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03년, 주(周)나라 위열왕은 진(晉)나라의 유력 대부 가문인 한(韓)·위(魏)·조(趙)의 수장을 제후로 공식 승인했다. 주는 천자가 다스리는 왕조였고, 진은 주 왕실이 봉한 제후국, 한·위·조는 진나라 군주를 섬기던 대부 가문이었다. 그러나 진나라 군주의 권력이 약해지자 한·위·조 세 가문이 실권과 영토를 나눠 가졌다. 춘추시대의 강국 진은 이렇게 외부가 아닌 내부의 권력투쟁 속에서 분열됐다. 이후 전국시대는 이익에 따라 손잡고 갈라서는 합종연횡의 시대였다. 결국 진(秦)나라가 천하의 어지러움을 정리하고 통일했는데, 그 토대는 상앙이 닦았다. 『사기』 「상군열전」에 따르면 상앙은 도성 남문에 나무를 세워 놓고 옮기는 이에게 상을 주겠다고 한 뒤 정말 상을 줘 신뢰부터 쌓았다. 2028년 총선은 여야가 모두 쪼개진 채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안에서 분열된 진(晉)의 모습이 여권에서 보여서다. 8·17 전당대회가 끝나자 정청래 전 대표 지지층 일각에서 탈당과 조국혁신당행 주장이 나왔다. 9월에는 윤리감찰단 부단장이 '정청래 세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가 해임됐다. 최근에는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추미애 경기지사 등 강경파가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들을 겨냥한 듯 강도 높게 비판을 쏟아냈다. 김민석 대표도 강경파를 향해 당에서 제어할 때가 됐다고 했다. 야권은 합종연횡 판이다. 국민의힘은 올 초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지만 한 의원은 6·3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장동혁 대표는 그의 복당(復黨)은 거론조차 적절치 않다고 했고, 당 윤리위는 6·3 보선에서 한 의원을 도왔다는 등의 이유로 진종오 의원 등에게 총선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 의원과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까지 아우르는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쪼개는 힘과 합치는 힘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분당(分黨)은 정치사에서 단기적인 선거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장기적인 주류 정당으로의 안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천년민주당 탈당파 등을 중심으로 2003년 창당된 열린우리당은 이듬해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타고 152석을 얻었지만 4년이 채 안 돼 합당으로 해체됐다. 국민의당도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지만 2년 뒤 합당과 창당을 통해 간판을 내렸다. 보수 진영에서도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이 2018년 국민의당 잔류 세력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통합 정당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분당의 불씨는 현재 여야 당내 갈등 속에 남아 있다. 의원들은 공천권을 쥔 당 대표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공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언제든 돌아설 수 있어서다. 그때 찾는 출구 중 하나가 분당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제후들이 천하를 다퉈서 열린 것이 아니다. 중심이 무너졌을 때 열렸다. 한·위·조는 서로 다투며 힘을 소진하다 훗날 차례로 진(秦)에 멸망했다. 난세를 끝낸 것은 합종연횡의 묘수가 아니라 남문의 나무, 곧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얻은 백성의 믿음이었다. 여당은 선명성 경쟁과 계파 갈등으로 자중지란을 겪고, 야당은 서로 쳐내느라 사분오열하고 있다. 갈라질지, 봉합될지, 아니면 말 대신 행동으로 믿음을 쌓아 판을 바꿀 세력이 등장할지 국민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2026-10-13 05:00:00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공정규 박사(포항 사공정규 ADHD 클리닉 원장)가 7일 거창중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Wee프로젝트 역량강화 연수'에서 관련 담당자 등 30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까요'를 주제로 초청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사공정규 박사는 ADHD에 대해 단순히 산만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행동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주의집중과 충동성, 정서조절, 또래관계, 학습과 학교생활 전반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 한 명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돕는 일은 한 아이의 삶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2026-10-09 11:12:22
여권 하나면 충분하다. 부산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한 시간 남짓,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쓰시마)가 다시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대마도는 2018년 한국인 관광객 약 41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한일 관계 냉각과 코로나19로 항로가 끊기며 발길이 크게 줄었다. 부산~히타카츠 항로가 2023년 2월, 부산~이즈하라 항로가 2024년 4월 재개된 뒤 서서히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여행 방식이다. 대형 단체관광 대신 친구·연인·가족 단위의 '개인 자유여행'이 주류가 됐다. 현지에서도 "단체보다 개인과 소규모 여행객이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일정과 동선을 스스로 짤 수 있는 데다, 섬 전체가 제주도의 약 40% 크기여서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도 알차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왔다는 네 모녀는 "여행 상품이 아닌 배편만 일찍 싸게 예약해서 가족 자유여행 왔다. 자차로 부산여객터미널 와서 쾌속선 타고 도착한 뒤 바로 순환버스 이용해 둘러보는 중"이라며 "1박 2일 일정으로 히타카츠만 알차게 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선박 왕복 운임은 물론 출국세, 유류할증료, 항만세까지 포함된 9만9천원짜리 자유여행 당일 상품을 내놓은 여행사도 있다. 〈strong〉부산서 1시간대, 오전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온다〈/strong〉 국내에서 대마도로 가는 길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편이다. 도착 항구는 북쪽의 히타카츠와 남쪽의 이즈하라 두 곳이다. 히타카츠행은 선박에 따라 1시간 10분~1시간 30분, 이즈하라행은 2시간 안팎이 걸린다. 그래서 히타카츠는 당일치기가 가능하고, 이즈하라까지 돌아보려면 1박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배편은 팬스타의 '쓰시마링크호, 대아고속해운 '씨플라워호' 등이 운항 중이다. 일부 선박 기준으로 오전 8시 40분 부산에서 출발해 히타카츠에 오전 10시 안팎쯤 닿고, 오후 5시 10분 현지에서 출발하면 저녁 무렵 부산에 돌아온다. 공식 운임은 히타카츠 왕복 성인 기준 주중 9만원이지만, 온라인 특가 왕복 승선권은 4만~6만 원대도 있다. 주말·성수기 11만원 등 시즌·요일에 따라 요금 차이가 있고, 부두세와 유류할증료가 별도로 붙는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일본 출국세(국제관광여객세)가 1인당 1천엔에서 3천엔으로 올랐다. 주말과 연휴에는 조기 매진이 잦아 사전 예약이 사실상 필수다. 파도나 기상 여건에 따라 결항·시간 변경이 있을 수 있어 출발 전 선사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strong〉히타카츠, 항구에서 바로 시작되는 북부 코스〈/strong〉 히타카츠에 내리면 짧은 시간에도 알찬 코스가 이어진다. 일본 해변 100선에 이름을 올린 미우다(三宇田) 해변은 한적하고 물빛이 맑아 사계절 산책 코스로 사랑받는다. 인근 한국전망소는 맑은 날이면 수평선 너머로 부산 쪽 불빛이 아스라이 보이는 곳으로, 부산에서 약 50km라는 '가까운 거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히타카츠 오우라 지구의 대형 슈퍼 밸류마트 오우라점은 도시락·간식·생필품은 물론 기념품까지 한자리에서 구할 수 있고, 한국어 안내판은 물론 직원들의 한국어 실력도 상당해 쇼핑에 큰 어려움이 없다. 여권을 지참하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면세(Tax-Free)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본의 면세 제도가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strong〉이즈하라에서 만나는 대마도의 역사〈/strong〉 남쪽 중심 도시 이즈하라는 대마도의 옛 번주 소(宗)씨 가문의 근거지다. 소씨 가문이 거주하던 금석성(가네이시성) 터에는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1931년 대마도 번주 가문의 후손과 혼인한 것을 기념하는 결혼봉축기념비가 서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일부러 찾아 걷는 역사 기행 코스다. 시내에는 대마도 최고의 신사로 꼽히는 하치만구 신사 등도 있어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기 좋다. 〈strong〉상도와 하도를 잇는 붉은 아치, 만제키바시〈/strong〉 두 항구 사이를 오가다 보면 만제키바시(만관교·万関橋)를 지난다. 대마도는 본래 하나의 섬이었으나 인공 수로가 뚫리면서 북쪽 '상도'와 남쪽 '하도'로 나뉘었고, 이 둘을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만제키바시다. 좁은 물길 위에 걸린 붉은 아치와 그 아래 소용돌이치는 바닷물은 드라이브 중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인 풍경이다. 〈strong〉숲과 바다가 건네는 힐링〈/strong〉 대마도의 진짜 매력은 '쉼'에 있다. 섬의 대부분을 울창한 숲이 덮고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진다. 북부 슈시 지역의 슈시강 편백·삼나무 숲길은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와 함께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다. 여름에는 숲 그늘 아래 계곡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늦가을과 초겨울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숲길을 채운다. 트레킹하기도 제격이다. 낚시와 자전거와 함께 트레킹 동호인들이 대마도를 즐겨 찾는 이유다. 〈strong〉'나만의 방식'으로, 버스·자전거·렌터카〈/strong〉 현지에 도착하면 이동 수단은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여행사의 연계 순환버스투어를 이용하면 한국전망소, 미우다 해변, 만제키바시, 이즈하라 금석성 터 등 주요 명소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처음 가는 여행객에게 편하다. 히타카츠 항 인근에는 전동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해안 마을을 가볍게 누비기 좋고, 렌터카 업체들도 있다. 다만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한국 운전면허증과 함께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일본은 차량이 좌측통행이므로 초행길에는 속도를 낮추고 안전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strong〉하룻밤 머물면 더 깊어지는 섬〈/strong〉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비즈니스호텔이나 민숙(民宿)에서 하룻밤 묵으면 섬의 속살이 더 선명해진다. 민숙은 일본 가정집 분위기의 소규모 숙소로, 호텔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현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가의 숙소도 연내 히타카츠에 문을 열 예정이어서 좀 더 고급스러운 숙소를 원하는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바다 건너 가장 가까운 이웃 섬, 대마도. 올 가을, 가볍게 짐을 꾸려 '지금 가장 만만한 해외'로 떠나보면 어떨까.
2026-10-08 14:25:52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記者會見)을 한다. 취임 후 7번째다. 지난해 6월 취임했으니 15개월 만이다. 두 달에 한 번꼴이다. 앞선 5, 6번째는 취임 1년(6월 8일), 유럽·G7 순방 결과 회견(6월 19일)으로 한 달 새 두 번이나 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선 단연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윤석열·박근혜·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은 1번,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번, 문재인·김영삼 전 대통령은 3번 했다. 기자회견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기자를 매개로 국정 기조(基調)나 특정 현안에 대한 입장·의지 등을 밝히고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것을 질문받아 설명하는 형식을 띤다.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고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꼭 많이 한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국정 운영은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기자회견, 소통을 많이 하는데도 지지율이 추락(墜落)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회견일 가능성이 적잖다.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설득·강요하고 속 시원한 답변을 원하는 현안에 대해선 요리조리 피해 가거나 자기 합리화하기에 바쁘거나다. 결국 국민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다. 이런 회견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레임덕, 데드덕, 탄핵 등 별말이 다 나온다. 그만큼 심각하고 위기라는 얘기다. 이렇다 할 이슈나 계기가 없는데도 기자회견을 잡은 배경이다. 공소 취소·연임 개헌 등 본인 관련 논란부터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사법부 독립 훼손 시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등 인사 실패 논란까지 여론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정책과 주가 폭락 사태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기자회견은 달라야 한다. 이날만큼은 말솜씨로 설득하거나 반박·변명하려 해선 안 된다. 이번만큼은 기자 질문에 가르치려 들거나 이기려 해서도 안 된다. 논란 사안 하나하나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답변과 입장을 진정성 있는 태도로 밝혀야 한다. 논란에 대한 결단들은 과감하고 파격적이어야 한다.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한 번에 돌리고 전세(戰勢)를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는 승부처가 돼야 한다.
2026-09-18 05:00:00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보통 취임 1년 차에 국정 장악력과 지지율이 가장 높다. 2~3년 차엔 국정 과제와 역점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4년 차 이후 차기 대선 국면(局面)이 열리면 레임덕(lame duck) 조짐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레임덕 시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힘이나 인기가 있으면 레임덕 기간은 짧다. 반대로 신뢰가 무너지면 빨리 오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은 겪는다. 기간과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레임덕을 피해가는 권력은 드물다. 문제는 언제 오느냐다. 일반적이라면 말기에나 걱정할 일이다. 그런데 빨리 오면 얘기가 다르다. 대통령 본인도 국민도 낭패를 본다.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져서다. 뭔가 좀 해보려 해도 사람도, 힘도 슬슬 빠져나간다. 대표적인 징후(徵候)는 여권 분열과 인사들의 이탈이다. 반기를 드는 세력도 생기고 차기 권력을 찾아 줄을 서기 시작한다. 공무원들도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 당연히 지시도 안 먹힌다. 보통 이 지점에서 무리수도 등장한다. 처음에는 표가 잘 안 난다.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측근들이 그렇게 말하고 권력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다 결정적 트리거가 터지면 레임덕은 급속도로 진행된다. 정책 헛발질까지 겹치면 지지율은 급락한다. 60~70%대 지지율이 긍정·부정 평가가 역전되는 '데드크로스'를 지나 순식간에 30%대로 주저앉는다. 숫자보다 더 무서운 건 '대세(大勢)가 기울었다'는 인식이다. 야권 인사도, 공무원도 이 인식에 따라 움직인다.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며 꺼내 드는 카드는 대개 개각이다. 그런데 이미 불안에 사로잡힌 권력은 내 사람으로 채우려는 무리수를 둔다. 함량 미달, 검증 부실 후보 지명 논란과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더 치명적인 독(毒)이 된다. 임기 초 순조롭고 인기가 좋은 경우가 더 위험하다. 자아도취에다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절대적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워서다. 이를 기회로 보고 벼르던 난제들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국정은 혼란에 빠지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임기의 딱 4분의 1이다. 집권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지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벌써 여러 징후가 겹친다. 여권 분열이 분출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랬다. 신약 임상 청탁 의혹에 휩싸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원 겸직 논란 끝에 물러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내각 인사 논란도 그렇다. 대법관 제청(提請)을 둘러싼 사법부와의 갈등,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 취소 논란도 '사법 리스크 방탄용' 아니냐는 의심을 키웠다. 연임 개헌 논란에도 '연임 안 한다'고 확언하지 않는다. 그 사이 60%대 지지율은 30%대로 급락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넉 달 새 26%포인트나 하락했고, 20대 경우 10%대까지 추락했다. 이제라도 속도를 늦추려면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내각 인사 논란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법관 제청 관련 압력 행사 중단 등 사법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작 기소 및 공소 취소 시도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연임 개헌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주 거론되는 기자회견이 기회다. 레임덕은 시간표대로 오지 않는다. 지금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2026-09-15 05:00:00
'브로커(Broker)'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아 대신 상행위나 매개를 하고 수수료를 받는 상인'이다. 계약이나 거래가 이뤄지도록 중간에서 주선하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 한마디로 중개인(仲介人)이다. 어원은 앵글로-프렌치 '브로코르(brocour)'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설에 따르면 포도주 통에 구멍을 내 소량으로 되팔던 상인을 가리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부족한 이들 사이를 연결하고 거래의 마찰을 줄여 주는 '유용한 중개인'을 의미하게 됐다. 이 브로커가 대한민국 정치와 만나 '법과 절차의 우회로'라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 2기 내각 인선이 브로커 논란으로 난리다. 후보 자질보다 브로커 양모 씨의 인맥(人脈) 구설이 더 화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을 시작으로 최재성, 송영길, 한병도 등 여당 전·현직 인사들의 이름이 튀어나올 때마다 정치권은 초긴장이다. '얘기하면 움직여 줄 분들'이라는 녹취로 순식간에 '민주당 오빠들'이 됐다. 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 브로커 한 명의 인간관계에 좌우되는 양상이다. 물론 거론된 정치인들은 우연히 마주친 인연일 뿐이라거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과장된 허풍이라는 등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브로커가 잘 먹히는 이유는 시스템보다 '줄'이, 합법적 절차보다 '비공식 핫라인'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해 준다는 왜곡(歪曲)된 믿음 때문이다. 국회의원 전화 한 통이 인허가나 승인 도장을 몇 달이나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 시스템이 촘촘해질수록 합법적 절차는 더 느리고 힘들게 느껴지는데 브로커를 통하면 '급행열차'를 탄 것 같으니 그 유혹이 달콤할 수밖에 없다. 브로커 문제는 그 한 사람을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인허가권과 정치권력 사이에 뚫린 구멍을 메우지 않는 한 브로커는 없어질 수 없는 구조다. 양 씨 이전엔 명태균이 있었고, 윤상림·최규선 등 원조 격 브로커를 비롯해, 그들은 잊을 만하면 등장했다. 지금도 드러나지 않을 뿐 수많은 정치 브로커들이 암암리(暗暗裡)에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이 식약처 심사 일정을 바꿀 수 있다고 다들 믿는 한 국가라는 술통에 구멍을 내는 브로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26-09-11 05:00:00
이재명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둬 왔다. 성남시장이던 2017년 19대 대선 경선 당시 현충원을 찾았으나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여서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 묘역 참배(參拜)를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15일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정부가 제작해 공개한 기념 영상에도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우당 이회영 등 독립운동가 6명이 등장했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자 정부 수립 후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의 모습은 없었다. 이 대통령의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인식은 분명한 듯했다. 그런 이 대통령에게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提請)한 대법관 후보자를 거부하면서다.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 후 대면 제청하는 관례를 깨고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사법부의 임명 제청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1957년 12월 이승만 대통령이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이후 처음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퇴임으로 법관회의가 제청한 후임을 거부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이던 사법부 라인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19 혁명 직후 헌법은 대법원장·대법관 선거제를 도입했고, 이어 1962년 헌법은 아예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며 의무 조항으로 못 박았다. 거부권 남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헌정사의 뼈아픈 반성이었다. 그 반성은 69년 만에 이승만을 부정해 온 대통령의 손에서 다시 깨졌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공과(功過) 중 '과(過)'에 해당하는 헌정사적 오류를 반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역사는 말이나 명분이 아니라 행적(行跡)으로 기록된다. 이 전 대통령의 과오로 평가되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답습한다면 '임명 제청을 거부한 대통령, 이승만·이재명'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아마 앞으로 내내 함께 붙어 다닐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잘 봉합하면 역사에 달리 기록될 수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지키면 된다. 임명 제청 논란은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으로 중단된 상태다. 어쩌면 이번 상(喪)이 그 기회를 준 것일지 모른다.
2026-09-04 05:00:00
▶백기열·도경애(메트라이프 대표fsr·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16기 감사) 씨 아들 민호 군, 남우모·김미애 씨 딸 문경 양. 9월 5일(토) 오후 5시 대구 엑스코 인터불고 2층 그랑파티오.
2026-08-30 11:51:58
경찰청장 자리가 600일 넘게 공석(空席)이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조지호 당시 청장이 탄핵소추되면서 직무가 정지됐고,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됐다. 그로부터도 벌써 여덟 달. 언제든 신임 청장을 임명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 정부는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계속 이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지금의 경찰은 예전의 경찰이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거치며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사실상 수사를 독점하는 조직이 됐다. 오는 10월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된다. 사건의 전 과정을 스스로 결정·통제하는, 견제받지 않는 막강한 권력이 되는 것이다. 경찰청장은 바로 이 거대한 힘을 가진 조직의 수장(首長)이다. 권한을 다 몰아주고는 그 권한을 관리·지휘할 최종 책임자 자리를 20개월이나 방치하고 있는 상황은 상식적이진 않다. 장기간 수장 없는 조직.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는 치안 공백과 민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만 해도 광주 장윤기 사건,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 등 부실 수사·증거인멸·허위 보고 등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의 기강 해이와 무책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그런데도 왜 그 지휘부의 정점(頂點)을 비워두고 있는지, 청장이 공석인데 누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지, 청장을 임명하지 않은 이는 대통령인데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 정부는 10월 검찰청 폐지에 맞춰 청장 인선(人選)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그런데 검찰 조직 개편 일정에 경찰 수장 인선을 종속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수사 권력을 다 쥔 경찰청장 자리를 장기간 비워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 어수선한 상황일수록 경찰의 지휘 책임 소재부터 먼저 분명히 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은 권한만 비대(肥大)해지고 책임은 실종된 조직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유사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경찰청장 공백 600일. 국민이 믿고 권한을 다 맡겨도 되는 중요한 조직이라는 건지, 수장이 있어도 없어도 되는 그런 조직이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2026-08-28 05:00:00
대법원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정하지 못해 그 자리를 반년 가까이 공석(空席)으로 뒀다. 그러던 중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한 지 209일 만이다. 이는 다른 대법관 평균 제청 소요 기간인 12.1일의 17배가 넘는다.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함께 제청됐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여권에서는 '대통령 패싱'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심지어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희대 씨' '퇴학시켜 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 등 험한 말과 함께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문제는 관례(慣例)였다. 사전 협의 후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 온 관례를 깨고 서면으로 제청했다는 것이다. 관례가 지켜지지 않은 건 유감(遺憾)이다. 그러나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설명이 맞다면 면담 요청을 거부한 건 청와대다.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책임도 대법원장에게만 지울 수 없다. 합의를 위해 무조건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를 받아들일 순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될 때까지 대법관 빈자리를 무작정 비워둘 수도 없다. 공석 사태가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권한이라는 말이다. 제청 거부와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본회의를 통해 부결(否決)할 수 있다. 노 처장도 "대통령이 원하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한다면 헌법에 제청권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며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이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했다. 설사 사전 협의 및 대면 제청이라는 관례가 지켜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관례가 헌법 위에 있을 순 없다. 그리고 대법원장의 '대통령 패싱'이 아니라 청와대 면담 요청 거부로 관례가 깨진 것이라면 대통령 사퇴·탄핵도 거론할지 궁금하다.
2026-08-21 05:00:00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2004년 비례대표로 처음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듬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내리 4선 의원을 지냈다. 보수 정당의 원내대표와 신당(新黨)의 당 대표를 역임했고, 여러 차례 대권 후보로 나서는 등 보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건 이보다 빠르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재의 '경제 교사'로 정계에 입문했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으로 3년이나 재임했다. 비례 시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을 맡아 인지도를 높였다. 이미지도 괜찮았다. 똑똑하고 합리적이며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평판(評判)을 쌓았다. 정치색은 중도보수. 대체로 한길을 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순간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정치 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다. 그 늪은 깊고 길었고,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약점도 있다. 융통성이 떨어지고 이렇다 할 세력을 만들지 못했다. 개인으로선 강하지만 무리(黨)를 만들고 이끌고 융합하는 데는 약했다. 정당(政黨)의 '당'은 '뜻을 같이하는 무리'를 의미한다. 정당정치 리더로서 무리가 적다는 건 분명한 한계로 작용했다. 뿌리 인식도 아쉽다.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왔고,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네 번 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신공항 사업도 사실상 유 전 의원이 시작점이다. K2와 대구공항이 있는 동구가 지역구다 보니 항공기 소음에 관심이 컸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군공항이전특별법을 주도했다. 그런데 그는 이 뿌리를 의식적으로 거부한다는 인상을 준다. 보수가 성공하려면 대구경북(TK)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그의 표현인 '중수청'이라는 말이 이를 잘 드러낸다.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대구경북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시장이 아닌 경기도지사에 나섰다. 2022년 출마 기자회견 때 "대구시장 출마 권유 받은 게 20년 넘은 거 같다. 대구에서 4선 의원을 했지만 한 번도 대구시장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정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영남에 고립·매몰돼선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유 전 의원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예전에 비해 보폭(步幅)도 커졌다. 계파·노선·당 가리지 않고, 지역과 관련된 이슈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호남 반도체 팹 투자와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해서도 한마디했다. '지역감정' '소용돌이'까지 언급하는 등 강도도 상당했다.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하다. 낙인과 고향이다. 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날 때가 됐다. 사과를 하든 오해를 풀든 꼬여 있는 매듭을 직접 풀어야 한다. 그리고 고향을 끌어안든, 고향에 끌어안기든 해야 한다. 소신과 성격이 어떻든 고향에 읍소(泣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보수는 찢어지고 사분오열(四分五裂)돼 있다. 구심점도 안 보인다. 그래서 유 전 의원에겐 보수 대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가 꾸고 있는 꿈이 무엇인진 모르겠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권도 또 도전할 것 같다. 그는 2022년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때 말했다. "평생을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소신과 양심에 따라 옳은 길이라면 어떤 고난과 가시밭길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해 왔다"고. 낙인·고향 숙제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해 풀어야 할 때다.
2026-08-18 05:00:00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違憲) 여부 판단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13일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적법절차·영장주의·과잉금지원칙 위배 등 여러 근거를 담았지만, 핵심 쟁점은 영장청구권과 보완수사권 완전 박탈 두 가지로 모인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직접 구속·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고,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만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도록 바꿨다. 그런데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는 영장을 '검사의 신청'으로 청구하도록 명문화(明文化)하고 있어 개정법이 이 조항과 충돌하느냐가 쟁점이다. 또 경찰 초동수사가 부실하거나 증거가 누락돼도 검사가 직접 보완할 수 없게 되면서 범죄 피해자가 충분한 수사를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도 함께 제기됐다. 그렇다면 이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다. 헌법소원은 청구 당시 기본권 침해가 '현재'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야 하는데, 개정법 시행일(10월 2일)이 아직 한 달 반가량 남았다. 국힘이 수사·고발 사건이 진행 중인 장동혁 대표를 개인 자격으로 청구인에 함께 올린 것도 이런 절차적 문턱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법 시행 전에 낸 헌법소원은 사전 심사 단계에서 각하(却下)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힘은 권한쟁의심판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전망이 밝진 않다. 2023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법)에 대해 검사들이 낸 권한쟁의심판을 헌재가 '영장청구권과 수사권은 별개'라는 논리로 5대 4로 각하한 전례가 있어서다. 다만 인용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당시에도 재판관 9명 중 4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검사의 영장 신청이 실질적으로 국가의 '수사 기능 실현'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그때는 수사권 '축소'였지만 이번엔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되는 것인 만큼, 이 논리가 향후 이어질 법적 다툼에서 더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번보다 법 시행일 이후 검사 등이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후속 소송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기존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관련 권한쟁의 사건들과 함께 심리(審理)될지 여부도 변수다.
2026-08-17 05:00:00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범죄 피해자 보호 약화와 경찰 권한 비대화(肥大化) 등을 우려하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건 정책 판단의 영역이다. 시시비비를 떠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권한이다. 그러나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의 언어가 논쟁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 그렇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모든 권력기관을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했다. 사필귀정. '모든 일은 결국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옳고 그름'의 전제가 있어야 성립되는 말이다. 검찰의 권한 집중을 비판하는 취지였다고 해도, 오랜 기간 검찰 수사의 당사자였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사필귀정'은 정책적 판단보다 개인적 한풀이로 들릴 수 있다. 부실·부정·늑장 수사 우려나 피해자 보호 공백 같은, 정작 실질적 쟁점은 뒷전으로 밀리고 감정의 언어가 남았다. 그래 놓고는 5일 법무부 등 업무보고에선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법안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고 했다.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한 '쿠데타' 발언도 그렇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한 '육사 출신이 또 쿠데타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쿠데타를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 "앞으로는 절대 구조적으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 통수권자의 '육사-쿠데타 중심' 낙인(烙印) 언사는 반발을 사고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앞서도 이런 사례는 적잖았다. "권력에는 서열이 있다"며 사법부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 등 논란 발언은 잊을 만하면 나왔다. 대통령의 언어는 곧 국정(國政)이다. 감정적·자극적이거나 그렇게 비칠 수 있는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 논란·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 언어에 가려 정책의 본질이 뒷전으로 밀려나선 안 된다.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국민, 국정, 정책의 무게 때문이다. 그 무게에 걸맞은 언어도 필요하다.
2026-08-07 05:00:00
한국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고점 대비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28, 29일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뭔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국가 비상사태에서나 발동되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서킷브레이커가 일상이 됐다는 것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 폭락의 요인 중 하나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되면서, 이를 도입한 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 상품이 폭락의 장본인이라고 할 순 없을지 모르나 도화선(導火線)이 되고 증폭기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의 상황 인식은 안이하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하나같이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자극하는 말이다. 그는 "모든 것이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투자자들이 AI 혁명에 대한 확신이 덜하다"고 했다. 국가 정책 총괄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더욱 분노가 치미는 건 이런 상황이 예견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지난달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도입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상품이 나온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감독 당국의 수장(首長)이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그때라도 속도 조절이나 안전장치 보강을 곧바로 시행해야 했다. '투기판·도박판' 비아냥에다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흉기' 등이 적힌 근조 화환까지 등장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정부 질타가 쏟아지고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가 손해배상 얘기도 나온다.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국민의 분노와 배신감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보여주는 단면(斷面)이다. 국가배상이 현실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책 실패에 대한 정치·행정적 책임은 규명(糾明)돼야 한다. 감독 당국의 수장 스스로 "반성한다"고 말한 정책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강행됐는지, 경고음이 있었음에도 왜 제동이 걸리지 않았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정책실장은 발뺌만 하고, 금감원장은 반성만 하고, 금융위원장은 검토만 하는 사이 개미투자자들의 계좌만 반 토막 났다.
2026-07-31 05:00:00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 모두 대통령 연임(連任)이 이슈다. 한국에선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문제는 국민의 선택'이라는 발언이 불을 지폈다. 논란 후 본인 및 청와대 해명 등 관련 언급이 쏟아졌다. 조 의장은 29일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도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거치더라도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연임에 뜻을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도 김민석 전 국무총리·조원철 법제처장 발언 등 연임 논란이 적잖았지만 이번엔 파장이 더 컸다. 입법부 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가능성에 대한 첫 공식 언급이어서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당해 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담으로, 밈(meme)으로 3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4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Trump 2028' 문구가 적힌 모자를 무대에서 꺼내 들며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겠다는 농담을 던졌다. 이틀 뒤엔 이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 등 AI 생성 이미지를 트루스소셜에 쏟아냈다. 지난해 11월에는 'TRUMP 2028, YES!'라 적힌 팻말을 든 AI 이미지를 올린 바 있다. NBC 인터뷰에서 3선 도전이 농담이 아니라고 했다가 CNBC에선 아마 안 할 것 같다더니 다시 기자들에게 "정말 하고 싶다"고 하는 등 '진담과 농담 사이' 전략도 구사(驅使)한다. 한국 헌법 128조든, 미국 수정헌법 22조든, 법 조문은 명확하다. 연임 개헌은 현직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고, 미국 대통령은 두 번 초과해 선출될 수 없다. 그런데도 연임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연임 프레임' 효과다. 한국에선 개헌 논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미국에선 레임덕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 하나는 지지층 결집과 관심용이다. 화제성은 곧 관심이고 관심은 곧 정치적 자산이다. '오버톤 윈도우' 효과도 있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반복 노출되면 '논의 가능한 의제'로, '국민이 선택할 문제'로 격상(格上)된다. 실제로 되든 안 되든 정치적으론 남는 장사다.
2026-07-30 05:00:00
거대한 담장에 촘촘한 철조망, 무표정한 교도관과 육중(肉重)한 철문. '교도소'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다. 알 카포네가 갇혔던 알카트라즈, '깨끗한 지옥'으로 유명한 ADX 플로렌스 등은 이미 잘 알려진 교도소다. 여기에 악명을 떨칠 후보 하나가 더 늘었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케치오트 교도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교도소는 '하마스 조직원 수감 특별 구역' 둘레에 길이 170m의 해자(垓子)를 파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황당한 건 탈옥을 막는다며 그 안에 나일악어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를 주도한 이는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이 공사를 위해 101억원을 배정했고, 나일악어의 법적 분류까지 바꿔 실행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악명 높은 곳 말고도 세계 곳곳엔 이색(異色) 교도소들이 적잖다. 노르웨이 오슬로 앞바다의 작은 섬 바스토위에는 담장도, 철창도, 무장 경비도 없는 교도소가 있다. 이곳에 수감된 살인·강간·마약 범죄자들은 목조 오두막에서 지내며 유기농 농장을 직접 경작하고 말을 타거나 낚시도 한다. 겨울엔 스키까지 즐긴다. 오스트리아의 레오벤 법무센터는 얼핏 보면 미술관 같다. 유리 외벽으로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고, 복도엔 미술 작품과 빈티지 가구가 놓여 있다. 수감자들이 자발적으로 "있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아란후에스 교도소엔 세계 유일의 '가족 전용 셀'이 있다. 수감자가 배우자·어린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곳이다. 아기 침대와 디즈니 캐릭터 벽지, 어린이 놀이터와 탁아소 등이 있다. 아이가 만 3세가 되면 퇴실해야 한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한복판에 있는 산 페드로 교도소 내부는 수감자 자치로 운영된다. 입소(入所)하면 다른 수감자에게 방을 사거나 월세를 내야 한다. 단칸방부터 3층 구조에 자쿠지 욕조가 딸린 '펜트하우스'급 고급 방까지 거래된다. 영국 버킹엄셔의 그렌던 교도소도 동마다 자체 헌장이 있고, 수감자가 직접 투표로 '의장'을 뽑는다. 교도소 풍경은 나라, 시대마다 이렇게 다르다. 누구는 악어 해자에 둘러싸일 판이고, 누구는 교도소에서 스키도 탄다. 벤그비르 장관이 실제로 해자에 악어를 풀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26-07-24 05:00:00
스페인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20일 결승전 연장 후반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1대 0으로 꺾었다. 스페인의 우승 비결은 두 가지로 '안정감'과 '전술'이다. 높은 점유율과 강한 압박에 철벽(鐵壁) 수비까지 더한 스페인 특유의 축구가 빛을 발했다. 스페인은 전후반 90분 동안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단 하나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연장 후반 12분에야 상대의 첫 슈팅이 나왔고, 연장까지 120분 동안 2개가 다였다. 이번 대회 8경기에서 내준 점수도 단 1점. 1실점은 월드컵 최소 실점 우승 신기록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안정감과 전술의 중심엔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있다. 유로 2024에 이어 월드컵 우승까지 스페인의 메이저 38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유로 2024 당시 16세 소년이던 라민 야말을 과감히 중용하는 등 청소년 대표팀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유망주들을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 속에 녹여냈고, 개인이 아닌 조직력의 극대화를 이뤄냈다. 제대로 된 선수 발굴과 육성, 안정적인 조직력, 뛰어난 전술까지. 이는 모두 감독 리더십의 발로(發露)다. 요란한 구호나 과시적인 언행 없이, 묵묵히 결과로 증명했다.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대표팀 감독과는 정확하게 대척점을 이룬다. 리더십 부재 심각성의 정점은 한국의 정치다. 경제,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역사상 최고의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정치만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류(四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실용 외교를 펼친다는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냉담하고 한미 동맹은 더 위태로워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연일 북한과 최고 수준의 밀착을 과시하는데도 견제는커녕 오히려 거꾸로 "용납할 수 없다"는 핀잔이나 듣고 있다. 미국과의 불안한 관계도 주미 대사의 이례적인 귀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참석 등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당 지도자들은 사실상 리더십 파탄 상태다. 국가적 비전이나 미래 세대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모든 힘을 쏟아도 부족할 마당에 진영 논리에 갇혀 파당(派黨) 정치에 여념이 없다. 여당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폐쇄성과 구태의연한 계파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진보 정당이라면서 혁신·개방은커녕 청년 정치인이나 새로운 인재들이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봉쇄하려 하는 등 구태의연한 주류 정치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민의힘의 리더십 불안정성과 전술 부재는 말할 것도 없다. 리더십 한계로 탄핵 사태 이후 당내 갈등을 아직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력이 아닌 개인 플레이가 판을 치다 보니 팀은 오합지졸이 됐고, 장기적인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할 능력은 상실했다. 당 대표는 당 정상화는 뒷전이고 장외에서 '부정선거 주장' 등 자기 정치에 빠져 있다. 스페인이 전후반·연장 120분 동안 아르헨티나에 내준 슈팅은 단 2개, 실점은 0. 반면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내주고 있는 실점은 셀 수조차 없을 정도다. 리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리더를 만들지 않으면 조직은 하루아침에 망가질 수도 있다. 철저한 인재 발굴과 육성, 배타적 견제가 아닌 과감한 개방, 그리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안정감 있고 전술에 능한 리더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2026-07-21 05:00:00
사공정규 박사(포항채움의원 원장)는 지난 15일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학년도 인문학 힐링 콘서트'에 초청돼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시대, 마음근력 처방전'을 주제로 특강했다. 사공정규 박사는 "컴퓨터가 멈추면 오류를 점검하고 재부팅하듯, 우리의 마음도 지치고 흔들릴 때 점검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좋은 개발자는 오류가 전혀 없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면서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며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마음근력을 키우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덧붙였다.
2026-07-18 11:46:10
사공정규 박사(포항채움의원 원장)는 지난 14일 구미시 평생학습원에서 열린 2026년 구미시여성대학에서 50명을 대상으로 '행복으로 유턴할 기회는 바로 지금!'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공정규 박사는 "우리는 열심히 사는 방법에는 익숙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며 "삶을 바꿀 기회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며 강조했다.
2026-07-16 20:29:24
최근 정부가 내놓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지역 간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전남 등 서남권에, 로봇·피지컬AI 중심 투자는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 배정됐다. 규모부터 차이가 크다. 서남권 반도체엔 800조원, 영남권엔 다른 사업까지 포함해 312조원이 투자된다. 그중 대구경북 몫은 삼성전자가 구미에 약속한 로봇·AI 제조 혁신 투자 19조원 정도다. 대구경북의 상실감·박탈감은 크다.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선정 기준이나 방식이 투명하지 못한 탓이다. 사전 공모 절차도, 지역별 강점 고려도 없었다. 대구경북은 원전(原電)과 풍부한 낙동강 용수, 반도체 관련 산업 기반에 인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구미가 2023년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국 공모를 거쳐 정부가 선정했다. 그런데도 배제됐다. 반면 서남권은 발표 직후 전력·용수 의문부터 제기됐다. 정부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전력·용수 문제를 인정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稅收)로 조성한 기금을 전력·용수 공급 등에 투자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한마디로 전력·용수 인프라 확장에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지역 안배를 정교하게 했더라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로봇 모두 중요한 산업이다. 지역 배정에 '반드시'란 없지만 국가 정책 일관성과 실용·효율성 측면에서 지역별 강점을 살리지 못한 건 아쉽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고 했다. 10년 뒤 성장 동력, 중심 산업이 어떻게 재편돼 있을지 모른다. 공급 과잉이나 시장 포화로 반도체보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AI 산업이 더 각광받게 될 수도 있다. 당장의 대세(大勢)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지 못했다고 원망·낙담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비록 이번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로봇·피지컬AI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점에 쐐기를 박기 위해선 대구와 경북이 힘을 모아 휴머노이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유치해야 한다. 로봇·피지컬AI 기업과 기술, 투자, 인력이 모이다 보면,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반도체보다 더 효자가 돼 있을 수도 있다.
2026-07-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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