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까지 5일 간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2026 농촌진흥청 농촌지도 비전 리더십 교육과정」에서 전국 도농업기술원 및 시군농업기술센터 과장 69명을 대상으로 '긍정 리더십을 통한 행복한 일하기'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사공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리더는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고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라며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성과 지향이 아닌 관계 지향으로 전환해야 하고, 능력보다 태도를 통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3-27 10:38:35
▷3년 전 50대 가장(家長)을 떠나보낸 유족 얘기다.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동네 의원을 찾았다. 몇 달 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통증은 더 심해졌고 기본적인 생활도 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뒤였다. 요통이 생기기 전 정부의 시책에 순응해 코로나19 4차 백신까지 모두 접종했다. 이후 허리 통증이 시작됐으나 췌장이 문제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백신 접종을 고민하던 그를 강력히 만류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효과 없는 허리 치료만 반복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한 의원에 대한 원망이 유족을 괴롭혔다. 그런데 최근 이물질 백신 사건이 터지면서 백신 부작용과의 연관성에 다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유족은 "50대 안팎의 지인 2명도 공교롭게도 췌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백신 부작용과의 인과성을 의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 백신 이물질 사건이 터지면서 백신 부작용 규명(糾明)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의 이물질이 신고된 백신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물량 1천420만 회분이 2021~2024년 접종됐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로 밝혀지면서다. 법원 역시 정부가 그동안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던 뇌출혈, 급성 심근경색 사망에 대한 인과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앞서 백신 부작용에 따른 사망 피해 보상 신청이 2천465건 접수됐지만 인과성이 인정된 것은 1.1%에 불과했다. 이에 인과관계 인정 범위를 더 넓히고자 지난해 10월 코로나 백신 피해 보상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의도 시작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진실규명시민연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만 2만여 명이다. 백신 부작용을 추측이나 의심만 하고 있는 국민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백신 부작용 진상 규명과 이를 요구하는 이들을 외면(外面)하다시피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물질 코로나 백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해 폭넓고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설 때가 됐다.
2026-03-27 05:00:00
1995년 3월. 한국 정당사(政黨史)에 이름을 깊이 새긴 한 정당이 출범한다. 거대 정당도, 엄청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닌데 뇌리에 선명하다. 이보다 더 큰 정당 중에도 당명 변경이나 해산 후 이름이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곳이 많지만 이 정당의 이름은 헷갈리지도 않는다.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다. 김종필(JP)을 중심으로 한 자민련은 창당 첫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4명의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킨다. 이듬해인 1996년에 열린 15대 총선에선 의석수 50개를 확보하며 전성기를 맞는다. 충청권 석권은 물론 대구에서도 전체 13개 의석수 중 8개를 쓸어 담았다. 당시 집권 여당 신한국당은 대구에서 고작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역 정당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6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개별 합류하는 방식으로 자진 해산하며 문을 닫았다. 2026년 3월. 자민련이 'TK(대구경북) 자민련'이라는 발언으로 다시 소환됐다. 지난 9일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등록이 마감된 뒤 '국민의힘이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경고(警告)와 함께 등장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대구·경북에서만 공천 신청이 쏟아져서다. 실제로 대구와 경북은 각각 9명, 6명이 신청한 반면 서울(3명), 부산(2명), 인천·대전(1명) 등 다른 지역의 신청은 저조했다. 이를 두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경북만 과열되고 수도권 등 그 외 지역에선 후보를 찾기 어려운 인물난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전국 정당은커녕 영남 자민련도 못 되는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비판이 과장이 아닐지 모른다"고 했다. 대구·경북에만 지지 기반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민련에 빗댄 것이다. '윤 어게인'과 '절윤'의 진흙탕 싸움, 당 윤리위의 징계 남발 등 분열로 치닫던 국민의힘이 '이대로면 지방선거 필패(必敗)'라는 위기감에 의원총회를 열고 사실상 '절윤' 선언을 담은 의원 전체 명의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국면 전환을 꾀했으나 돌아선 민심의 반응은 차갑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내정설, 배제설 등 공천 파동까지 일으키며 얼마 안 남은 지지층까지 밀어내고 있다. 대구시장 공천을 두곤 영호남·탈당·무소속 출마까지 들먹이는 등 막말이 난무한다. 여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구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의힘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대구를 찾아 "시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러 내겠다"며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보란 듯이 주호영·이진숙 두 명을 공천 배제(컷오프)했다. 더 드러날 난맥상(亂脈相)도 없을 듯하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에 '잡아 놓은 물고기'였다. 그런데 그 충성도 높던 이들조차 '국민의힘 꼴도 보기 싫다', '김부겸 뽑겠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최악의 경우에도 TK 자민련은 가능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1995년 당시 자민련이 얻은 전국 광역단체장 4명보다 당선자가 적을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대구시장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이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에 밀려 대구에서 얻은 의석수는 단 2석이었다. 지금 하는 걸로 봐선 국민의힘엔 'TK 자민련'도 사치(奢侈)다.
2026-03-24 05:00:00
'썩은 사과 하나가 상자 속 모든 사과를 썩게 한다'는 속담에서 나온 게 '썩은 사과' 이론이다. 특정 또는 일부 구성원의 부정적이고 잘못된 행동·처신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조직을 망가뜨린다는 의미다. 문제가 있는 조직에서 특정인이나 소수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해 흔히 사용된다. 조직은 문제가 없는데 '그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이면(裏面)엔 '그 썩은 사과만 솎아 내면 괜찮아진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일종의 '희생양 만들기'다. '썩은 상자'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썩은 상자 안에 있으면 성한 사과들도 다 썩는다'는 게 핵심 명제(命題)다. 조직의 시스템이나 환경, 상황이 개인을 오염시키고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거나 개인보다 조직이 문제라는 걸 강조할 때 사용되곤 한다. 미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교도소 실험을 통해 정립한 '루시퍼 이펙트'의 주요 개념이기도 하다.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든다는 의미로, 싱싱하고 멀쩡한 사과라도 습하고 곰팡이 핀 '썩은 상자' 안에 있으면 같이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보는 듯하다. '윤 어게인' 세력에겐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들이 썩은 사과이고, '절윤' 세력에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 세력들이 썩은 사과다. 서로 솎아 내려 난리다. 당 윤리위원회까지 나서 '썩은 사과를 도려낸다'며 제명과 징계의 칼을 휘둘렀다. 당 지도부와 개혁파·소장파 등도 서로 썩은 사과 보듯 한다.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도 '역시나'다. 서로 썩었다고 손가락질이다. '사퇴' '탈당' 등 압박과 협박이 난무(亂舞)하는 등 서로 끌어내리고 배제하려 혈안이 돼 있다. 썩은 사과 때문에 상자가 오염된 건지, 썩은 상자 탓에 사과들이 상한 것인지, 둘 다 썩은 건지 논란이 있겠으나, 분명한 건 썩은 상자에선 정상적인 사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앞선 위기에선 한나라당 천막 당사, 자유한국당 영등포 소규모 당사 이전 등을 통해 반성하며 상자를 정화(淨化)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 이준석 전 대표도 솎아 내고 한동훈 전 대표도 들어냈는데 상자는 더 썩어가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솎아 내기보다 상자 청소가 아닐까.
2026-03-20 05:00:00
'힐링닥터'로 알려진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7일 비대면 라이브(ZOOM) 방식으로 진행된 '2026년 제1차 정신건강증진시설 종사자 인권교육'에서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정신건강증진시설 종사자들의 인권 감수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고, 200명이 참여했다. 사공정규 교수는 "인권은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며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작은 노력,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2026-03-18 15:43:01
논란의 '사법개혁 3법'이 12일 관보(官報)에 게재되면서 결국 정식 공포됐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는 즉각 시행됐고, 대법관은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증원된다. 이 중 법왜곡죄는 그러잖아도 많은 고소·고발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은 70만 건에 육박(肉薄)하고, 검찰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도 9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리 고소·고발이 많을까. 다투는 걸 좋아해서일까? 우선 누구나 손쉽게 고소장을 낼 수 있는 등 문턱이 낮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피해자도 아닌 제3자가 고발할 수도 있다. 수사기관도 일단 접수하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 고소가 허위로 드러나도 무고죄(誣告罪)로 처벌받는 경우가 적어 '아니면 말고'라는 심리도 작용한다. '민사의 형사화'도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돈을 못 받거나 계약 분쟁이 생기면 민사 소송보다 형사 고소를 먼저 택하는 경향이다. 민사 소송은 비용 부담도 있고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형사는 고소장만 내면 경찰·검찰이 대신 수사해 준다. 이를 통해 피의자 압박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예를 들면 개인 간 돈 문제의 경우 민사 영역인 만큼 법의 힘을 빌리더라도 민사 소송을 시도해야 하지만 형사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도 한몫한다. 일상에서 종종 던지는 농담 중 "법대로 해라"는 말이 이를 잘 나타낸다. 개인 간 다툼을 스스로의 중재 노력보다 공권력을 빌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왜곡죄까지 시행되면서 고소·고발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 수사 결과 및 판결에 불만을 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당 경찰·검사·판사를 고소·고발하는 등 악용 우려가 크다. 물론 사법권 남용(濫用)을 견제하고 수사·사법기관의 책임감을 높일 수도 있다. 약자의 경우 고소가 가장 효과적인, 사실상 유일한 구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수사나 판결이 위축되고 고소·고발 처리로 수사기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법왜곡죄가 불러올 고소·고발 남발 후폭풍이 걱정이다.
2026-03-13 05:00:00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의결(議決)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중 '법왜곡죄'는 '고소·고발법'이라 할 만하다. 형사사건에서 수사나 재판에 불만이 있는 경우 너도나도 고소·고발할 수 있게 돼서다. 대상은 형사사건을 재판하는 법관, 공소 제기·유지하는 검사, 범죄 수사하는 경찰 등이다. 이들은 특정인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하기 위해 적용해야 할 법률을 적용하지 않거나 조작 또는 고의로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법왜곡죄가 거론될 때 주로 등장하는 대상은 판·검사다. 이들이 작정하고 조작·왜곡할 때 국민에게 끼치는 피해와 폐해(弊害)가 큰 데다 접하기도 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경찰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담당 사건 건수도 경찰이 검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경찰에 접수된 형사사건은 2024년 기준 158만여 건인데, 검찰로 송치해서 또는 자체 종결해서 불만을 품을 수 있는 고소·고발도 계산상으론 이만큼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제한되면서 사실상 형사사건의 99%를 경찰이 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마다 민원성 고소·고발에 직면할 수 있는 등 법 왜곡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수사 지연도 국민 피해와 직결(直結)되는 부작용이다. 법왜곡죄를 의식해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은 미루거나 기계적으로 검찰에 송치해 버릴 수 있어서다. 수사 지연은 사법 3법 도입으로 우려되는 재판 지연보다 국민에게 더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의도적 왜곡' 등의 개념도 추상적이고 명확성이 떨어져 방어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 이유 중 하나가 '정치 검찰'인데 경찰이 정치적 사건에 더 민감할 수도 있다. 경찰도 걱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앞서 법왜곡죄 입법과 관련해 '경찰관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소·고발 남용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고소·고발이 많은데 법왜곡죄까지 도입되면 '고소·고발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 법왜곡죄 도입으로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고소·고발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지만, 부디 기우(杞憂)이길 바라본다.
2026-03-06 05:00:00
도요새가 조갯살을 먹으려 부리를 넣자 조개는 껍데기를 꽉 닫아 부리를 문다. 도요새가 '오늘도 비가 안 오고 내일도 비가 안 오면 너는 말라 죽을 것'이라고 하자, 조개는 '오늘도 안 놔주고 내일도 안 놔주면 너는 굶어 죽을 것'이라며 맞선다. 꼼짝 못 하는 사이 둘은 지나가던 어부에게 손쉽게 잡힌다. 익히 알고 있는 '전국책'의 '연책'에 나오는 '어부지리(漁父之利)'다. 개와 토끼가 쫓고 쫓기다가 둘 다 지쳐 죽자 지켜보던 농부가 주워 갔다는 '양패구상(兩敗俱傷)', '견토구폐(犬兎俱斃)'도 같은 의미다. 구부러진 소의 뿔을 곧게 펴려고 무리하게 힘을 가하다 뿔이 뽑혀 죽고 말았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화도 있다('한비자'의 '외저설좌상'). '후한서'엔 헤어날 길 없는, 죽음에 가까운 절박한 처지를 뜻하는 '솥 안의 물고기(釜中之魚)' 비유도 나온다. '삶겨 죽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딱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죽는 줄도 모르고 '윤 어게인'과 '절윤(絕尹)'으로 나뉘어 싸움질이다. 당이 어떻게 되든 보수가 어떻게 되든, 결론도 내리지 못할 '윤 어게인' '절윤'을 외치며 서로 상대의 뿔만 바로잡으려 한다. 6·3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에 갇혀 푹푹 삶겨 죽을 지경이다. 17%, 22%라는 당 지지율이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텃밭이라는 대구에서도 민주당에 추월당하기 직전이다. 이러다 17개 지자체 중 대구도 내줄 판이다. 민주당으로선 이런 어부지리도 없다. 이미 타이밍은 놓쳤다.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도 장동혁 대표는 오히려 '절윤 세력과의 절연(絕緣)'을 선언하는 '뻥축구'를 해버렸다. 당내 개혁파도, 다선 중진 의원들의 절윤 및 사과 요구도 묵살됐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해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다시 사랑받기엔 늦었다. 지금 절윤 선언하고 사과한들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받아들여지겠는가. 오히려 선거용으로 보일 뿐이다. '윤 어게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윤 어게인'을 외쳐도 지금보다 더 얻을 표도 없다. 중도층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 '절윤'을 해도, '윤 어게인'을 외쳐도 더 얻을 지지가 없다는 말이다. 곪아 터진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약 바르고 반창고 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수술도 대수술이 필요하고 후유증 및 회복기도 거쳐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상황이라면 보통 명의(名醫)론 안 된다. 달리 말하면 수술 한 번으로 완치될 병도, 하루아침에 나을 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다 수술 한 번 못 받아보고 당의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다. 지난 총선 대패로 여당 견제조차 못 하는 허수아비 야당이 됐고, 계엄으로 대선은 그냥 헌납했고, 이제 지선까지 참패면 보수의 본산(本山), 제1야당으로서 존재 의미는 없다. 지금은 '윤 어게인'인지 '절연'인지 결판낼 때가 아니다. 당장 싸움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결집해 힘을 모을지, 망하고 다시 시작할지를 결단해야 할 때다. 이대로면 말라 죽거나 굶어 죽는다. 살아남더라도 어부에게 잡혀 죽는다. 뿔이 조금 굽었더라도 소는 살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죽는지도 모르고 솥 안에 갇혀 싸우고만 있을 건가. '네가 맞느니 내가 맞느니' 싸우기만 하다 당(黨)이 망하고 난 뒤에는 늦다. 그땐 절윤도, 윤 어게인도 의미 없다.
2026-03-03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재판소원법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재판소원법은 법왜곡죄·대법관 증원법과 함께 여당 주도로 입법 추진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중 하나로, 사법의 양대 축(軸)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모두 관계된 법안이다. 한마디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서도 헌재가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법원 판결 취소 등 사법부의 최종 판단도 뒤집힐 수 있게 된다. 사실상 '4심제'라는 논란이 이는 이유다. 당연히 대법원은 '반대' 입장이다. 대법원은 줄곧 '재판 지연과 불복 양산'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최근만 해도 전국법원장회의, 조희대 대법원장의 우려 발언이 잇따랐고 국회 법사위 등에서 위헌 가능성과 국민 피해 등 부작용을 경고해 왔다. 충분한 공론화와 부작용에 대한 숙의(熟議)도 없이 국회에 부의된 것도 문제지만 4심제로 국민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소송 지옥'에 빠지게 하는 등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헌재는 '찬성'이다. '헌법 정신에 부합하고 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가 하면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게 오히려 위헌적'이라며 대법원의 4심제 위헌 우려를 정면 반박했다. 사법권과 분리된 별개(別個)의 권한이고 법원 재판도 공권력 행사인 만큼 헌법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의 우려대로 재판 지연과 소송 비용 및 기간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고, 헌재의 반박처럼 국민에게 한 번 더 재판을 받을 기회가 생기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인·권력자·재벌 등 돈 있고 힘 있는 극소수만을 위한 사법 리스크 해소, 임기 연장, 재산 보호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러잖아도 '최고 법원' 지위를 두고 은근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존심 싸움을 벌여 온 대법원과 헌재가 재판소원을 두고 격돌(激突)하면서 사법사상 유례없는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입법 기준은 오로지 국민이어야 한다. 집권 여당, 권력자 눈치를 보거나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것이 아닌, 국민만 봐야 한다. 양 기관은 지금이라도 당장 누구를 위한 법인지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2026-02-27 05:00:00
▷문제나 고민이 있을 때, 뭔가 결정·판단해야 할 때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던 실마리나 아이디어가 잠시 다른 걸 할 때 불현듯 떠오르는 경우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막혔던 문장, 연결고리, 단어나 표현, 전개 방식 등이 걷거나 운동할 때, 또는 목욕탕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 순간 떠오르거나 풀리기도 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 무의식이 재조합해 실마리를 찾는 현상을 '부화 효과'라 한다. 어떤 문제에 몰두할 때 기존 또는 특정 방법이나 생각에 매여 새로운 방법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갖춤새 효과'라는 것도 있다. 달리 말하면, 둘 다 문제로부터 한발 물러서면 잘못된 단서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고의 경직·고착(固着) 실험인 '루친스의 물단지'와 '던커의 양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산책 등 운동도 뇌 혈류량(血流量)을 늘리고 신경 전달 물질을 재배치해 경직됐던 회로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 박사는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에서 달리는 이유에 대해 "뇌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달릴 때 뇌가 업그레이드돼 기억력이 살아나고 생각도 더 잘 정리된다는 것이다. 뇌 신경망이 재정비되면서 얽혀 있던 정보들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증대시킨다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휴식 모드'로도 설명 가능하다. 멍하니 있거나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영역들의 네트워크로, 뭔가에 집중할 때보다 멍하게 있을 때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는 경우다. ▷이유가 뭐가 됐든 생각이 막히고 뇌가 공회전할 때 문제와 씨름하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분이라도 걷거나 하다못해 푸시업을 하고 아령(啞鈴)을 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시간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뇌를 깨워 효율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책상에만 앉아 있는 건 '하던 대로 하려는 틀'인 '갖춤새'에 갇히는 셈이다. 신박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속는 셈 치고 한번 일어나 보자.
2026-02-20 05:00:00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딥페이크와의 전쟁도 시작됐다. 딥페이크로 허위 영상 등을 만들었다가 고발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선 입후보 예정자인 더불어민주당 한 지역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올해 2026년 발전을 이끌 인물로 선정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가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9일 경찰에 고발됐다. 아나운서까지 등장한 이 영상은 내용도 허위지만, 인공지능(AI)으로 이미지를 합성(合成)한 딥페이크 영상이었음에도 AI 제작 사실을 표시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까지 받았다. ▷선거 딥페이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이른바 '딥페이크 정견 방송'이 대표적이다. 주요 야당 정치인이 정장을 입고 부채춤을 추고,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정견 방송을 하는 모습 등 허위 영상이 제작·유포됐다. 지난 미국 대선 예비경선 때의 '바이든 가짜 전화'도 전형적(典型的)인 딥보이스(Deepvoice), 즉 오디오 딥페이크다. 예비선거 직전, 바이든 대통령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낸 AI 로보콜(자동 녹음 전화)이 유권자들에게 "이번 화요일에 투표하지 말고, 11월 본선거를 위해 아껴두라"며 투표 포기를 독려했다. 제작자에게 80여억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형사 기소됐다. ▷중앙선관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선 관련 AI 딥페이크 게시물 삭제 요청 및 수사 의뢰·고발 등 단속 건수는 벌써 수백 건으로, 지난 22대 총선 동기 대비 3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 제작 툴 보급으로 일반인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특히 단순 홍보물을 넘어 뉴스 리포트, 유명인 추천사 등을 정교하게 위조하는 등 유권자가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기만적 수법이 늘고 있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탓에 일반 유권자가 보거나 듣는 것만으로는 진위(眞僞)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젠 '장난'이나 '풍자' 등의 변명(辨明)도 통하지 않는다.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AI 표시를 누락하면 과태료 대상이고, 내용까지 거짓이면 가중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유권자들도 선거 관련 영상을 가짜가 아닌지 의심하며 봐야 하고, AI 표시까지 살펴야 한다. 투표하기도 참 어려운 세상이 됐다. hoper@imaeil.com
2026-02-12 05:00:00
'동반성장·경제민주화' 정책토론회 13일 국회서 열려…민생과혁신 국민포럼 주최
민생과혁신 국민포럼(상임대표 사공정규)은 오는 13일 국회박물관에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를 핵심 의제로 '2026 민생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양극화와 K자형 성장 구조가 고착화된 한국 사회의 민생경제를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이 이날 기조발제를 맡아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불균형과 민생 회복의 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총평을 맡아 논의된 담론이 향후 민생 정책에 갖는 의미를 정리한다. 사공 대표는 "정치는 오랫동안 국민의 삶보다 진영의 감정에 반응해 왔다"며 "민생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인 만큼, 분열의 언어가 아닌 회복과 신뢰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돼야 한다"고 했다.
2026-02-10 16:37:59
'대구'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다. 33년 연속 꼴찌라 하니 더 뭔 말이 필요하겠는가. 2025년 대구의 전체 고용률(58%)도, 청년 고용률(38.3%)도 전국 17개 지자체 중 꼴찌다. 청년 순유출률은 -1.9%로 지자체 중에서 2위, 광역시 중에선 1위다. 1등이라고 좋아할 게 아니다. 비율상 제일 많이 떠났다는 의미다. 적게 떠난 순서로 따지면 이것 역시 꼴찌다. 여기에 최하위가 하나 더 늘었다. 생활임금이다. 최근 발표된 '2026년도 전국 생활임금 현황'에 따르면 대구는 시급 1만2천11원으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16위다. 최하위 인천보다 1원 많아 간신히 꼴찌는 면했다. 전년엔 1만1천594원으로 최하위였는데 1원 차이로 한 단계 올라섰다. 광주가 시급 1만3천303원으로 광역시 중 수위(首位)를 차지했다. 대구와는 시간당 1천292원이나 차이가 난다. 생활임금은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 수준을 보장하는 임금(賃金)이다. 단순히 생존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넘어 교육·문화·주거 등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생활임금이 낮다는 건 식비, 월세 등을 내고 나면 여가 생활이나 자기 계발을 할 여유가 그만큼 없다는 뜻이다.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고, 임금도 낮아서다. 낮은 GRDP와 고용·임금, 높은 유출률 등 악순환이 반복된 탓이다. 도약(跳躍)의 기회가 없었겠냐만 잡지 못한 결과다. 능력 있는 대구시장이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수도권 일극화의 폐해가 심각해서인지, 둘 다인진 알 수 없으나 눈앞은 여전히 깜깜하다. 어쩌면 결정적인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행정통합이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30년 산업·일자리 구조와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 리 없겠지만 발버둥 칠 기회는 지금보단 더 열릴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합쳐지면 인구와 면적 면에서 500만 명 규모의 초광역 경제권이 형성된다. 신공항과 항만, 구미와 포항의 첨단산업이 한 행정권 내에 묶이면 투자 유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며칠 전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이 발의(發議)됐다. 단순히 지도를 합치거나 몸집을 불리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탈꼴찌, 이번 기회는 잡아야 한다.
2026-02-04 05:00:00
영남의대 동창회, 재학생 초청 '영의인 선·후배의 밤' 개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회장 사공정규)는 지난 30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재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의인(嶺醫人) 선·후배(졸업생·재학생)의 밤』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의·정 갈등으로 의료현장과 학교를 떠났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본격적으로 복귀한 지 6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고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공정규 영남의대 동창회장은 "지난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로 큰 위기는 넘겼지만, 복귀가 곧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복귀를 둘러싼 모든 갈등과 감정은 이제 용광로에 다 녹여 버리고, 모두 손을 맞잡고 하나가 되어야 할 때"라고 말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2026-02-02 16:35:00
'힐링닥터'로 알려진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제1차 치유농업 포럼에서 '치유농업의 공익적 가치 확대 방안'을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이날 포럼은 농촌진흥청 주최로 치유농업의 산업화와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고, 정책 전문가와 현장 종사자, 산업·학계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사공정규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치유농업은 마음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는 국가 전략"이라며 "마음의 치료는 더 이상 병원 담장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일상과 공동체 속에서 이뤄지는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6-01-30 22:18:12
예일대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은 1961년 '권위에 대한 복종' 관련 실험을 했다. '권위자의 지시 앞에서 개인의 도덕적 판단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피실험자를 모집해 교사와 학생으로 역할을 나눴고,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을 15V씩 30단계까지 높이도록 교사에게 지시했다. 학생과는 미리 입을 맞췄고 전기 충격도 가짜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피실험자의 65%가 최고 전압인 450V까지 충격을 가했다. 실험에 앞서 예상했던 비율은 450V 경우 고작 0.1%였다. 300V 이상 예상치도 3%에 불과했다. 교사가 전압 올리기를 거부할 때 흰 가운을 입은 감독관(실험자)이 한 것이라곤 "책임은 내가 집니다" "계속하십시오"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등 최소한의 말뿐이었다. 300V 이상 충격을 가하면 '위험하다'는 표시도 있었다.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실험 중단을 간청하거나 죽은 듯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65%는 멈추지 않고 치명적(致命的)일 수 있는 최대치까지 전압을 높였다. '윤리적 문제'로 큰 논란이 일었지만 이 실험은 권위가 책임을 떠안는 구조와 상황이 만들어지면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사람도 명령에 따라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전압을 끝까지 올리게 한 것은 감독관의 권위에 대한 복종이었다. 도덕적 판단과 책임은 권위자에게 돌리고 지시에 따른 것이다. 고통받는 학생보다 '실험 성공'이라는 상황과 권위를 더 중시한 결과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1심에서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 군·경 수뇌부 등 관련 선고와 재판도 줄줄이 이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권위에 대한 복종의 결과다. 사회 혼란과 분열, 민주주의 후퇴, 보수 궤멸(潰滅)도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위헌 논란에도 소속 의원들은 지도부를 따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켰다. 법조계·시민사회단체 등의 삼권분립 훼손, 반(反)법치주의 우려와 지적에도 밀어붙였다. 2차 추가 특검,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개정 등 일방적인 입법이 폭주하지만 반대 목소리를 찾긴 힘들다. 법치와 국민보다 '당의 성공'이라는 상황과 지도부의 권위에 복종한 탓이다. 종교 집단의 정치 세력화, '태극기 부대', '윤 어게인', 특정 유튜버, '개딸' 등 극단적 또는 강성 지지층과 팬덤 정치도 같은 맥락(脈絡)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들 세력은 각 진영과 지지 정치인의 권위에 복종하는 피실험자가 될 수도, 그들을 조종하는 실험자가 될 수도 있다. 힘과 권위를 가지게 된 이들의 눈치를 보며 반응을 살피고 말과 지시에 따르는 정치인이 넘쳐난다. 특정 정치인 지지자 모임을 만들고, 민심 대신 지지자들의 비중을 높이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그 힘과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다. 제왕적(帝王的) 정치, 극단의 정치, 강성 지지층·팬덤의 정치, 일방의 정치가 아닌 상식과 도덕에 기반한 정치를 위해선 실험에서 지시를 끝까지 거부했던 35%가 필요하다. "이것은 옳지 않다"며 권위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거부했던 그들처럼, 진영의 논리가 상식과 도덕을 넘어서려 할 때 전압 스위치에서 단호히 손을 뗄 수 있는 그 35%가 힘을 모을 때 왜곡된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
2026-01-27 05:00:00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명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 당 쇄신(刷新) 방안의 하나로 당명 개정 추진을 공식 발표했고, 당원 의견 수렴을 거쳐 개명 절차를 밟고 있다. 새 당명 아이디어 국민 공모, 당헌 개정, 전문가 검토 및 각종 내부 절차를 거쳐 2월 중, 빠르면 설 연휴 전 새 당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당명이 바뀌면 미래통합당 이후 5년 반 만으로, 6·3 지선까지 4개월 남짓 남은 시점이다. ▶앞선 미래통합당도 선거 직전 바뀐 간판이다. 지난 2020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 신당 명칭을 미래통합당으로 확정했고, 이 당명으로 두 달 뒤 제21대 총선을 치렀다. 결과는 참패. 민주당 등 범여권 180석, 미래통합당 등 범야권 103석으로 보수 진영의 역대급 패배였다. 당연히 선거 직전 당명 변경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 지도부도 국민과의 거리감이 큰 '실패한 당명'임을 인정했다. 그 평가를 반영해 그해 9월, 7개월 만에 다시 당명을 바꿨는데 그 이름이 현재 명패(名牌)인 국민의힘이다. ▶당시 많이 받았던 비판은 "생소한 당명이 유권자에게 혼란을 줬다" "이름만 바꿨지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등이었다. 지금과 판박이다. 그런데도 실패한 전철(前轍)을 다시 밟으려 한다. 가뜩이나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데 선거를 앞에 두고 당명까지 낯선 이름으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내용까지 함께 바꾼다면 쇄신의 의지라도 엿보이겠지만 바뀌는 건 이름뿐이니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당명 개정의 이유가 쇄신보다는 그저 '국민의힘'임을 숨기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라면 모르겠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얼마 전 단식(斷食) 중이던 장동혁 대표를 찾아 "우리 당이 가장 성실하게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 보수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당원게시판 논란 등 당내 분열과 갈등을 의식한 듯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보수로 어떻게 거듭날 수 있는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할 시간이 많지 않다. 지선에서 참패라도 면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당명 개정이 아닌 내부 단합과 통합이 아닐까.
2026-01-26 05:00:00
연탄은 흔히 '구공탄(九孔炭)'이라 불렸다. 가운데 큰 구멍 하나, 그 주위로 작은 구멍 8개 등 구멍이 9개여서 붙은 이름이다. 앞서 연탄은 벽돌 모양의 구멍 2개나 3개짜리였는데, 원통형 연탄인 구공탄이 등장해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후 구멍이 19, 22, 25, 31, 49개인 연탄도 등장했지만 부르기도 정겨운 '첫사랑' 구공탄이 연탄의 대명사가 됐다. 구멍 수의 차이는 한마디로 열효율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구멍이 많을수록 화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지속시간은 줄어든다. 구멍이 많으면 공기가 잘 통해서다. 구공탄은 구멍 수가 적어 화력은 약하지만 오래 타 초기 가정집 연료로 애용(愛用)됐다. 이후 화력과 효율을 모두 고려한 22공탄이 표준화된 가정용 연탄으로 자리 잡았다. 연탄의 제1계명은 '꺼트려선 안 된다'다. 특히 한밤중 시간 계산을 잘못하거나 일어나지 못해 꺼지기라도 하면 '냉골'에서 떨며 남은 밤을 버텨야 했다. 발화점이 높은 연탄에 다시 불을 붙이는 건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신문지, 종이, 지푸라기 등을 모두 동원해 성냥불에 붙여 보지만 불은 좀체 붙지 않는다.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선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시에 다 탄 연탄을 꺼내고 불이 붙어 있는 연탄을 아래로 내린 뒤 새 연탄을 그 위에 구멍을 잘 맞춰 포개줘야 한다. 밤도 낮도 따로 없어 한겨울 새벽이라도 억지로 일어나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뒤안이나 부엌으로 나가야 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연탄불 사수(死守)는 주로 어머니 등 여성의 몫이었다. 덕분에, 그리고 연탄 한 장 한 장에 의지해 매년 엄동설한(嚴冬雪寒)을 견뎌낼 수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누리던 연탄은 기름보일러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게 된다. 요즘 정치판을 보고 있으면 잊혀가던 연탄이 떠오른다. 온통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갑질, 특혜, 청탁에, 공천 헌금 수수(收受)까지 연탄 보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읊었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나에게도 물어본다. "나는 누구에게 진정 뜨거운 사람이었는지."
2026-01-19 05:00:00
▶퍼펙트 스톰은 2000년 개봉한 조지 클루니 주연의 재난 영화다. 어황(漁況) 부진으로 북대서양으로 나간 어선 안드레아 게일호가 위험지대에서 거대한 폭풍과 맞닥뜨려 전원이 사망(추정)한다는 내용이다. 만선엔 성공하지만 물고기를 지키려 허리케인을 뚫고 돌파하려는 선택을 하면서 재난이 시작된다. 결국 물고기를 포기하고 허리케인을 피해 돌아가기로 하지만 이미 늦었다. 허리케인이 한랭전선 등과 충돌하면서 형성된 거대한 폭풍에 끝내 전복되고 만다. ▶퍼펙트 스톰은 다발(多發)적 악재에 따른 위기 상황, 복합 위기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원래는 둘 이상의 태풍이 동시에 들이닥쳐 충돌, 파괴력이 폭발적으로 커져 큰 피해를 초래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기상 용어다. 그러다 경제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지 않은 요소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극심한 위기나 최악의 상황, 파괴적 결과를 불러오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도 사용하게 됐다. ▶민주당에 폭풍급 악재가 잇따라 몰아치고 있다. 대한항공 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김병기 의원 사태는 보좌관에 대한 갑질, 아들 취업 청탁, 급기야 공천헌금 의혹·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 과정에서 강선우 의원과의 공천 뒷돈 의혹 녹취가 공개되면서 태풍의 파괴력은 배가 됐다. 특히 김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 폭로 탄원서가 당 차원에서 묵살되고 의혹 당사자인 김 의원 손에 들어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도덕성과 시스템에 치명상을 입었다. 윗선 연루 의혹의 사실 여부에 따라 회복 불능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11일 김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애당의 길' 운운했지만 '꼬리 자르기'로 보는 시선도 적잖다. 탄원서를 뭉갠 건 명백한 시스템 문제로 당시에도 덮더니 이번에도 개인 일탈로 덮고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윗선에 누가 있는지, 뭐가 더 있는지 의혹만 증폭시킬 뿐인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김 의원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윗선에 보내는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더 늦기 전에 특검을 수용하든 전면적 수사에 나서야 한다. 스스로 '퍼펙트 스톰' 속으로 들어가는 오판(誤判)과 실기(失期)로 전복돼 모든 걸 잃고 만 안드레아 게일 호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6-01-13 05:00:00
영남대 의과대학 동창회(회장 사공정규)는 지난 10일 대구그랜드호텔에서 동문 및 내외 귀빈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1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선 대구아동지원센터와 새볕원에 대한 물품 전달, 동문 자녀와 지역 고등학생 대상 장학증서 수여식도 가졌다. 사공정규 회장은 "의료계는 지난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로 큰 위기는 넘겼다. 지금은 의료의 정의와 전문직의 책임, 환자와의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할 재건의 시기"라며 "영남의대 동창회는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지지하며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공동체로서 중심을 잡아갈 것"이라고 했다.
2026-01-12 16: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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