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말을 잘한다. 특히 의미를 강렬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땐 '조어(造語)'나 '비유' 등을 즐겨 사용한다. 이로 인해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말만 앞선다' '말뿐이다'는 등 욕을 먹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가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명언'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양 날개' '두 바퀴'를 언급한 건 후자의 예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새는 양 날개로 난다'고 한다"며 "기업, 노동 둘 다 중요하다. 어느 한 편만 있어서 되겠느냐"고 하고선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양 날개'를 강조해 놓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기업이라는 한쪽 날개를 부러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8일 오찬 회동을 한다. 이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말 잘한다는 정치인 중에서도 특히 말 잘하고 말발이 센 정치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장 두 대표는 양 극단의 강성 지지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또 어떤 언어를 구사할지도 관심사지만 '정-장'의 만남과 '말발 대결'이 더 궁금한 게 사실이다. 각 진영에서 초강경파인 데다 상대 정당에 대한 극도의 반감(反感)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이목이 쏠려서다. 악수 여부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대표와의 악수 거부를 공언해 와서다. 또 어떤 화려한 말로 악수를 할지 또는 안 할지 주목된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면서도 '한쪽 날개'를 꺾은 대통령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아득바득 '한쪽 날개'로만 날려는 정 대표가, '한쪽 날개'인 '반탄(反彈)' 세력만 보고 정치한다는 비판을 받는 장 대표가 이날 만남에서 펼칠 '말의 향연'이 궁금하다. '강 대 강' '말 대 말'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디 협치·소통·협력의 기본 중 기본인 '양 날개'와 '두 바퀴'의 진리를 말만이 아닌 가슴과 머리로 곱씹어 보는 회동이 되길 바란다.
2025-09-08 05:00:00
얼마 전 일본에선 '추하고 기묘한 생물'이라는 외모 비하(卑下) 논란이 일었다.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를 두고 신흥 정당의 정치인이 한 발언이었다. 직접적으론 외모 비하지만 참·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 대한 일종의 '놀림'이었다. 그런데 이 비하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참패 책임에 대한 퇴진 압박에 시달리던 이시바는 이 발언 덕에 오히려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곧 사임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이시바에 대한 동정론이 일면서다. 이는 이시바에게 버티기 동력이 됐고, 그 사이 10%대였던 지지율은 40% 안팎까지 올랐다. 그러나 다시 진퇴(進退)의 기로에 섰다. 이시바가 속한 자민당이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조기 총재 선거 찬반 여부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해서다. 이번 주 내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라 8일쯤이면 총재 선거 실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 의원·당직자 등 342명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차기 총재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이 경우 이시바의 퇴진은 사실상 확정된다. 그런데 분위기가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앞서 의견 수렴하기로 결정할 때만 해도 퇴진 확정 분위기였지만 외모 비하 발언에 이은 각국 정상과의 잇단 외교 일정이 이시바를 도왔다. '사임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5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우리나라로 봐서도 이시바가 총리직을 유지하는 게 낫다. 대미 관계, 통상·안보 정세 급변 등 트럼프발(發) 파고를 함께 넘고 있는 동병상련(同病相憐) 입장에서 힘을 모아야 할 상대로 이만한 인물이 없다. 우호적인 한국 인식에다 동반자적 태도 등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이시바는 총리 취임 전부터 '친한(親韓) 노선'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총리가 된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지난 6월 한국 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 땐 관방장관 등 내각 서열 1~4위와 방위상·합참의장·참모총장 등 국방 지휘 라인까지 모두 총출동시켰다. 일본 언론조차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한국에 대한 최상위 성의 표시이자 양국 간 미래 협력과 신뢰 의지에 대한 표시였다. 이시바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몇 안 되는 총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역사 문제에 있어 자성적인 입장을 보여 와 일본 내에서도 '반일적'이라고 공격을 받을 정도다. 지난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문 땐 "일본이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문제들이 오늘날 여러 형태로 표면화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하고, 한일합병에 대해 일본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난달 15일 패전일 추도사에선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고, 23일 한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선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담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繼承)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시바는 '이념'보다 '개념'의 정치인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 일본 내 보기 드문 우파 정치인이고, 대중적 인기보다는 책임감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인다. 소신과 원칙을 중요시하고 인간 됨됨이도 인상적이다. 며칠 뒤면 거취가 결정되지만, 퇴진 여부를 떠나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그의 '개념 정치'가 계속되길 응원한다.
2025-09-02 05:00:00
급변(急變)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겠냐마는 범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디지털 관련이나 보이스 피싱 등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테러 협박 등 위험한 장난성 범죄도 늘고 있다. 범죄 연령대 변화도 눈에 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이상의 범죄가 급증하는가 하면 학령기 나이대 아이들의 범죄도 증가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경찰청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 158만3천여 건 중 61세 이상 노인층 피의자 비율이 18.8%로, 청년층(19~30세) 18.3%를 넘어섰다. 2011년 통계 집계(集計)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61세 이상 범죄는 2020년(15.8%) 이후 매년 늘고 있는데, 특히 살인 피의자 비율의 경우 23.2%로 모든 나이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24%에서 지난해 28.2%로 증가하는 등 계속 늘고 있다. 수명·건강에 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도 생계 곤란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노인층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절도의 경우 60세 이상이 33.9%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觸法少年·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연령 조정 등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젠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8천600여 명이던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지난해 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잠정)됐다. 특히 촉법소년의 성폭력 범죄 건수가 크게 늘었고,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중1 학생이 장난으로 인터넷에 올린 '신세계백화점 폭발물 설치' 협박으로 수천 명이 대피하고 경찰·소방 수백 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참 극단의 시대다. 범죄도 저·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정치도 극우·극좌 양 극단이 활개치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당장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고 답답한 것도 비슷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져 보자.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극에 달하면 예상치 못한 해결의 실마리가 툭하고 나타날 수도 있으니. hoper@imaeil.com
2025-09-01 05:00:00
▶남정후 씨 26일 별세. 남수석(태원산업 대표·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회원)·미정·미희 씨 부친상. 빈소=대구파티마병원장례식장 501호. 발인=8월 28일(목) 오전 6시 50분. 장지=명복공원-도림사추모공원
2025-08-26 13:37:10
님비(NIMBY)는 '내 뒷마당엔 안 돼(Not In My Back Yard)'라는 말의 약어(略語)다. '내가 사는 지역엔 혐오 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의미한다. 님비 현상은 공공의 이익으로 볼 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자신의 지역엔 받아줄 수 없다'는 유치 반대 행동으로 보면 된다. 대표적인 혐오 시설로는 쓰레기 소각장, 장애인·노숙자 시설, 화장 시설, 발전소, 버스 차고지 등이 있다. 이유도 땅값, 치안, 생활환경, 정서 등 다양하다. 1987년 미국 뉴욕 근교 아이슬립에서 배출된 쓰레기 처리를 위한 후보 지역의 주민들이 외친 말에서 유래됐다. AI 시대 핵심이자 필수 시설인 '데이터센터'도 님비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유치 경쟁도 벌어졌던 시설인데 기피(忌避) 시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없는 AI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엄청나게 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미국 일부 지역에선 데이터센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력과 냉각수 사용량이 어마어마해 지역의 전기와 물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데다 소음 공해 등 생활 불편도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뜩이나 전기가 부족한 수도권에 몰려선 안 된다'는 등 수도권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수도권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어서다. 전자파·소음·발열 등 건강상 우려, 재산 피해 등의 이유로 건립 반대나 공사 지연·중단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우주 공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構築)하려고 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우주 데이터센터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력과 국가 생존이 달린 글로벌 AI 전쟁에서 살아남고, 세계 3대 AI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는 필수다. 그런데 혐오 시설로 낙인(烙印)찍히면 건립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딜레마다. 데이터센터가 님비 시설이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선제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안감 및 오해 해소는 물론 유치 지역 혜택 정책에서부터 전력, 냉각수 공급 전략까지 계획을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수립해야 한다. 아니면 중국처럼 우주 공간에 구축하든가. hoper@imaeil.com
2025-08-25 05:00:00
지난해 수능(修能) 후 발표를 기다리던 아들이 대뜸 "떨어지면 바로 입대하겠다"고 선언해 깜짝 놀랐다는 지인의 얘기다. "떨어질 수도 있지, 너무 상심 마라. 한 해 더 하면 되지. 재수는 '필수'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위로를 건넸더니 "군대 가서 재수 준비를 하겠다는 말"이었단다. 요즘 군대는 개인·자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고 공부하는 걸 막지도 않고 수능 특별 휴가도 보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단다. "주말을 활용해 '인강'도 들을 수 있다. 어차피 복무 중이어서 떨어져도 상관없고 제대 후 다시 수능 쳐도 시간상 손해 보는 것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수능 준비하러 학원 대신 군대 간다'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달라진 군 풍속도(風俗圖)다. 군대는 맨날 맞고 얼차려 받고, 화장실 청소 밀대 걸레를 입에 물고 머리를 박기도 했던 곳으로 인식돼 있는 부모 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다. 개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장되는 카투사나 공군이 특히 인기다. 공군 입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받으려고 지게차운전기능사, 대형면허 등 각종 자격증·면허증까지 취득할 정도다. 군의관·공중보건의 대신 일반 병사로 입대하려는 의대생도 급증했다. 복무 기간도 줄고, 월급도 많이 받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있는 등 복무 여건이 개선된 건 반가운 얘기다. 그런데 사실 걱정이 더 크다. 저출생으로 병역(兵役) 자원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최소한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해서다. 국군 병력이 지난달 45만 명으로, 6년 새 11만 명이나 급감했다고 한다. 수년 내 40만 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사분계선에 배치돼 경계 근무를 설 병력조차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무기체계 첨단화, 시스템 자동화 등 '국방 혁신 4.0'을 추진 중이다. 병력 부족 등에 대비해 더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전투 효율을 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자동화·첨단화돼도 절대 병력의 감소에는 방법이 없다. 군사분계선 경계병(警戒兵)도 로봇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다. 지금도 일부 비무장지대에 실전 배치돼 있는, 24시간 감시와 필요시 자동 사격도 가능한, 로봇 경계병이 운용되고 있지만 10년 후쯤엔 아예 모두 대체될지도 모를 일이다. hoper@imaeil.com
2025-08-19 05:00:00
세계 '양강' 미국과 중국의 상반(相反)된 글로벌 행보에 눈길이 간다. 미국은 동맹에도 예외 없는 자국 우선주의로 전 세계를 관세 공포로 몰아넣은 데 반해 중국은 원조와 투자,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한마디로 '힘의 논리'를 앞세운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로 사실상 세계 각국의 '공공의 적'이 됐다.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더한 불이익을 당할까 봐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나라가 상당수다. 물론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를 중심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국가도 있긴 하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및 산업 투자 사업을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연계해 세계 각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150개국 안팎과 인프라, 에너지, 통신, 제조업 분야에서 협력하며 동맹, 우방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에 항구와 철도망 구축을 본격화하며 신실크로드 확장을 추진하는 상태다. 동시에 소규모 현지 맞춤형 원조와 지속가능한 녹색 발전 사업도 추진하며 다각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세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다자주의 후퇴와 중국의 세계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올 4월까지 넉 달 동안 고소득·중하위소득 등 주요 25개국 3만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은 추락한 반면 중국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고소득 국가 10개국의 경우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이 35%로, 지난해 51%에 비해 16%포인트(p)나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4%로,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받은 53%보다 30%p 가까이 폭락했다. 반대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은 주요 10개 고소득 국가의 경우 23%에서 32%로 9%p 상승했고, 중하위소득 국가 9개국에선 58%나 '일자리를 창출해 준' 중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우리가 알던 '글로벌 리더'로서의 그 미국이 아니고, 세계 패권국(覇權國)을 향한 중국의 전략과 야망은 무섭다. 5년 후, 10년 후가 궁금하다.
2025-08-11 05: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수록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당최 종잡을 수가 없다. 전 세계를 상대로 워낙 길을 잘 들여 놔서 이젠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는다. 이게 미국 대통령이 할 짓인가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일도 그가 하면 '트럼프니까' 한마디로 넘기기 일쑤다. 그가 한 말이 적중하면 '역시', 틀려도 작전·트릭·수싸움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뭔 말을 해도 결국엔 다 말이 된다. 얼마 전 트럼프를 위한 골프용 방탄차 '골프 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에 빗댄 말) 등장 소식이 전해졌다. 전용 골프 방탄차라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린가. 그런데 '역시 트럼프'라는 놀람 정도로 끝났다. 지난 1월 취임 후 반년도 안 돼 골프를 즐기는 데 들어간 국가 예산이 700억원이 넘고, 임기의 거의 4분의 1을 골프장에서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리나라였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탄핵(彈劾)이 거론됐을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이해 충돌이나 윤리, 이런 것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처음엔 '이게 말이 돼? XX 거 아냐'며 반응하던 사람들도 이젠 무신경하게 받아들인다. 선거 공약, 국가 정책 중 트럼프 가족 사업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난 것도 하나둘이 아니다. 비트코인 채굴 사업, 가상자산 플랫폼 설립 및 자체 암호화폐 사업, 하다 하다 '트럼프 모바일'이라는 이동통신·스마트폰 사업까지, 상상 초월(超越)이다. '트럼프 바이블'이라는 성경도 만들었다. 트럼프 머그 등 각종 굿즈, 신발, 향수, 와인 등 각종 라이선스 사업은 트럼프 일가 돈벌이에 끼지도 못한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이 마무리 단계다. 국가별 관세율 격차는 10~50%로, 역시 트럼프 마음이었다. 한미 관세 협상도 끝났다. 역시나 트럼프가 원하는 걸 대체로 다 챙겼다는 평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주한미군과 방위·국방비 등 안보 협상이 남았다. 한미 정상회담도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뭘 얼마나 트럼프에게 내줘야 할지 모른다. 어떤 기상천외한 걸 들고나올지 예측 불허(豫測不許)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미 실용 외교도 기대되지만 트럼프가 다른 정상들에게 했던 것처럼 면전에서 망신을 주지 않을까 불안도 하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극진한 예우를 할 수도 있다. 왜? 트럼프니까. hoper@imaeil.com
2025-08-03 19:25:26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특검의 압박이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거세지고 있다. 29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다음 달 6일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사가 예정돼 있다. 윤 부부 공천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되고 윤상현 의원도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 주변 압수수색에선 문제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발견돼 진품 감정 중이다. 윤 전 대통령 최측근들도 진술을 뒤집는 등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은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비상계엄을 왜 했을까. 미스터리다. 성공할 것으로 믿었을까. 성공했다 한들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당시 상황이 아무리 최악이었다 해도 그저 잠들기 전 분한 마음에 머릿속으로 펼쳐 볼 수 있는 상상과 공상, 그중에서도 가장 허황(虛荒)된 망상 아니던가. 그런데 실제로 계엄을 선포했다. 그것도 여럿이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집단사고를 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북한 위협과 종북·반국가 세력 척결, 줄탄핵·예산 삭감 등 거대 야당(당시 더불어민주당) 폭주에 따른 국가 시스템 마비, 부정선거 의혹 등 거론된 계엄의 이유를 가져와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봐도 이해가 안 된다. 항간에 가장 유력하고 직접적인 이유라며 나돈 '김건희 여사 보호' '건진 법사·명태균 게이트 차단'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과 종북 세력,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면 정치적 무능과 지도자로서 능력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풀지 않고 계엄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자격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만약 특검, 각종 게이트로부터 김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 계엄을 했다면 대통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쩌면 임기를 채우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백번 양보해 계엄이 성공했다면? 최악이다. 국격(國格) 실추에, 국가 신뢰도 추락에,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어떤 이유도 이해될 만한 게 없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위한 계엄'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윤 전 대통령은 며칠 전 비상계엄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SNS에 썼다. "역사가 심판할 몫"이라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역사의 심판을 받기 전에 신평 변호사가 표현한 '1.7평 독방, 생지옥'에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 표현대로 '명령을 따랐던' 군·경·경호처 등 하급자 수십 명은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재판을 받는 것도 모자라 임금이 날아가고 연금 박탈 위기에까지 놓였다. 평생 쌓아온 사명감과 자부심, 명예, 그리고 일터를 잃고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다. 그 명령 때문에 보수 진영과 국민의힘은 쑥대밭이 됐고, 재기(再起)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고쳐 쓸 수도 없을 지경이다. '허황돼 보이고, 현실 인식 못 하는 과대망상가, 주변 아부꾼들 거짓말에 쉽게 속는 어리석은 사람'. 국회 탄핵소추 법률대리인단 소속이었던 한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묘사한 표현이다. 윤 전 대통령의 상대 진영 변호사여서 악의나 폄훼(貶毁)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도 있고, 사실도 아니었으면 하지만 달리 '비상계엄을 왜 했는지' 의문을 해소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2025-07-29 05:00:00
2000년대 초·중반 미국 원정 출산 붐이 일었다. 1980년대도 원정 출산이 없진 않았지만 재벌가 등 일부 부유층에 국한(局限)됐고, 1990년대 중·후반부터 조기 유학·명문대 진학 등 교육과 병역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중산층으로 확산됐고 다양한 패키지 상품과 관련 전문 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자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해 너도나도 출산 원정을 떠나 비공식적으로 '한국 신생아 100명당 1명꼴로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 정도였다. 연간 5천 명 안팎이 미국으로 원정 출산을 떠난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원정 출산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속지주의(屬地主義), 즉 출생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 국적에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비행기를 타고 가다 미국 영공에 진입하자마자 기내에서 출산한 경우도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다. '기내 출산'을 위한 '만삭 원정'이 무용담(武勇談)처럼 나돈 배경이다. 그러나 기내 출산 자체가 드물고 무엇보다 위험해 요즘은 임신 36주 이후 승객의 탑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제는 이러한 원정 출산, 기내 출산이라는 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생 시민권'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1월 발동(發動)해서다. 미 연방 대법원이 얼마 전 이 행정명령을 일부 주에서는 실행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28개 주에선 문제 삼지 않는 한 이 행정명령이 적용된다. 다만 다른 22개 주에선 여전히 출생 시민권을 유지하고 있고, 아직 헌법 개정, 대법원의 행정명령 합헌성 판단 등의 과정도 남아 있어 원정 출산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출생 시민권 '인정' '금지' 주(州)로 나뉘면서 특정 주에 '원정 출산족'들이 몰리는 새로운 풍속(風俗)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그 경우 미국의 한인 밀집 지역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미국 속지주의와 원정 출산'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린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스타일로 봐선 '원정 출산' '기내 출산'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깃거리로 기억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hoper@imaeil.com
2025-07-27 19:02:00
오세준 대구시장애인 책보내기 회장 수성구의회 의장 표창장
오세준 사)한국장애인 새마을운동연합회 대구시 장애인 책보내기 회장(봉선프랜트(주) 대표이사)은 25일 대구 수성구의회 의장 표창장을 받았다.
2025-07-26 13:47:47
1988년 9월 30일, '위험한 정사'를 상영(上映)하던 서울 명동 코리아극장 객석에서 물뱀과 꽃뱀 4마리가 발견됐다. 다음 날 다른 극장 화장실에 뱀 10마리가 나타났다. 이듬해 5월 '레인맨'이 상영되던 강남 씨네하우스 영화관엔 뱀 10여 마리와 암모니아가스 4통이 등장했고, 다른 극장에선 객석에 분말(粉末) 최루가스가 뿌려져 관객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할리우드 직접 배급·판매, 즉 미국 대중 영화 직배에 반발한 저항의 일환이었다. 당시 한국 영화계는 '국산 영화 멸종' '문화 주권 침해' '미국의 문화 침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開放)을 추진하자 '새로운 문화적 침략' '국내 산업 붕괴' 등 우려와 함께 반발이 거셌다. "일본 팝이 국내 음악산업을 위협한다"는 기사와 연예계 단체의 반대 성명이 잇따랐다. "국가 정신을 팔아넘긴다"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정체성 침해' '문화제국주의' '침공' 등 저항이 극심했다. 지난달 군 복무(服務)를 끝낸 세계적인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복귀 소식에 세계가 들썩이며 환호한다. 2년 만에 완전체로 공식 복귀해 이달부터 한국,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대규모 월드 투어에 들어간 블랙핑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엔 국내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모두 6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미국 최고 권위의 에미상에서 감독상 등 6관왕에 올랐다. K-팝 아이돌을 소재·주제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다룬 애니메이션(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만들어지는 세상이 됐다. 언감생심(焉敢生心), 불과 3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데 너무 잘나가다 보니 걱정도 든다. 어느 순간 한류(韓流)가 꺼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다. 앞서 아시아를 주름잡던 홍콩 영화의 몰락과 세계적으로 '소프트파워' 영향력을 드리웠던 일본 대중문화의 추락을 직접 목도(目睹)한 바 있어서다. 그래도 우리는 지금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고, 그게 그저 너무 자랑스럽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 했는데, 걱정 내려놓고 노 저으면서 뱃놀이하며 즐기는 게 또 대중문화 아니겠는가. hoper@imaeil.com
2025-07-20 19:26:23
이성윤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총동창회 사무부총장(16기·주식회사 삼성에너텍 대표이사)은 17일 호텔 라온제나에서 열린 대구청구 로타리클럽 제43·44대 회장 및 임원·이사 이취임식에서 4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2025-07-17 19:30:00
대구 수성구 범어3동 희망나눔위원회, 초복맞이 삼계탕 나눔
대구 수성구 범어3동 희망나눔위원회(위원장 배선아)는 17일 지역 내 취약계층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지원하기 위해 '초복맞이 삼계탕 나눔 사업'을 진행하고, 포장 삼계탕 120팩(100만원 상당)을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동장 정병준)에 전달했다. 배선아 범어3동 희망나눔위원장은 "더운 여름을 맞아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자 이번 나눔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2025-07-17 17:14:57
이재명 정부 1기 내각(內閣) 후보자 청문회가 14일 시작됐다. 내란·김건희·채 상병 등 3대 특검 수사도 한창이다. 특검과 피의자·참고인들은 혐의를 입증하려, 또 인정하지 않으려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문회 대상 후보자들도 과거 논란이나 의혹을 두고 야당 의원들과 불꽃 튀는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둘 다 '빼도 박도 못 하는' 근거 자료나 증거가 있는 의혹을 제외하곤 상당 부분 과거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거나 답변할 수밖에 없어 의도와 상관 없이 거짓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사건 사고에 대한 수사나 조사 과정, 재판에서도 관련자 진술이나 목격자 증언은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직접 목격했거나 들은 내용이라며 경찰이나 검찰, 법정에서 진술·증언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도 있다. 물론 진술만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른 인적, 물적 증거와의 교차 검증 등을 통해 신빙성(信憑性)을 확보한다.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그렇지만 목격자 진술의 힘은 유·무죄를 가를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기억의 정확성 말이다. 일주일 전의 일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거 같다' 정도일 뿐 장담하진 못하겠다. 내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나 법정, 청문회에서 자신 있게, 확신에 찬 진술을 하는 분들이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주 중요하고 충격적인 경우 사진 찍히듯 그 장면이나 발언이 뇌리(腦裏)에 박힐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그 당시 장면 하나하나, 통화했던 멘트 하나하나를 어떻게 그렇게 분명하게 기억하고 진술할 수 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기억한다는 착각'이란 책에선 '기억에는 상상인지 진짜인지 확인해 주는 라벨이 없다'고 한다. 또 뇌 손상이 없는 사람들도 흔히 사소한 '작화(作話)'를 저지른다고 썼다. 일어난 적이 없는 사건을 자신 있게 떠올리는 행위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전전두엽의 기능이 점점 떨어지면서 상상과 경험을 구분하기가 더 힘들어진단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자신 있게 말한 지난날의 목격담이 내가 직접 본 게 맞는지, 정확히 들은 건지, 상상이 곁들여지거나 왜곡된 건 아닌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hoper@imaeil.com
2025-07-14 20:14:57
장애인 승마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선수 발굴 및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마련된 '2025년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림 승마대회'가 지난 5일 성운대 승마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주최, 대구시장애인승마협회 주관, 대구시·대한장애인승마협회·선해재·W치과·에듀리치 후원으로 치러졌다. 이날 행사는 이상동 성운대 교수의 장애인 승마에 대한 이해와 재미있는 승마 이야기, 장애인 승마 국가대표 신민기 선수의 마장마술 시범, 성운대 마사과 학생들의 마장마술 및 장애물 경기 시범 등으로 꾸려졌다. 아동과 청소년들의 승마 체험, 영화 '블랙뷰티' 관람, '힐링 말' 만들기 등 다채로운 활동 프로그램도 펼쳐졌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이 돼 진행된 승마 릴레이에서는 서로의 응원 속에 따뜻한 우정을 쌓기도 했다. 한 참가 아동은 "말 먹이주기와 목욕시키기를 통해 말과의 정서적 교감 속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이은미 대구시장애인승마협회 회장은 "승마 체험이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창의적이고 교육적인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오감을 자극하는 승마활동에 정서적 프로그램을 결합해 승마가 교육·치유적 매개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025-07-07 16:34:51
전투기들이 곡예(曲藝)하듯 신기(神技)에 가까운 비행을 한다. 목표는 험준하고 깊은 협곡 속 움푹 파인 좁은 분지의 우라늄 농축 시설 파괴다. 적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고속 초저공비행으로 구불구불한 협곡을 따라 접근한 뒤 고속 상승과 배면 비행으로 산비탈을 넘는다. 곧바로 급하강해 목표에 폭탄을 투하, 정밀 폭격한 뒤 다시 아슬아슬 급상승해 반대편 산을 가까스로 넘어 탈출한다. 앞선 전투기가 목표 벙커를 타격해 부수면 뒤이은 전투기가 폭격된 구멍에 정확히 폭탄을 투하해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초고난도 작전이다.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이다. 유사한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졌다. 미국이 지난달 기습 단행(斷行)한 이란의 지하 핵시설 정밀 폭격이다. 목표물이 산악지대, 협곡, 암반 등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하고 지하 깊숙이 매설된 요새형 구조인 것도 비슷하다. 특히 포르도의 지하 80~100m 깊이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최신형 벙커버스터를 여러 발 같은 지점에 연속 투하했다. 영화에서처럼 첫 번째는 방호물을 파괴하는 데 사용됐고, 다음 폭탄은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가 폭발하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지하 목표물을 노렸다. 이름하여 '한밤의 망치 작전'이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며 자랑하자 이란은 "지상부만 일부 손상됐다"고 반박, 작전 성공에 의문을 낳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하 핵시설의 구체적 피해 상황은 알 수 없다'거나 '피해가 심각하지만 완전히 파괴된 건 아니다. 수개월 내 충분히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논평, 논란을 증폭시켰다. 잠잠하나 했던 양국 간 긴장이 최근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법률을 공포하자 미국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암시하면서다. 미국의 개입(介入)에도, 더군다나 미국의 자랑인 B-2 전략폭격기와 벙커버스터를 동원하고도 이란 핵시설을 완전 파괴하지 못한 건 사실인 거 같다. 영화 '탑건'의 장면과 오버랩되지만 결과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지하 시설의 깊이가 달라서일 수도 있다. 영화 속 톰 크루즈나 탑건 같은 파일럿이 투입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궁금하긴 하다.
2025-07-06 19:10:55
사공정규 경북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1일 구미정신건강복지센터와 선산정신건강복지센터를 각각 방문해 정신건강증진 및 자살예방사업의 실효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안동시, 영주시, 문경시, 의성군, 영양군, 청송군, 예천군, 봉화군 등 북부권 8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간담회에 이은 후속 현장 간담회로, '찾아가는 정신건강 사업운영 겸청(兼聽) 간담회'의 연장선이다. 사공 센터장은 "도내 24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 2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연결하는 긴밀한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사업은 물론, 중독 문제에 대한 예방과 재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정신건강 정책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역 중심의 실질적인 협력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상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도내 정신건강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각 지역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2025-07-02 17:29:48
대구이순신학교 제1기 원우회 연수…역사·문화 체험 등 프로그램 진행
대구이순신학교 제1기 원우회(회장 사공정규)는 지난 28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여주 한국콜마아카데미 연수원 등에서 회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어울림 한마당 연수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희망여성포럼(회장 최현애)과 공동으로 애국정신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단체 간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연수는 세종대왕릉 참배, 여백서원과 괴테도서관, 한국콜마 세종공장 방문, 세종정부청사 견학, 무궁화역사문화관 관람, 작은음악회와 어울림 한마당 등 다채로운 역사·문화 체험과 친교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윤동한 이사장(한국콜마 회장)은 세종대왕릉, 무궁화역사문화관 탐방에서 역사적 통찰과 인문학적 맥락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해설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공정규 제1기 초대 원우회장은 "이번 연수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애국정신을 오늘의 삶에 비춰보며 새로운 연대의 지평을 여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이순신 정신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이를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작은 이순신'이 돼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순신학교는 서울여해재단(이사장 윤동한)이 서울에서만 진행해오던 이순신학교의 정신을 지역사회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도 개설한 민간학습 플랫폼이다.
2025-06-30 17:00:47
카타르는 중동의 작은 나라다. 걸프만(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 돌출(突出)한 모양이다. 면적은 1만149㎢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경기도만 하다. 인구도 300만 명 조금 넘는데, 경상북도보다 살짝 많은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쪽 아라비아반도에 있다. 페르시아만 건너편이 이란이다. 국토 전체가 건조사막기후에 속해 척박하다. 그런데 경제 규모는 굉장하다.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덕분이다. 1인당 GDP는 7만달러 안팎으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 맞다. 지난달 4억달러(5천600억원)가 넘는 비행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다고 밝혀 세계의 이목을 끈 그 나라다. 이러한 카타르의 강점 중 하나는 중재력(仲裁力)이다. 실용적인 다각 외교, 미국 등 서방과의 전략적 동맹, 분쟁 중재자 역할, 지역 내 균형 외교 등을 추구한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도 중재 역할을 맡았다.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미국과 이란 간 중재도 카타르가 했다. 이는 미국, 이란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가능했다. 카타르엔 미국 본토 밖 미 공군 기지 중 최대 규모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고, 이란과는 걸프만의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 카타르가 이처럼 발군(拔群)의 중재력을 가지게 된 것은 '생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대다수 아랍 국가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 사이에 자리 잡은 지정학적 특성상 생존하려면 외교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란과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로부터 연쇄 단교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중재 역할을 한 게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였다. 카타르가 이번 미국-이란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50년간 오만을 통치(統治)한 술탄 카부스는 '지리와 이웃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지정학적 위치상 약소국 지도자의 고뇌와 지혜가 잘 드러나는 말이다.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리더십의 결과가 지금의 오만과 카타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을 이웃으로 둔, 아니 사이에 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다. hoper@imaeil.com
2025-06-29 19: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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