비시킨듯 "중앙의 무관심으로 인한 '경북 패싱'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2일엔 이강덕 전 포항시장이 구미 구미코에서 경북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며 아예 "제2의 박정희가 되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박 대통령께서 물려주신 경북의 철강·전자·자동차·기계 산업의 유산 위에 2차전지·반도체·방위산업·항공이 결합한 AI로봇산업으로 경북 중흥의 길을 새롭게 열겠다"고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국가산업단지를 만든 구미에 더해, 중공업을 뒷받침하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설립한 포항도 함께 띄운 맥락이다. 이어 9일 유영하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갑)이 대구 중구 삼성상회 터에서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는 박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신념을 앞장서서 실천했던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이기도 한 그가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장소를 기자회견장으로 고르지 않은 데 시선이 향했는데, 실은 연결고리가 있었다. 삼성상회 터는 삼성그룹이 태동한 곳으로,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 그리고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근대화 토양을 일군 '거인'으로 평가된다. 유영하 의원은 "삼성의 출발점에서 대구의 내일을 열기 위한 상징적 선택"이라며 삼성 반도체 공장과 삼성병원 분원 대구 유치를 공약했다. ◆과거 '공염불+포퓰리즘' 박정희 마케팅과 비교되네 후보들의 구체적인 공약 대결에 앞서 예고편(출마 선언)만 공개된 셈이지만, 과거와 비교해 박정희 마케팅의 질(質)과 격(格)이 좀 높아진 모습이다. 그동안 박정희 마케팅은 유권자들로부터 좋게 말하면 '호감을 얻는', 본색은 '환심을 사는' 뉘앙스였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경북도지사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한 박승호 예비후보는 "(박 전 대통령 고향인)구미시 명칭을 박정희시로 바꾸자"고 주장했고, 권오을(현 국가보훈부 장관) 예비후보는 박 전 대통령 생가 참배 후 "생가를 국가유적지로 지정케 하고 세계대통령박람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심지어 진보 진영 대구시장 후보였던 당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교류하겠다"며 대구에 박정희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셋 다 떨어졌고 해당 공약들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2018년 7회 지선에서 경북도지사에 도전한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명함에 '리틀 박정희'라는 문구를 새겼다. 물론 그는 시장 시기였던 2013년 박 전 대통령 탄신 기념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란 말밖엔 할 말이 없다"고 하는 등 꾸준히 박정희 마케팅에 공을 들인 바 있다. 대구시장에 도전했던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은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했는데 이 공약은 2022년 8회 지선에서 당선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 실현했다. ◆"朴, 산업화 功 있다" 李 당선 결과 낸 TK 공략 이렇게 보수 텃밭 대구경북에서 박정희 마케팅이 성행하면 상대 진보 진영은 박 전 대통령의 독재 이력을 꼬집으며 견제했다. 그런 양상은 지난해(2025) 21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호평하며 크게 수정됐다. 그는 지난해 5월 13일 구미역 광장 유세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말살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보면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도 있다"면서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 필요하면 쓰고 불필요하면 버리는 거다. 진영과 이념이 뭐가 중요하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17년 경기 성남시장 시기 대선 도전 땐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은 참배하면서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찾지 않았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이다.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게 매우 찜찜했던지 8년 뒤 대선 후보 땐 첫 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즉각 구미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등 '태세전환'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꼭 이 발언 때문만은 아니었겠으나, 이 대통령은 경북에서 고향 안동(31.28%) 다음으로 많은 득표율을 구미(28.13%)에서 기록했다. 낙선한 20대 대선 당시 구미 득표율 기록(26.74%)을 경신한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AI 산업 전환기에 '압축성장'이 롤모델?…美 한반도 군사적 역할 축소 우려에 朴 50년 전 대처 해법될까? 시대가 박정희를 다시 부르고 있어서일까?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필두로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기인 까닭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다진 것은 물론 그 속도까지 빨랐던 '압축성장'의 산업화 성과가 롤모델로 전해진다. 이걸 대구경북 단체장 출마 예정자들이 줄줄이 인용하는 모습이다. 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정학적 우선 순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좁혀지면서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역할이 축소, 이제는 우리 주도로 대북 억제에 나서게 됐다는 위기론을 두고는 박 전 대통령이 1970년대에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의심을 품고 대미 안보·경제 의존을 줄이며 경제개발과 국방력 강화를 함께 도모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국장은 미국 새 국방전략(NDS) 분석 자료를 지난 1월 23일 언론에 배포, "한국의 책임이 확대되고 반대로 미국은 선택적 관여라는 좀 더 광범위한 전략 아래 역내 군사적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이 이전에 비해 비대칭적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면서 "한국이 이번 전환기를 전략적, 작전적, 산업적, 외교적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의 미래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 구조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방위산업을 주목, "세계 10위권 무기 수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미국과의 방산 협력 유형·규모를 확대하는 게 동맹 재구성의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침 당명을 바꿀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당의 헌법이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당헌·당규에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금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2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반공 이데올로기 강화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산물인 자유민주주의, 산업화 등을 더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했다. 다만, 민주주의 분야에선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의 과오는 넓게는 보수 정치권, 좁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정희 마케팅을 펼치는 후보들이 슬기롭게 풀어내야 할 과제로 분석된다. 박정희 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달 2일 성명을 내고 "박정희 동상 앞 출마 선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독재자 미화 행위"라며 "국민의힘 예비 후보자들은 박정희 동상 철거를 분명히 공약하라"고 요구했다.
2026-02-19 14:13:35
이소라는 대학생이던 1991년 재즈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 멤버로 데뷔했다. 그러다 싱어송라이터 김현철과 함께 영화 '그대 안의 블루'(1992)의 동명의 주제가를 불러 주목 받았다. 이소라를 눈여겨 본 김현철은 또다른 싱어송라이터 조규찬, 낯선 사람들을 이끌었던 고찬용과 함께 3인 프로듀싱 체제로 이소라의 1집 'Lee So Ra Vol.1'(1995)을 만들었다. 이 음반은 100만장 이상 팔렸다. 당시 여자 솔로 가수 최다 판매 앨범 기록을 썼다. 가장 유명한 곡은 김현철이 만든 타이틀곡 '난 행복해'다. 증권맨 출신 뮤지션 김광진이 곡을 준 '처음 느낌 그대로'도 유명하다. 이문세와 듀엣으로 부른 '잊지 말기로 해'도 빼놓을 수 없다. 수록곡은 모두 9곡. 이소라는 2집부터는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기 때문에, 이 앨범은 이소라의 이후 음악세계를 열어준 주춧돌인 셈이다. 그런 의미를 강조한듯 이소라는 음반 속지에서 이런 감사의 말을 풀어냈다. "내가 노래할 수 있게 해 준 찬용이와 노래는 절제라는 걸 알게 해 준 규찬이와 나도 모르던 내 목소리를 찾아내준 현철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가수라면 이런 제작자, 작곡가, 프로듀서를 꼭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까. 가수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를 가리키는 표현 아닐까. 이 말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게 CD 겉면에 새겨진 달 하나와 별 셋 그림이다. 마치 동방박사 3인(별 셋, 김현철·조규찬·고찬용)과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운명처럼 찾아온 보컬리스트 이소라(달 하나)의 만남을 표현한듯 하다. 가요계에서 먼저 입지를 다져 빛나고 있던 세 뮤지션(별)이 자신들과 결이 좀 다른 빛을 내고 있던 이소라(달)를 막 발견해 만나러 가던 시점을 그린듯 하다. 물론, 공식 설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추측. 우리말 성서에 동방박사로 번역된 헬라어 마구스(마기)는 마술사를 의미한다. 높은 작품성을 갖춘 것은 물론, 흥행도 크게 성공한 앨범을 만들어냈으니 김현철·조규찬·고찬용, 이 세 사람은 그때 우리 가요계에서 마술 같은 활약을 했다고 할 만하다. 달은 이후 이소라의 6집 '눈썹달(2004)'의 제목이자 앨범 커버 이미지로 재등장했다. 사실 이소라의 노래들 중 달의 차가운 온도, 은은한 분위기, 외로움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사례가 적잖다. 이 앨범을 발매한 레이블 '동아기획'도 함께 주목해보자. 동아기획의 족적을 분석한 책 '동아기획 이야기'(이소진 저, 2025)에 따르면 이소라는 동아기획표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고 브랜드도 강화한 일종의 '추천' 시스템의 결실이었다. 김현식이 자신의 세션 밴드이기도 했던 봄여름가을겨울·빛과 소금을, 전인권(들국화)은 하덕규(시인과 촌장)를, 하덕규는 장필순을, 최성원(들국화)은 박학기를, 조동익(어떤날)은 김현철을 추천하며 앨범 발매 릴레이가 이어졌다. 그리고 김현철이 이소라를 추천했다. 19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견인한 동아기획표 음악의 특징은 그저 노래만 부르는 가수가 아닌 적극적인 창작자들을 내세운 것이고, 이에 매료돼 팬덤이 된 대중들은 출시일을 손에 꼽아 기다려 동아기획 뮤지션들의 음반을 사고, 공연장을 찾아가 환호했다. 이소라도 그 유전자를 이어받았고, 마침 1집의 흥행 성공과 함께 스타로 발돋움한 이소라의 영향력은 실력으로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펼쳐야 인정 받는, 눈높이가 제법 올라간 지금의 대중음악 환경을 만드는 데 분명 일조했을 것이다. 이소라는 1집 이후 발라드만 부른 게 아니라 원래 구사했던 재즈부터 포크와 록까지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며 실험적인 스타일의 음악도 꾸준히 시도했는데, 이 역시 뮤지션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한국 가요계 풍토 형성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90년대에 등장한 이소라는 20세기 동아기획이 보여준 미덕을 21세기 대한민국 대중가요 씬으로 전달한 뮤지션 중 하나다. 그때 서태지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소라의 1집 앨범이 그 증거다.
2026-02-19 11:30:00
[시사뒷담] 李·안동·봉정사·개딸과 다카이치·나라·호류지·사나카쓰 '평행이론'
한일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방문하는 셔틀외교 성사에 관심이 집중될 예정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고향 경상북도 안동시와 올해 1월 13~14일 이 대통령이 찾았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고향 나라현 나라시 간 닮은꼴에도 조명이 향할 전망이다. ▶두 지역을 비교해보자. 안동은 경북 행정을 총괄하는 경북도청이 있는 중심지다. 나라시도 같은 이름의 나라현청 소재지다. 경북도 인구는 250만명이고, 나라현 인구는 127만명이다. 안동시 인구는 15만명, 나라시 인구는 34만명.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서 당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만나 "지방 발전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안다. 다음 회담은 서울이 아닌 한국 지방에서"라고 제안했는데, 이는 다음달(9월) 부산 정상회담으로 연결됐다. 이시바 총리와 한일 공통 직면 과제로 지방 소멸을 다루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이후 바톤을 넘겨받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 나라를 방문했다. 이어 답방으로 자신의 고향 안동에 다카이치 총리가 오면, 양국 지방도시들이 잇따라 외교 무대가 되는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한 곳 더. 지난해 10월 말~11월 초엔 APEC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려 역시 한일 정상이 만났다. 즉, 최근 한일 정상 간 만남은 부산, 경주, 나라, 그리고 안동 등 지방도시를 주목시키는 이례적 행보로 한일 외교사에 기록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나라 방문 때 시선을 끈 방문지는 호류지(법륭사)다. 일본 고대국가와 불교의 출발을 상징하는 곳으로, 1993년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백제와 고구려에서 전승된 불교문화와 건축기술이 잘 알려져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화재로 훼손된 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금당벽화 원본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금당벽화는 고구려 승려이자 화가인 담징이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호류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및 목조 건축물인데, 마침 닮은 문화재가 안동에 있다. 봉정사 극락전은 현존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봉정사도 한국 7곳 대표 산사에 속해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봉정사로 다카이치 총리를 데리고 간다면, 이는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봉정사 방문에 이어 여성 국가정상급 인물이 또 발을 디디는 사례도 된다. 물론 안동엔 봉정사 외에도 역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찾은 하회마을을 비롯해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등 명소가 많다. 모두 한일 정상 방문 후보지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는 두 거물급 정치인이 눈길을 유도해 지지도 상승을 꾀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21일 취임 후 중국에 각을 세우며 미국·한국·대만 등 주요 우방국에 호의를 날리는 외교를 펼치고 있다. 특히 취임 직후(10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팔짱을 끼고 대화를 나눈 모습이 다카이치 외교의 상징적 장면으로 각인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라를 방문한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90도로 허리를 숙여 환대했다. 이를 두고 안보와 경제의 실리를 얻는 외교라는 평가가 나왔고 높은 지지도로 연결됐다. 지난해 11월 일본 TBS·JNN 여론조사에서 82%의 지지율이 조사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긍정 평가가 83%로 나타났다. 반면 당시 집권 자민당 지지율은 28.9%에 불과했다. 즉,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 인기가 워낙 커 내각 지지율은 매우 높지만 자민당 지지율과는 분리된 상황이 드러났는데, 이걸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나서 연동시킨 결과가 이달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압승이라는 평가다. 자민당은 역사상 최다 의석수(465석 중 316석)이자 처음으로 단일 정당 개헌을 할 수 있는(310석 필요) 정당이 됐다. 그 바탕에 젊은 지지층이 있다. 선거 직전 니혼게이자이신문·TV도쿄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18~29세의 92%가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했다. 선거 직후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30대 이하의 63%가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일본 정치학자 마쓰모토 마사오 사이타마대 명예교수는 이달 11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연예인처럼 좋아하는 젊은층 '사나카쓰'를 두고 "선거에서 이기는 쪽에 투표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늘었다"며 "유권자 구성에서 고령층 비중이 높더라도 유행을 선도하는 주체는 결국 젊은층"이라고 분석했다. 사나카쓰는 아이돌 팬 문화 '오시카쓰'를 다카이치 총리 이름 '사나에'와 합친 신조어다. 실은 똑닮은 정치팬덤이 이 대통령에게도 있다. 바로 젊은 여성층 위주 '개딸'(개혁의 딸) 내지는 '잼딸'('잼'은 이 대통령 별칭)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력한 팬덤으로 선거를 이겨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한 걸 지켜본 이 대통령. 중간평가 격 6.3 지방선거 목전 안동에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진 않을까.
2026-02-19 11:30:00
[시사뒷담] 민조당? 조민당? 청국당?…과거 흡수합당 아닌 신설합당 땐 새 이름이 대세
지난 1월 2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범여권 6.3 지방선거 승리 묘책이라는 뉘앙스로 조국혁신당에 던진 '합당' 제안은 공천 지분 등을 염두에 둔 양당 간 주도권 싸움에 민주당 내부 계파 갈등 양상까지 만들었다. 그러면서 합당 후 당명이 어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을 부르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 DNA(유전자)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민주당 당명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견해를 표명했다. 그러자 이튿날인 26일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조승래 사무총장의 언급은 당명 고수 의견과 함께 흡수합당론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하며 "본격적인 통합 논의 시작도 전에 이러한 오해가 형성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민주당은 '여대야소' 구도에서 국회의원 의석 수가 162석으로 국내 정당 중 가장 많다. 야당이지만 범여권으로 묶이는 조국혁신당은 12석으로 7.4% 수준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이 보면 자연스럽게 큰 당이 작은 당을 흡수하는 걸로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계적인 5대5 지분 구성은 '쪽수'로 봤을때 압도적으로 많은 민주당 당원들이(당비 꼬박꼬박 납부한 권리당원들의 경우 특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것으로 보이니, 그 '황금비'를 도출해야 합당 후 후유증이 최소화 될 전망이다. ▶합당 후 당명 역시 지분 구성을 반영하는 결과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당명 문제를 두고는 우스개소리에 냉소를 좀 섞은 반응이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는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난 1월 26일 오후 3시 3분쯤 페이스북에 "합당한 당 이름은 민조당인가?"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첫 글자 '민'과 조국혁신당의 첫 글자 '조'를 합친 것이다. 이어 같은날 오후 7시 29분쯤 페이스북에 "당 이름에 사람 이름 넣는 거 쪽팔리는 줄 모르는 것들이 이 글에 발끈 중"이라고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두 정당 이름 첫 글자를 반대로 조합한 '조민당'이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는데, 이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이자 '조국사태'와 인플루언서 활동, 화장품업체 운영 등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조민 씨를 가리킨 언어유희인 셈이다. '청조당' '청국당'이라는 표현도 보였다. 이는 합당 제안 당시 민주당 구성원들은 물론 청와대와도 제대로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정청래 당 대표의 이름 첫 글자 '청'을 '조' 또는 '국'과 엮은 것으로, 역시 풍자의 성격이 짙다. '문조털래당'이라는 명칭도 눈길을 끈다. 조국의 '조'와 정청래의 '래'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문', 그리고 정청래 대표의 연결고리 스피커인 방송인 김어준의 별칭 '털보형'도 가미한 맥락이다. 이런 풍자 릴레이가 댓글란을 가득 채우자 한 네티즌은 "합당 사안을 작명으로 조롱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흡수합당'은 조국혁신당이 당연히 강하게 반발할 단어다. 그런데 국내 정당사에서 흡수합당이 아닌 '신설합당'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새 이름을 지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최초는 1965년 민정당과 민주당이 통합한 민중당이다. 이어 민중당에서 빠져나왔던 신한당이 민중당과 1967년 다시 합치는 사례로 이어졌는데, 서로 앞글자를 따 신민당이라는 새 이름을 내세웠다.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신민당은 40대 기수론이라는 구호 아래 펼쳐진 김영삼과 김대중의 대권 경쟁으로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향후 두 사람이 차례로 대통령이 된 결과도 감안하면, 당시 합당에 역사적 의미가 꽤 부여된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90년 '3당 합당'일 터다. 여당 민주정의당(노태우 대통령이 총재, 국회 127석)과 야당 통일민주당(김영삼 총재, 59석)·신민주공화당(김종필 총재, 35석)이 합쳤다. 새 이름은 민주자유당. 세 정당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민주'가 쓰였다. 이로 인해 기존 여소야대 구도가 여대야소로 반전됐다. 야당은 평화민주당(71석, 김대중 총재)정도만 남았다. 이때 민주자유당에서 현재 국민의힘까지 영남 텃밭 보수 정당 계보가 이어지고, 평화민주당에선 현재 민주당까지 호남 텃밭 민주당계 정당 계보가 이어진다. 최근 들어 흡수합당은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총선 때 만든 비례위성정당 흡수 작업을 가리킬 때나 쓰는 표현이 됐다. 아니면 2023년 국민의힘의 시대전환 흡수 같은 큰 정당의 군소정당 흡수를 가리키거나. 그렇기에 원내 3위 의석 수 및 잠룡 조국이 이끄는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합당엔 흡수라는 단어는 붙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경우 반드시 새 이름이 작명됐던 게 대한민국 정치사다. 마침 국민의힘도 설이 되기 전 당명 개정을 공언한 바람에 양 진영의 새 이름 짓기 경쟁이 주목받게 됐다.
2026-02-05 12:30:00
[금주의 이슈] BTS 월드투어, 문화·경제·관광 역대급 파급력 낼까?
2026년은 1년 12개월 365일을 꽉 채워 BTS(방탄소년단)의 해가 되지 않을까. 지난해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 등 멤버 7인 전원이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마무리한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데, 이미 K팝 아티스트 월드투어 최다 회차 기록 작성을 예약했고, 그에 따른 역대급 매출도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 효과를 일으키는 것에 더해 BTS는 세계 각지를 누비며 문화와 관광 등 영역에서 전보다 더 강력해진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K팝 아티스트 월드투어 최다 회차 신기록 사실상 확정 지난 1월 1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BTS가 새 앨범으로 컴백한다는 소식을 발표했고, 이어 14일 대규모 월드투어 소식과 16일 '아리랑'이라는 정규 5집 앨범명을 알렸다. BTS는 오는 3월 20일 신보를 발매하고 4월 9·11·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23개국 34개 도시에서 82차례 공연을 갖는다. 이 일정은 올 연말을 넘겨 내년(2027년) 3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인데, 일본과 중동 지역 일정 추가가 예고돼 있어 공연 규모는 더욱 확대된다. 스스로 월드투어 최다 회차 신기록을 경신할 수순인 것.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 일정 시작에 앞선 프로모션도 BTS의 위상에 걸맞게 준비됐다. 음반 출시 바로 다음날인 3월 21일 컴백 첫 무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된다. 이 공연 준비 과정이 언론 보도로 전해졌는데, 정부·공공기관의 '일사천리' 지원이 이뤄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앞 개발 문제를 두고 충돌했던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둘 다 BTS 공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동 없이 신속히 사용 허가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월 21일 빅히트뮤직이 소속된 하이브 사옥을 찾아 "응원봉으로 지켜냈던 광화문 광장에서 복귀 무대를 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응원했다. 꾸준히 정치 대결의 장이 돼 온 광화문광장이 간만에 화합의 장으로 변신한다고 볼 수 있다. BTS 측은 광화문광장에서 1만8천명 규모 공연을 갖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실제로는 공연장 주변까지 포함해 10만명 안팎 인파가 모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아직 수록곡은 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아리랑'이라는 앨범 제목부터 정부·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비롯해 각계의 호응을 불러 일으킬만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너무 남발하다보니 이젠 좀 터부시하게 된 일명 '국뽕'(국가적 자긍심에 대한 과도한 도취)을 BTS를 계기로 다시 눈치보지 않고 향유하게 됐다는 풀이도 곁들일 수 있다. 그리고 BTS에게 늘 붙는 수식이 바로 '국위선양'이다. BTS 리더 RM은 최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아리랑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다"며 앨범에 자신들이 겪은 희로애락을 포괄하는 음악을 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제이홉은 "가장 진짜 우리다운 우리의 뿌리"라고 아리랑을 가리켰다. ◆콘서트 전석 매진 릴레이…세계 '아미' 러브콜 이어져 봄부터 가속페달을 밟을 월드투어는 이미 흥행 청신호가 환하게 켜져 있다. 우선 구매력이 높고 공연 문화 수준도 높은 북미와 유럽에서 공연 티켓 전석 매진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1월 17일 빅히트뮤직은 북미 12개 도시 31차례 및 유럽 5개 도시 10차례 등 총 41회 공연 좌석이 다 팔렸다고 밝혔다. 이에 빅히트뮤직은 미국 탬파, 스탠퍼드,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각 1회씩 추가했다. 나머지 도시들에서도 티켓 예매가 시작되면 매진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월드투어 규모 자체가 커지며 BTS가 처음 공연을 하게 된 도시들도 외신에서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엘패소와 폭스버러를 처음 찾고, 유럽에서는 스페인 마드리드와 벨기에 브뤼셀을 최초로 방문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을 통해 아르헨티나에서도 신고식을 갖게 됐는데, 이에 현지 언론들이 속보로 소식을 전했다. BTS 멤버 진이 과거 밴드 콜드플레이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 때 게스트로 방문하자 아르헨티나 BTS 팬덤 아미(ARMY)들은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 테마의 광고를 도심 대형 전광판에 게시하고 길거리 플래시몹을 벌였다. 지난해 6월 BTS 멤버들의 군 전역 땐 카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26일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식서한을 발송, 3차례 예정된 멕시코시티 공연 추가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멕시코시티 3회 공연 티켓 15만장은 예매 개시 37분 만에 매진됐다. ◆BTS표 '음악관광' 경제적 파급력 주목 BTS로부터 공연 장소로 '선택받은' 도시들은 올해 '음악관광' 핫 플레이스로 뜰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는 지난 1월 26일 숙박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 데이터를 바탕으로 BTS 월드투어 일정 공개 후 48시간 동안 파리 숙소 검색량이 590% 증가했다며 "음악관광의 놀라운 사례"라고 평가했다. 파리에서는 7월 17·18일 공연이 진행되는데, 이 일정 앞뒤로 파리 박물관 투어와 센강 유람선 탑승 등의 관광을 소화하는 트렌드가 확인됐다는 것. 호텔스닷컴은 7월 6·7일 영국 런던 공연과 관련해서도 숙소 검색량이 145% 증가했다고 전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4월 9·11·12일 고양 일정은 가까운 서울 여행 검색량을 190%, 6월 12·13일 부산 일정은 부산 여행 검색량을 무려 3855% 증가시켰다. 부산은 BTS의 입대 전 마지막 공연이었던 2022년 10월 공연 당시 방문객 50만명 기록을 집계한 바 있고 이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60% 이상이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온 공연 관람객은 티켓 가격의 약 3.4배를 관광으로 쓴다"면서 "그러나 BTS는 이러한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고, 이번 투어의 경제적 파급력이 어느 정도에 이를지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 이면엔 바가지요금 같은 소비자 피해 문제도 함께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SNS(X, 구 트위터)를 통해 BTS 부산 공연 일정 발표 후 부산 숙박업소 가격이 최대 10배까지 폭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바가지요금 적발 시)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과 부산 만큼은 아니겠지만 대구경북도 외국인 아미 관광객이 잠시 들를 여지를 파악해 대구 서구·남구의 'BTS 벽화 거리' 등 명소를 재단장할 필요가 생겼다. 그러면서 부산에 뒤진 공연 유치 경쟁력 또한 점검할 필요가 생긴다. 앞서 2015년 밴드 마룬파이브의 내한 공연은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대구(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 이렇게 2개 도시 일정으로만 구성된 바 있다. 공연·관광 인프라와 교통 입지 등을 따진 대구의 대형 공연 유치 환경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도출된다. ◆李 공약 'K-이니셔티브' 정책 몸집 키우는 마중물 역할 할까?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증권가는 BTS 월드투어 79회 공연 일정이 나왔을 당시 1조원 초중반대 매출을 추정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3회 공연이 추가됐고, 향후 일본·중동 공연 일정이 더해져야 하며, 멕시코 대통령의 공연 추가 러브콜 등을 소화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 경우 회당 수백억원의 매출이 거듭해 더해지는 것으로 계산, 매출 전망치는 점점 우상향하게 된다. 이에 힘입어 하이브의 올해 매출이 처음으로 4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하이브는 2023년 국내 엔터 기업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는 그 2배 규모의 신기록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BTS가 일으킨 매출이 하이브 매출에 잡히면 이는 K팝 내지는 한국 엔터 시장 규모를 업데이트시켜 다시 정부 정책 지표로 연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문화수출 50조원 시대를 공약했는데 올해 BTS 월드투어 덕을 톡톡히 보게 생겼다. 광화문광장 공연 등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같은 K푸드,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캐리어를 한국산 화장품으로 가득 채우게 만드는 K뷰티, 우리 자본과 정책 지원이 투입된 건 아니지만 한국 소재 콘텐츠의 매력을 보여주며 지난해 큰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사례에 이어, 올해는 이미 흥행 성공 신호가 나오는 BTS 월드투어가 주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K이니셔티브' 각 분야가 골고루 빛을 내는 모습이고, 이에 관련 업계는 정부의 좀 더 통 크고 우선 순위도 상향한 활성화 정책을 기대하게 됐다.
2026-02-05 12:00:00
독보적 존재다. '김완선 다음 엄정화 다음 이효리'라는 한국 가요계 디바 계보론에서도 이효리는 더욱 할 얘깃거리가 많다. 최근 2년 만의 신곡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를 공개한 그의 서사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이효리는 1998년 우리나라 1세대 아이돌 걸그룹 '핑클' 멤버로 데뷔했다. S.E.S.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핑클은 지상파 가요대전 첫 걸그룹 대상 수상(1999년 SBS) 기록을 세웠다. 수상 실적이며 앨범 판매량이며 차트 순위며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걸그룹은 이젠 5세대까지 진화한 국내 걸그룹들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그러던 이효리는 4명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솔로 가수로 나섰다. 2003년 여름 1집 앨범 'StyliSHE'(스타일리'쉬')를 내놓으면서다. 좀 불확실한 도전이었다. 90년대를 풍미한 핑클을 비롯해 S.E.S., H.O.T., 젝스키스, god, 신화 등 1세대 아이돌의 시대는 2000년대 초반 저물고 있었다. 아이돌 음악이란 게 계속 대중에 '먹힐 지' 장담할 수 없는 안갯속 같은 가요판에 1세대 출신 이효리가 출사표를 쓴 것. 결과는 '이효리 신드롬'이었다. 이효리는 핑클 시기에 1차례 탄 가요대상을 솔로 첫 해였던 2003년엔 5차례나 거머쥐었다. 또한 같은 해 국내 각종 신문 1면에 891차례 등장, 기네스북 기록에 올랐다. 이효리가 확신을 보여준 덕분일까. 아이돌 업계는 그 해 말 향후 2세대 아이돌로 분류될 동방신기를 데뷔시켰고, 이후 아이돌이라는 음악 카테고리는 '한류' 'K팝'이라는 수식을 얻으며 늘 흥행에 성공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 이효리의 이 앨범은 마치 홍콩영화처럼 짧은 전성기를 마무리하고 쇠퇴기에 접어들 뻔 한 대한민국 아이돌의 2003년 이전과 이후를 잇는 중요한 성공 사례인 셈이다. 이 앨범은 이효리 본인에게도 '롱런'(지속가능한 연예 활동)의 디딤돌이 됐다. 아이돌의 수명은 길지 않다. 일단 초반에 성공하지 못하면 조기에 퇴장해야 하는데다, 보통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 내지는 활동중단 상황에 놓인다. 이때 솔로 가수나 배우 등의 이모작에 나서는데, 성공할 확률은 더욱 쪼그라든다.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옥주현(핑클)과 바다(S.E.S.), 드라마에서 연기 활동을 펼치는 서현진(밀크)과 윤아(소녀시대)가 몇 안 되는 성공 사례인데, 이효리는 이모작을 넘어 삼모작 역시 성공한 사례로도 분류할 수 있다. 생활 모습, 즉 라이프스타일 하나하나가 대중(이라 쓰고 '소비자'라 읽는다)의 시선을 끌어 유행이 되고 마는 이효리는 과거 11년 간 제주도에 살며 제주살이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으며 요즘은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가원이 문전성시다. 방송가와 광고계는 '명불허전 블루칩' 이효리가 또 어떤 트렌드를 퍼뜨릴지 또 어떤 파격적 음악 변신을 보여줄 지에 안테나를 기울이고 있다. 역설적으로 20여년 전 발매된 그의 1집 앨범은 트렌드에 영민하게 올라 탄 사례다. 히트한 타이틀곡 '10Minutes(텐미닛)'은 2년 전인 2001년 범지구적 인기를 얻은 미국 알앤비 여제 Mary J. Blige(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Family Affair(패밀리 어페어) 스타일의 끝물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다. 왜 2년이나 시간 차가 난 걸까? 2003년 한 휴대전화 CF에 패밀리 어페어가 삽입돼 큰 관심을 불렀고 같은 해 비슷한 질감과 작법의 텐미닛이 연이어 TV와 길거리에 울려퍼지며 대중의 귀에 꽂힌 셈이다. 물론 얄팍하게 시류만 좇은 게 아니라서 성공했다. 이 앨범은 외적으로는 이효리를 소녀에서 한국의 제니퍼 로페즈 내지는 마돈나(둘 다 당대 미국의 섹시 디바이자 만능 엔터테이너)로 변신시키면서 내적으로는 레코딩에 10명, 믹싱에 6명의 엔지니어가 달라붙는 등 음악 품질 그 자체를 높이는데 꽤 신경 썼다. 요즘이야 K팝에 블록버스터급 제작진이 투입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때만 해도 전과 비교해 공을 더 들인 시도였다. 텐미닛은 곡을 쓴 작곡가 김도현에게도 현재까지 그의 이력에서 대표곡으로 분류될 정도로 그때 있는 힘 다 쏟았던 맥락이다. 이효리도 앨범 총괄 프로듀서를 공동으로 맡아 책임감을 보여줬다. 여러모로 '잘 될' 앨범이었다.
2026-02-05 11:30:00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팬덤정치 과제도 분명…미테랑 극복? 트럼프가 롤모델? 그래도 MB처럼?
강한 정치팬덤이 패권인 시대상이 최근 여러 선거(22대 총선, 21대 대선, 각 정당 대표 선거 등)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정당정치에 대한 호평의 성적표가 곧 팬덤이라기보다는, 반대로 팬덤이 정당정치를 뒤흔드는 맥락이 점점 짙어지는 것이다. '팬덤정치의 민주주의 기제 가능성 검토'(2024) 저자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미디어는 정보 선택성 때문에 정치 양극화를 조장, 팬덤정치를 부추기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며 "정치인들이 뉴미디어와 팬덤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당정치 영향력이 감소(당내 의사결정 과정의 형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덤정치가 특정 정치인을 부각, 정당과 정책은 희미하게 만드는 현상도 우려점이다. 애당초 대한민국 정치가 YS(김영삼)·DJ(김대중)·JP(김종필) 같은 3김을 비롯한 인물 중심으로 흘러왔으나 민주화라는 성취를 얻든 지역주의라는 부작용을 야기하든 그들의 정치 소신이 적어도 팬덤에 휘둘리지는 않았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1981~1995년 14년 재임(1981년 첫 당선, 1988년 재선 성공)을 두고는 대중적 열광을 넘어선 감정적 신뢰와 제도적 정당성이 성숙한 감정정치, 즉 팬덤정치의 형태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충분히 롤모델로 삼을 만한데,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현상의 정치팬덤적 분석'(2025)을 펴낸 윤기석 충남대 교수는 "미테랑 팬덤은 프랑스 민주주의의 감정적 확장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정치적 비판의 자율성을 약화시켰다"면서 "미테랑의 상징 자본이 정부여당 사회당의 정체성을 압도했다. 미테랑의 리더십은 정당 민주주의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과 토론을 억제하고 대통령 중심의 권력 구조를 강화했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팬덤정치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건 오래된 우방이자 정치적 영향력도 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팬덤으로 일궈낸 정치 승리 사례를 계속 접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트럼프는 팬덤을 등에 업고 2016년 미 대선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2020년 대선에선 재선에 실패했는데, 이에 트럼프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곧장 움직인 게 팬덤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인준을 막기 위해 2021년 1월 트럼프 팬덤이 벌인 사건이 미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다. 이어 트럼프에 대해서는 각종 범죄 혐의 기소가 이뤄지며 사법리스크가 고조됐는데, 트럼프는 이때 찍힌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에 '항복은 절대 없다!'(NEVER SURRENDER!)는 문구를 곁들인 머그컵·티셔츠·포스터·차량스티커 등 굿즈를 제작해 팔아 이틀 동안 한화 100억원에 육박하는 정치자금을 모금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대통령 기록을 쓴 트럼프에겐 돈보다 더 절실한 민심이 그만큼 몰려든 것이었고, 트럼프는 2024년 재차 도전한 재선에 성공하며 사법리스크도 해소했다. 트럼프를 주목시키는 독자 SNS '트루스 소셜' 또한 많은 정치인이 탐낼 만한 팬덤 특화 미디어다. 다만 X(구 트위터)의 짝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트루스 소셜 자체는 재정이 열악해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이 예산을 지원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를 살펴보면 팬덤이 없거나 미미했던 경우는 현재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마지막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차례로 재임한 朴, 文, 尹, 李 모두 팬덤의 존재 없이는 대권 쟁취를 비롯한 정치 행보를 분석할 수 없는 사례다. 無(무)팬덤 정치는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2022년 수감 상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형집행 정지를 신청했음에도 뒤를 받쳐주는 성명 발표나 집회가 없었던 걸 두고 "팬덤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보니 아무도 사면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서 이어 "이런 말 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분을 (긍정적으로)평가하는 부분은 팬덤이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6-01-29 12:30:00
[금주의 이슈] 트럼프발 신제국주의 '돈로주의' 세계 휩쓰나?
'신제국주의'가 부활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해 지난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반 행보를 두고 미 언론 뉴욕포스트는 '돈로주의'라는 표현을 내놓은 바 있다. 1820년대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주창한 대외정책을 가리키는 '먼로주의'에 트럼프의 약칭 '도널드'를 합친 신조어다. 먼로주의란 미국식 고립주의다.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반대하면서 미국 또한 유럽의 지역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에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 패권을 강화하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결합된 게 돈로주의다. ◆매워진 먼로주의, 트럼프 '돈로주의' 주목 지난해 트럼프는 북아메리카 인접 그린란드와 중남미 파나마 운하를 미국령으로 삼고, 캐나다도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수정하자고 했다. 이를 가리킨 돈로주의라는 단어는 해가 바뀌자마자 뉴스 제목에 다시 붙기 시작했다. 올해 1월 3일 미군 특수부대가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면서다. 이어 9일 그린란드가 다음 타깃으로 조준됐다. 트럼프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두지 않겠다"며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자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둔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공동성명을 낸 것은 물론 그린란드로 병력을 파견하며 미국을 견제했고, 17일 트럼프는 이들 국가들에 대해 1단계 10%, 2단계 25% 대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흘 뒤인 21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국제법이 무시되는 법치 없는 세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세계 곳곳에서 다시 '제국주의적 야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는 같은날 '그린란드 관련 무력 사용은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관세 카드 철회 방침 또한 밝혔다. 하지만 그의 과거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 언행은 그린란드 합병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관세 무기화에 국방비도 증액…미국판 신제국주의 기지개? 돈로주의 조짐은 이미 여러 신호로 나타났다. 하나는 관세의 무기화다. 지난해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무기로 꺼냈다. 이걸 중국 등 적대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에도 겨냥했다. 미국은 마치 다면기(多面棋,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상대로 동시에 바둑 대국을 하는 것)를 펼치듯 세계 각국과 관세 협상에 나섰고, 여기서 국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패권을 다졌다. 미국에게 관세는 언제든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겁박할 수 있는 무기다. 실제로 이번 그린란드 갈등에서도 유럽에 들이밀었고,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 중인 이란 정부 압박 맥락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하나는 국방비 증액이다. 한국 돈 기준으로 국방예산이 1000조원이 넘어 '천조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이 조만간 '이천조국'으로 불릴 판이다. 지난 7일 트럼프는 내년 미국 국방예산을 당초 1조달러(1400조원)보다 50% 늘어난 1조5000억달러(2200조원)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관세가 주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돈로주의를 전개하며 자연스럽게 갈등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중국·러시아에 대해 압도적인 국방력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기준 국방예산은 미국이 8500억달러로, 중국(2450억달러)의 3.5배, 러시아(1600억달러)의 5배 수준이었다. 그리고 국제기구 탈퇴 러쉬에 나선 점이 꼽힌다. 제재를 받거나 적어도 잔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빠져나오는 맥락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7일 트럼프가 유엔(국제연합, UN) 산하 국제기구 31곳과 비유엔 기구 35곳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유엔 경제사회국과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굵직한 기구들이 탈퇴 목록에서 눈에 띄는데, 백악관은 "미국의 주권, 경제적 역량과 충돌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 이념적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튿날(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세계 곳곳에서 휘두르는 미국 '최고사령관' 권력에 어떤 견제 장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게 국제법은 필요 없다"며 "나를 멈출 수 있는 오직 한 가지는 내 도덕성과 내 생각"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돈' 좇는 신제국주의 풍조 이어지나 신제국주의란 19~20세기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과 일본 등이 식민지 팽창 경쟁에 나선 경향을 가리킨다. 新(신)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이유는 고대 정복제국 또는 15~18세기 대항해시대 식민주의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지구 전체가 영토 확장의 대상이 된 게 특징이다. 군사력·기술·자본을 결합한 우위로 확장한 영토에서 자원을 착취하고 시장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끌고 가는 지금 미국의 행보가 그런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돈로주의의 첫 글자 발음 '돈'이 그런 냄새를 풍긴다는, 이어지는 글자 '로'는 그걸 좇는 길(路)이라는, 마냥 우스개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진다. 마두로를 축출한 베네수엘라에 대해 트럼프가 초기에 명분으로 내세운 마약 문제 근절이나 민주 정부 수립에 힘을 쏟기보다는 세계 최대 규모 매장량(3000억 배럴) 석유 이권 확보에 더 눈독을 들이는듯한 모습이 그렇다. 미국에게 그린란드는 영토가 가까운 러시아 및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중국과의 '북극패권' 경쟁지이면서 첨단산업 필수 자원인 희토류 최대산지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해 관세 전쟁 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에 고전한 바 있다. 미국의 이런 접근은 종전 이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우크라이나에도 '청구서 국면'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4월 광물협정을 맺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가로 희토류 등 자원 개발 우선 참여권을 주기로 했다. 이어 아직 종전이 이뤄지지도 않은 이달 12일 우크라이나 측은 도브라 리튬 광산 개발권을 미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에너지 투자회사인 테크멧과 록홀딩스가 공동출자한 도브라 리튬 홀딩스에 부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러시아 및 그 외 유럽 주변 국가들의 이권 개입 여지도 거론된다. ◆역사 속 강대국 팽창 경쟁은 늘 전쟁 불씨로…트럼프 행보 촉각 미국의 이같은 행보에 대한 당사국 및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대응은 지난 19~20세기 여러 팽창 경쟁과 닮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은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100년 간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중심으로 서쪽 흑해 연안부터 극동까지 유라시아 패권을 두고 '그레이트 게임'을 펼쳤다. 크림전쟁(1853~1856)이 대표적 충돌 사례다. 또 19세기 말 대영제국의 3C정책(이집트 카이로~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인도 콜카타 식민지 건설)과 20세기 초 독일제국의 3B정책(독일 베를린~튀르키예 비잔티움~이라크 바그다드 철도 부설)은 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됐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 전략인데, 이게 친중 베네수엘라까지 뻗치자 미국이 이번에 견제구를 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슷하게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 러시아가 대치하는 곳이다.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취임 초기 트럼프에 대해 "한 세기 만에 다시 나타난 제국주의적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는데, 올해 그 평가가 더욱 명확해지는 모습이다. 신제국주의는 결국 1차 대전을 불렀고 그 여파가 2차 대전도 야기했는데, 혹여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할 지 여부에 올해 세계인의 촉각이 향할 전망이다. 트럼프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들과 그 어느 때보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북한을 가까이 둔 우리나라는 더욱 더.
2026-01-29 12:30:00
[커버스토리] 노사모·박사모 저리가라, 팬덤정치 2.0 시대
팬덤정치는 현대 정치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팬덤정치(Fandom Politics)는 특정 정치인을 연예인이나 아이돌처럼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현상이다. 과거의 단순한 지지자를 넘어 소셜 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후원금을 모으거나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는 등 능동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한다. 강력한 지지층은 정치인이 기득권이나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해져, 타협과 협치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소수의 열성적인 목소리가 전체 민심처럼 비춰지면서, 상당수 온건한 중도층의 의견이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2000년 결성된 노사모는 한국 정치사에서 '팬덤'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초로 꼽힌다. 같은해 총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이에 감동한 시민들이 '희망돼지 저금통' 모금, '노란 손수건' 캠페인 등을 펼치며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이를 계기로 노무현을 2002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사모가 진보 진영의 상징이라면, 박근혜를 지지한 박사모는 보수 진영에서 정치인 개인에 대한 강력한 충성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그 역사가 제법 쌓이고 유튜브를 비롯해 더욱 다채로워진 미디어들이 뒤를 받쳐주니 바야흐로 팬덤정치 2.0 시대다. ◆박사모 '태극기'와 문재인 '촛불' 갈등 박사모와 문재인 팬덤의 갈등은 한국 사회의 진영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이다. 특히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이들은 단순한 지지 모임을 넘어 오프라인 광장과 온라인 여론장에서 직접 충돌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탄핵 정국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이 핵심축이었던 '촛불 집회'는 '박근혜 구속'을, 박사모가 주축이 된 '태극기 집회'는 '탄핵 무효'를 외치며 매주 주말 서울 도심을 반으로 나눠 점령했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팬덤정치'와 '진영 갈등'의 원형이 되고 있다. ◆요즘 정치팬덤은 아이돌 '총공' 닮은 온라인 전투가 일상 지난해 11월 27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간 온라인 설전을 다룬 매일신문 기사(한동훈, 홍준표 '한덕수 비판'에 '한덕수와 단일화 약속 문자' 공개하며 "이제와서?")는 당일 출고된 매일신문 기사들 중 두번째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화제였다. 유입 경로 데이터를 살펴보니 두 정치팬덤이 충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 팬카페인 '위드후니' 및 소통 플랫폼 '한컷'과 홍준표 전 시장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 기사 링크가 공유된 게 확인됐다. 승리한 쪽은 명확해 보였다. 기사에는 총 451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홍준표 전 시장을 비판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한 내용들이 공감순 상위권을 차지, 아이돌 팬덤의 '총공'(총공격의 준말,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고자 대규모 인원이 일시에 접속해 온라인 게시판을 도배하거나 포털 실검 순위를 높이는 등의 집단행동)과 유사한 흔적을 남기며 정치팬덤과의 연결고리를 짙게 내비쳤다. 총공은 정치팬덤에서 '화력지원' '댓글정화' 등으로도 표현한다. ◆팬클럽 규모는 정치인 체급 바로미터? 지난해 12월 6일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팬카페인 '만사혁통'이 개설돼 시선을 모았는데, 함께 주목 받은 게 일종의 심사라고 할 수 있는 가입질문이었다. '평소 한동훈을 부르는 호칭은?'이라는 질문은 정치팬덤의 관점에서 따져보면 "상대(라이벌) 정치인에 대해 속마음을 표현하고 험담을 함께하는 순간, 한 편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의 인터뷰 발언(장현석 극동대 교수 2023년 저 'K팝 팬덤의 놀이에서 정치팬덤의 길을 찾다')에 딱 들어맞는다. 이어 올 1월 13일 국민의힘 윤리위가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하고 1월 15일 장동혁 대표가 쌍특검 요구 단식을 시작한 직후였던 1월 17일 만사혁통 회원 수는 1만명을 돌파했다. ◆盧·朴·文 '메이드 바이 팬덤' 사례 이어지자 정치팬덤 붐 팬덤정치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을 정도로 커졌다. 특위는 "정치 분열과 갈등 해소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팬덤정치 이슈를 연구한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8월에 '건강한 정치팬덤 문화 조성' 등 바른생활 교과서 수준의 제언을 내놓긴 했다. 여기서 언급된 정치 분열과 갈등은 한국 팬덤정치의 시초 노사모는 원치 않은 현상이었다. 노사모가 만들어진 주요 계기가 2000년 16대 총선 때 부산에서 허태열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던진 지역감정 자극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과 함께 우리나라의 왜곡된 지역감정의 극복에 동참한다'가 노사모 회칙 첫 줄이다. 이어 2004년부터 두 정치팬덤 사례가 두각을 드러냈다. 박사모와 문사모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즈음 선관위 통계에 따르면 박사모를 비롯한 박근혜 정치팬덤 총 회원 수는 다른 대선 주자들과 비교해 가장 많은 20만명에 달했다. 문사모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회원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더해 '젠틀재인' 등 크고작은 팬덤이 '문팬'으로 통합,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당선에 힘을 실었다. 두 집단 또한 대통령 배출이라는 성과를 내는 동안 우리나라 정치팬덤은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난립 경향을 보였다. 이재명 '손가혁'(손가락혁명군), 안희정 '아나요'(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 안철수 '안사모', 유승민 '유심초', 황교안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 정봉주 '미권스'(미래권력들), 반기문 '반사모', 손학규 '학규마을', 김문수 '문수사랑', 정몽준 'MJ21' 등의 정치팬덤이 2010년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상당수는 사라졌다. ◆'팬덤 없인 작동 불가' 대한민국 정치판 정치팬덤은 2024년 22대 총선과 비상계엄을 계기로 크게 변신했다. 우선 주목할 사건은 조국혁신당의 창당 및 원내 입성(비례대표 12석)이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조국사태'는 '조국수호'라는 정치팬덤과 '조국아웃'이라는 안티테제(반대) 세력 간 대결을 만들었고, 이어 팬덤이 사실상 정당으로 변모한 특이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노사모가 창당에 영향을 준 열린우리당 사례와 비교, 구심점이 된 인물로 보나 그의 이름이 차용된 셈인 당명으로 보나 팬덤 성향이 더 짙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배출 정치팬덤 계보 역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3차례 대권 도전 과정에서 와해된 손가혁과 새로 출범한 '재명이네마을'을 묶어 볼 수 있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 강성 지지층으로 유명한 '개딸'(개혁의 딸)도 등장했다. 재명이네마을은 정치인 팬카페 회원 수로 따져도 국내 1위(현재 20만명) 팬덤이다. 2위(9만명)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2020년 검찰 좌천 시기 만들어진 팬카페 위드후니다. 영부인이 되기를 바라는 팬덤이 결성돼 부군을 지지한 것도 전에 없던 사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기였던 2021년 만들어진 부인 김건희 씨 팬카페 '건사랑'(8만명)은 계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올어게인'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 중이다. 팬카페로만 팬덤의 위세를 따지긴 힘들다.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미디어 종류가 워낙 많아져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경우 팬카페 '미래권력 준스톤'이 있기는 하지만 회원 수가 1만명이 채 안 된다. 대신 지지자들이 일명 '펨코'(FM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 게시판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떳다방' 구태도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대선 시기에 뜬 한덕수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팬카페 '덕수왔수다'가 개설돼 네티즌들이 운집했으나, 그가 내란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 회원 수는 5명이다. ◆팬덤정치 강화시키는 '큰손' 유튜브 이렇게 정치팬덤이 팬덤정치를 구축하면, 팬덤정치는 다시 팬덤, 즉 지지층을 관리하고 확장하는 것에 집중한다. 주요 매개체가 바로 유튜브다. 기계적으로라도 균형에 좀 신경 쓰는 전통 미디어와 비교해 진영이 확실히 갈리는 특징을 초기부터 보였다. 2016년부터 시작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라디오 방송이었지만 유튜브 생중계가 파급력을 냈고, 이는 현재 진보 진영에서 구독자가 두번째로 많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231만명)으로 승계됐다. 진보 진영 구독자 톱 유튜브는 '매불쇼'(287만명)다. 두 유튜브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치인들이 팬덤에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이다. 선거 공천 시기엔 더하다. 보수 진영 유튜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하나 둘 등장하더니 지금은 '진성호방송'(186만명)과 '신의한수'(159만명)를 필두로 하는 구독자 100만명 이상 몇 곳을 비롯해 수십만 구독자 규모 유튜브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어 양 진영 대형 유튜브에서 생산한 긴 분량 콘텐츠가 일명 '바이럴(여론 확산) 유튜버'들에 의해 짧은 분량의 '쇼츠'로 쪼개져 재확산하는 게 요즘 정치 유튜브 생태계다. 정치인이 직접 유튜브를 개설해 자기 팬덤과 만나는 것도 대세다. 22대 국회의원 298명 중 95%(286명)가 자기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현직 국회의원 중 유튜브 구독자가 가장 많은 사례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청래TV(69만명)다. 이재명TV(184만명)가 대통령 유튜브 사례로 넘어가면서 차지한 1위다. 정치인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최전선 참호, 지지자가 운영하는 팬카페는 배후 기지다. 유튜브는 가령 상대 팬덤이 좌표를 찍어 '싫어요'와 '차단'을 클릭하거나 유튜브 계정 정지 또는 삭제를 노린 '신고'를 하는 '비공감 테러'를 당할 수 있지만, 팬카페는 아군끼리만 모여 작당모의를 할 수 있는 곳이다.
2026-01-29 12:00:00
임재범이 지난 4일 은퇴를 선언했다. 1986년 록 밴드 시나위로 데뷔해 헤비메탈 창법을 구사하다 전매특허인 거친 목소리의 발라더로 전향,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임재범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40주년 콘서트를 끝으로 무대를 떠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를 정립한 앨범이 하나 있다. 임재범의 음악 인생을 얘기할 때 단 한 장의 음반만 고를 수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다. 2집 'Desire To Fly'(1997). 고교 동창 신대철(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장남)이 이끄는 시나위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임재범은 이후 외인부대와 아시아나 등 록 밴드들을 거치다 돌연 '이 밤이 지나면' 등 감미로운 팝 발라드 곡들로 채운 1집 'On The Turning Away'(1991)를 발표했다. 시나위, 부활과 함께 한국 록의 산맥을 구성하던 밴드 백두산 출신 유현상이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긴 머리를 깎고 트로트 곡 '여자야'를 발표한 것에 버금가는 파격적 변신이었다. 이후 생각과 고민이 많아졌던 것일까? 임재범은 1집을 내고 무려 6년 뒤 2집을 발표했는데, 지금 대중들이 임재범 그 자체라고 떠올리는 '비상' '사랑보다 깊은 상처' '그대는 어디에' 등의 곡이 수록돼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히트곡이 가장 많이 수록된 앨범으로도 불린다. 1집과 비교해 거칠어진 질감은 원래 투신했던 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임재범만이 누빌 수 있는 호소력 넘치는 발라드의 세계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셈이다. 물론 1집의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없지는 않은데, 그걸 의식했는지 임재범은 바로 1년 뒤 발표한 3집 'Return To The Rock'(1998)에서 제목 그대로 딱딱한 록(하드록)을 바탕에 깔았다. 록과 가스펠의 작법이 조화로운 '고해'가 대표곡이다. 1집에서 3집으로 이어진 이같은 영점 조정 과정에서 2집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싱어송라이터 박정현과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임재범의 2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원래 임재범 혼자 불렀는데 박정현의 1집 'Piece'(1998)에 임재범·박정현 듀엣 버전이 수록, 대한민국 대중가요 남녀 듀엣곡의 대명사가 됐다. 이 곡은 당시 한 이동통신사 CF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의 연장선상에서 박정현은 임재범의 3집 상당수 곡 작사에 참여했고, 타이틀곡 고해의 코러스도 맡았다. 임재범은 이후 7집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일단 2집의 여러 곡들을 비롯해 3집의 고해나 4집의 '너를 위해' 같은, 무대 위에서 연인 내지는 신에게 호소하듯 열창하는 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좀 어색한 옷을 입은듯 했던 1집 이후 6년 간 정성을 들여 영점을 잘 맞춘 결과물인 셈인 2집이 그만큼 잘 만든 앨범이라는 얘기다. 2011년 MBC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남진의 트로트 곡 '빈잔'을 그의 음악적 뿌리인 하드록과 프로그레시브록의 문법으로 편곡해 불러 큰 화제가 된 것 역시 그의 그런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무튼 임재범은 조만간 떠난다. 대중음악계엔 '누구의 후계자' 같은 수식으로 계보를 따지는 비평 내지는 담론이 곧잘 만들어지는데, 임재범은 그의 앞에 누가 있었는지 또한 그의 뒤에는 누가 있을지 도무지 찾기 어려운 독특한 뮤지션이다. 그래서 지금껏 그랬듯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를 알고 싶어 남겨진 노래를 탐구하며 재해석하고, 또 수많은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이제 더는 접할 수 없는 그를 흉내내며 추억하고 회고할듯 싶다. 이같은 추억과 회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될 앨범이 바로 2집이지 않을까. 첫번째 트랙 비상의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 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같은 괜히 울컥하게 만드는 노랫말은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고 외치는 김민기의 '상록수' 급으로 더욱 올라설듯 하다.
2026-01-22 12:30:00
[시사뒷담] 이수정 "李 두 아들 군대면제" 발언 벌금 500만원 구형…6.3 지선 앞두고 경종 울리나?
'범죄심리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에게 범죄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구형됐다. SNS에 불과 '10초' 공유했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두 아들이 군대 면제를 받았다'는 내용의 게시물 때문이다. ▶지난 13일 수원지검은 수원지법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수정 당협위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 및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 선고를 요청했다. 이수정 위원장은 법정에서 "선거철에 제 의사와 무관하게 여러 대화방에 초대돼 많은 정보를 보게 됐고, 그날은 후보자에 대한 제가 모르던 정보가 쏟아지던 중이었다. 평상시였다면 아들들의 병역사항(의혹에 대해) 좀 더 차분하게 확인 과정을 거쳤겠지만, 당시 이동 중이었고 종일 (일정에)쫓기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가짜뉴스에 어이없게 속은 제 어리석음을 자책하게 된다. 제 부주의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후보자와 그의 자녀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점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이 사건은 매일신문이 최초로 보도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수정 교수는 지난해 5월 28일 오후 2시 38분쯤 페이스북에 '온 집안이 남성불구'라는 비하성 표현이 섞인 문구가 적힌 한 이미지를 첨부했다. 이미지엔 이재명 후보, 장남 이동호 씨, 차남 이윤호 씨 등 3인의 병역 관련 사유가 적혔는데 이들 세 부자에 대해 모두 '군대 면제'라고 표기했다. 이에 매일신문은 19분 뒤인 오후 2시 57분 송고한 '이재명과 아들 이동호·이윤호 모두 '군대면제'? 국힘서 가짜뉴스 공유'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수정 교수 언급을 전하며 이재명 후보는 골절후유증으로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지만, 이동호·윤호 씨는 둘 다 공군 병으로 정상적으로 제대한 사실을 함께 알렸다. 동호 씨는 2013년 8월 19일 입대해 공군교육사령부에서 근무하다 2015년 8월 18일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윤호 씨는 2015년 1월 19일 입대해 공군 3여단에서 근무하다 2017년 1월 18일 병장으로 군 복무를 완료했다. 이어 3시간여 뒤 문제가 된 게시물이 이미 삭제된 같은날 오후 6시 32분쯤 나온 노컷뉴스 기사를 시작으로 타 언론이 본지 기사를 인용한 보도를 전개하며 파장이 커졌다. 매일신문은 이수정 교수가 글을 쓰고 5분이 지난 시점에 페이스북 글을 캡처해 기사에 붙였는데, 이를 가리키는 '5분' 표기가 관련 보도에 첨부된 이미지의 공통점이다. 뒤늦게 이어진 보도에서는 이미 지워진 페이스북 글을 캡처할 수 없으니 매일신문 기사에 첨부된 이미지를 가져다 쓴 것. 결국 이수정 교수는 이튿날인 29일 낮 12시 46분쯤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 아드님의 군대 면제 관련 그림을 올렸다가 빛삭(빛처럼 빠르게 삭제)한 일은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를 10초 정도 공유했다가 잘못된 정보임을 확인하고 즉시 삭제한 일이니 너른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오후 1시 17분쯤에는 "감시 사회 무섭네요"라는 댓글도 달았다. 다만 이수정 교수는 글을 10초만 공유하지 않았다. 당시 매일신문은 이수정 교수가 글을 올리고 5분이 지난 시점에도 글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를 확인했다. 자칫 거짓말이 될 뻔한 해명은 이번 재판에서 "9분 만에 곧바로 삭제했다"는 변호인의 변론으로 정정됐다. ▶사실 이수정 교수가 글을 썼다가 지운 몇 분의 짧은 시간을 언론이 감시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힐 일이었다. 이런 일들이 선거철이면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수정 교수는 지난해 21대 대선 사전투표(5월 29, 30일) 하루 전이자 본 투표(6월 3일)가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 과열됐던 비방전에 참전한 맥락이다.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와 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해 당선을 방해한 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같은 법적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후유증은 남는다. 이수정 교수가 공유했던 이미지는 지금 검색해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이수정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은 2월 5일 열린다. 마침 6.3 지방선거를 약 4개월 앞둔 시점이라 닮은꼴 비방전을 염두에 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이게 어떤 진영은 혹여 과도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억울해 하고 어떤 진영은 일벌백계이자 정치적 승리라고 환호할 일이 아니다. 이수정 교수로부터 피해를 당한 셈인 이재명 대통령도 20대 대선 후보 때 발언을 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2심 무죄→3심 유죄 취지 파기환송→대통령 당선 후 재판 무기한 연기라는 과정을 거치며 개인의 정치인생이 사법리스크에 놓이는 고통을 겪은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발생하지 않아도 됐을 혼란을 만든 바 있다. 두 사람 사례는 입은 침묵, 손가락은 단속, 그리고 예나지나 돌다리도 좀 두드려 보는 게 미덕으로 요구되는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역시 곧 달아오를 지방선거판에 던져지는 메시지다.
2026-01-22 12:30:00
[금주의 이슈] '출산율' 반등했지만 수도권·지방 온도차…미래산업 일자리가 관건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오래된 구호의 저주 아닌 저주는 지속될까? 아니면 반전의 신호를 보일까? 올해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이 지난 2021년 처음 지정됐는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년 마다 재지정토록했기 때문에 올해 어떤 지역은 제외되고 또 어떤 지역이 추가되는지 보면 된다. 이는 출범 2년차 이재명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 중간평가이자, '5극3특' 전략(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 권한 및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추진)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점검할 여러 항목 중 지역별 '출산' 관련 지표가 중요하다. 이 지표는 향후 미래산업의 지방 배치 정책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정말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따질 수 있는 부분이다. ◆60년대 3명→70년대 2명→80년대 1명→90년대 "아차" 짚어봐야 할 오래된 구호가 또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대한민국은 1950년 발발한 6.25전쟁으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겪으며 출생인구의 일시적 감소를 겪었다. 이는 전쟁 후 복구 과정을 거치며 1955년쯤부터 큰 폭으로 회복했다. 바로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5년 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2.98%를 기록, 한국 인구는 2천150만명에서 2천500만명으로 폭증했다. 그러다 1960년대 들어 정부는 인구 폭발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진단했다. 너무 많이 낳을 경우 교육·의료 등 각종 복지 인프라가 부족했다. 아들을 낳을 때까지 여성은 출산 기계가 돼야 하는 (역시 인구를 계획없이 늘리는 원인인)남아선호사상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결국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발족, '가족계획'이라는 개념을 퍼뜨리고 '산아제한'이라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 강도를 점차 높였다. 1966년 '세 자녀 갖기 운동'을 전개했고, 1970년대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더니, 1980년대에는 '둘도 많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정책도 곁들였다. 1962년 해외이주법을 제정해 해외이민을 장려했다. 1970년대부터 정관수술 시 아파트 분양 우선권을 부여했고, 1974년의 경우 '임신 안 하는 해' 캠페인이 민간에서 벌어졌다. 인구 4천만명대에 들어선 1980년대엔 예비군 훈련 중 정관수술 시 훈련 잔여 시간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와 광장엔 인구폭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고 '인구시계탑'을 세웠다. 그랬던 게 1990년대에 정반대 상황을 맞닥뜨렸다. '고령화' 시대의 도래를 간과했던 것. 저출산이 심각한 인구 부양 불균형을 만들 것으로 본 정부는 1996년 들어서야 '신인구정책'을 수립, '출산장려'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쉽게 되돌릴 수 없었다. 과거엔 정부가 하자면 하는 게 국민성이었으나, 시대가 바뀌었다. 경제적 처지와 자아실현의 욕구 등을 따져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가 대세가 됐다. 통계청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은 2012년 56.5%에서 2023년 36.4%로 줄었다.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33.7%), 필요성 못 느낌(17.3%), 출산과 양육 부담(11%), 고용 불안(10.2%) 등이었다. 공교롭게도 60년 전 그 구호,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가 다시 튀어나온다. 섣불리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거지꼴 면하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다. ◆출산율 소폭 반등했지만 "수도권 얘기?" 그렇게 점점 바닥으로 향하던 출산율이 최근 반등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인구 전망 2025~2045' 보고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인 15~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55년 역대 최고 6.33명에서 2023년 역대 최저 0.72명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게 2024년 0.75명으로 미미하게나마 반등하더니 지난해(2025년 1~10월 집계) 추산 0.8명대 회복에 이어 올해(2026년)는 0.9명대로 더욱 반등할 전망인 것. 국가예산정책처는 코로나19로 지연됐던 혼인이 몰리면서 주요 가임기인 30대 여성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2년 전부터 양육비 부담 완화와 부부 육아휴직 지원 등 출산 정책이 강화된 게 연결고리로 언급된다. 희망의 두 해(2024, 2025년)를 행정안전부가 이달 5일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살펴보면, 국내에서 2024년 24만2천334명이 태어났는데 2025년엔 그보다 1만5천908명(6.56%) 증가한 25만8천242명이 출생했다. 그런데 여기서 수도권과 지방(비수도권)의 온도 차가 드러난다. 2025년 지역별 출생자 수를 보면 시·도 단위에서는 경기(7만7천702명), 서울(4만6천401명), 인천(1만6천786명) 순으로 많았다. 시·군·구의 경우 경기 화성시(8천116명), 경기 수원시(7천60명), 경기 용인시(5천906명), 충북 청주시(5천526명), 경기 고양시(5천522명) 순이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 격차가 처음으로 100만명 넘게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2천608만1천644명)는 2024년 대비 3만4천121명(0.13%) 증가했으나, 비수도권 인구(2천503만5천734명)는 같은 기간 13만3천964명(0.53%) 감소했다. 104만5천910명 격차로, 2019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 앞지른 후 최대치다. ◆누구나 아는 '일자리'가 해답이지만, '산아제한' 닮은꼴 우(愚) 범할까?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많은 전국 1·2·3위 기초자치단체 화성·수원·용인은 삼성전자 캠퍼스(사업장) 소재지, 4위 청주는 SK하이닉스 캠퍼스 소재지인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기업의 대규모 일자리가 있는 지역들에서 청년들의 결혼·출산·양육 등 주거 해법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위 랭킹엔 들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등이 위치한 경북 구미시도 출생아 수가 2025년 1~10월 1천722명을 기록, 전년 동기 1천649명 대비 4.4% 늘며 증가세다. 영양군(2024년 기준 출생자 수 25명, 전국 최저) 등 연 출생자 수 100명이 채 안 되는 시·군이 많은 대구경북에선 주목할 사례다. 각 지역에 이미 자리를 잡은 일자리는 쉽게 조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이 앞으로 어디에 신규 배치되는지가 곧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이게 지방에 청년들을 붙잡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정주토록 하는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 미래산업 투자의 여전한 수도권 집중이 우려를 키운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3년 정부의 전국 특화단지 투입 예산 3천594억원 중 73%(2천639억원)가 수도권 몫이었다. 특히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2023년 7월 결정한 '첨단산업 및 신규 소부장 특화단지' 투자 620조원 가운데 90%(562조원)가 용인평택 반도체특화단지에 배정됐다. 또 2024년 6월 결정된 '바이오 특화단지' 투자 36조원 중에서도 71%(25조7천억원)가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메가클러스터에 투입된다. 이런 식이면 정부의 지방소멸 대책인 '5극3특'은 그냥 시쳇말로 '수도권 특특특'이 돼 버린다. 정부가 수십년 근시안으로 전개한 실수 사례인 '산아제한'에 이어 재차 실수하는 '지방제한(지방의 성장을 제한하는)' 사례라고 씁쓸히 풍자하게끔 만든다. 수도권의 전력 공급 능력 부족 실태를 매개로 최근 점화했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에 대해서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이슈 몰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이 표를 얻은 공약인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갈증 표명이다.
2026-01-22 11:30:00
[금주의 이슈] 정년연장, 되려 임금 양극화 키울까?…기업·근로자·청년 고차방정식
60세인 대한민국 근로자 정년이 65세로 5년 연장될지 여부에 지난 한 해 동안 시선이 쏠렸지만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논의 과정의 '디테일'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법정 정년연장 입법의 키를 쥔 여당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고, 이미 늦어버린 정년연장을 마냥 더 늦출 순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올해 6.3 지방선거가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사용자는 물론이고 청년층까지 여러 당사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마치 잔뜩 엉킨 실타래 같아 난제다. 이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않은 채 '베이비부머+청년층'이라는 선거 표심을 모두 잡겠다며 졸속 입법이 이뤄지면 문제, 그렇다고 고령화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년연장을 마냥 연기하면 그것 역시 문제, 이 경우 100% 막기는 힘든 청년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지도 문제다. ◆정년연장 '속도조절' 선택지 나왔지만 각계 반응 '글쎄' 일단 먼저 나온 윤곽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3개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선풍기로 따지면 속도 1, 2, 3단 버튼을 선택지로 제시한 셈이다. 1안은 2028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36년까지 2년에 1년씩 정년을 늘리는 방안으로 고령층 소득 공백을 신속히 해소하는 게 특징이다. 2안은 2029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39년까지 10년간 정년을 늘리는데, 61·62세로는 3년에 1년씩, 63·64세로는 2년에 1년씩 늘리는 것으로 1안과 비교해 속도를 줄여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취지다. 3안은 2029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41년까지 12년 동안 3년에 1년씩 늘리는 방식으로, 속도가 가장 느리지만 그만큼 노동시장 안정성을 담보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 단계적 진행에 따라 65세가 되기 전에 정년을 맞을 사람들의 경우 퇴직 후 1~2년 간 재고용하는 안을 덧붙여 제시했다. 이 중 하나라도 선택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크고작은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년연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실질적인 소득공백 해소를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신규채용 위축을 이유로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계 목소리도 있다. 일자리가 당장 줄어들 수 있으니 당연히 반대다. 특히 AI(인공지능) 도입 등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며 이미 신규채용이 크게 감소하는 분야가 벌써부터 체감되는 가운데, 아버지 뻘 시니어 세대까지 미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를 경쟁자가 돼 버려 우려하던 '세대갈등'이 좀 더 몸집을 키우는 모습이다. ◆시니어 일자리 연장하면 경제 선순환 vs 청년 일자리가 부양 근본 대책 정년연장이 새로운 논쟁 거리는 아니다. 이미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들이 전철을 밟았기에 우리도 나름 열심히 준비해 온 숙제인데 참 어렵다. 과거 논의는 어떤 양상이었을까? 2019년 6월 11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정년연장, 고령화 해법인가 세대갈등인가'라는 제목으로 각계 입장을 다뤘다. 노인 인구가 매년 50만명 수준으로 느는 반면, 저출산 여파로 노인을 부양할 청년은 빠르게 줄고 있으니 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다는 것. 토론 제목부터 '부양'을 걱정한 것인데, 요즘은 청년층의 감정을 의식한듯 이 의미를 감추는 뉘앙스라 비교된다. 당시 정년연장 혜택을 본 은퇴자들이 노후를 잘 준비해 그만큼 부양 부담을 줄인다는 주장과 부양 부담을 진 청년들의 안정된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대비됐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소득이 증대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며 정년연장 수혜자들이 은퇴 후 쓸 소득과 연금 등이 경제에 선순환을 만들 것이라고 봤다. 반면 정영진 시사평론가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청년 일자리가 많아질 때나 정년 연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6년이 지난 현재 청년 일자리는 정년이 연장될 시니어 세대와 AI가 함께 노리는 형국이다. AI·로봇 도입과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자동화 등에 따른 산업계의 일자리 줄이기 압박이 더욱 커졌으니, 시니어 세대에 대한 정년연장 혜택은 더욱 가당치 않다는 강화된 주장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년연장은 남의 일? 평균 53세에 그만두고 비정규직도 40% 육박하는데 대기업·공무원·정규직만 정년연장의 혜택을 입고, 이에 따라 우리 사회 임금격차가 더욱 양극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시선을 모았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금개혁과 임금체계 보완이 먼저"라며 "노동개혁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논의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반대했다. 이지만 교수는 이어 6년 뒤였던 이달 5일 국회 '2026년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정년연장 입법 이전에 정년 양극화 해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사갈등보다 정년연장이 고용시장에 더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연금 수령액과 대기업 임금 차이가 고용시장 임금 양극화의 불씨가 될 것으로 봤다. 올해 통계 평균치 기준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60세에 퇴직한 근로자 A씨는 월 2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임금이 월 570만원으로 연 1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A씨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회사에 다니는 경우, 정년이 65세로 5년 연장될 시 평균임금은 약 30% 더 늘 수 있다. 이 경우 기존과 비교해 매년 4배정도 연금 수익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연금 수령액 차이와 함께 정년연장 혜택 자체가 여전히 소수에 돌아갈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지만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정년 60세까지 일하다 은퇴하는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11~17%정도다. 나머지는 평균 53세쯤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정규직은 정년연장 자체가 불가능한데, 현재 국내 임금 근로자 2천200만명 중 비정규직이 38%(850만명)을 차지한다. 즉 60세까지 버티지 못하거나 아예 비정규직인 경우 정년연장은 남의 일이 될 테니, 정년연장 적용 대상자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고용시장 체질 변화가 우선 과제일 수 있다. ◆경영계·노동계·청년층 의견 정치권 계속 경청해야 같은 세미나에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견해 차이도 좀 더 상세히 드러났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인위적·강제적 방식의 정년연장은 혜택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고용을 악화시켜 세대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며 "근속연수에 따른 연공급(대표적으로 호봉제) 형태에서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만큼, 직무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정년연장 문제는 급격한 초고령화와 숙련인력의 급속한 노동시장 퇴출, 노년층 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 과제"라며 조속한 입법 추진을 강조했고,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년연장에 따른 근로조건 조정은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노동시간 단축 또는 노동생산성을 고려해 일정한 수준의 임금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렇게 계속 나오는 얘기들을 정치권이 다시 소화해 더 좋은 법안을 내놔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제도권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청년층의 처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2026-01-15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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