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음거내 회복추세 "그나마 위안"

요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얼굴 표정이 어둡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상인들은 최악의 경기상태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이고소비자들은 체감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고 아우성들이다.서문시장 4지구에서 숙녀복을 판매하는 상인 J씨. 연중 가장 장사가 잘된다는 요즘이지만 몇년전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줄더니 올해는 계절적인 수요도거의 없다고 울상이다. 그가 말하는 시장 경기를 들어보자.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열흘에 두번 정도는 서울 남대문시장에 물건을 하러대구시민회관 옆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속칭 쇼핑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한번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3백만원선. 이것을 가지고 내려오면 3-4일, 늦어도 5일 정도면 처분할수 있었다. 쏠쏠한 이윤도 챙겼다.그러나 올해는 남대문시장행이 열흘에 한번 꼴이다. 물건을 갖고 와봐야 팔리지가 않고 또 자금회전이 어려워 옷 구입비용을 사채로 이용하려해도 자신처럼 소규모로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빌려주지 않거나 이자가 높기 때문이다. 이자는 현재 월2.5%. {달러이자}의 경우 싼게 월7%, 비싸면 10%짜리도 있다.J씨는 시장이나 동성로 주변의 의류상가 대부분이 서울서 물건을 해오면 처음 며칠간은 30%이상의 이윤을 붙여 팔고 나머지는 구입원가로 팔거나 물건해올 날짜가 임박하면 그 이하로도 판매하는데 요즘은 아예 매입 다음날부터 할인판매에 들어가는 점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익은 고사하고 우선 자금회전이라도 시켜야 점포세와 종업원들의 임금을 줄수 있어서다.이런 사정도 모르고 국세청은 최근 들어 무조건 매입자료만 가지고 세금을매기고 있어 상인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부가세는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떠안는 세금이지만 원가이하로 판매할 때는 고스란히 상인들의 몫인데도 국세청은 이를 인정치 않고 있다. 그가 아는 사람들중 몇몇은이렇게 해서 근래에 1백만원이상의 세금을 추징당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칠성시장에서 대구시내 유명음식점과 유흥업소등에 과일을 공급해 주던 상인들도 신정부 출범이후 매상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줄었고 대구북부농산물도매시장내 중매인들의 경우 지정도매인인 청과회사에 매월말 결제를 해줘야하나 올해들어 미수금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장사가 안되고 있다.금융실명제 실시직후 어음거래가 전혀 안되다가 요즘 회복추세를 보이는 것이 그나마 위안일 정도로 현재 시장 사정은 어렵다는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J씨는 [많은 상인들이 신정부 출범초기 개혁조치에 성원을 보내다가 지금은경기회복부터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사실을 정부가 직시했으면 좋겠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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