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릭, 클리닉]약 이야기'약의 역사(1)

질병의 올바른 치료 위해 의약법 제정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질병의 원인을 전혀 모르던 시대에도 초근목피 등 천연물을 투여하는 치료 방법을 경험적으로 또는 종교와 결부해 사용했다. 약에 대한 기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이집트'중국과 유럽 등에서 발견된다.

▷약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물은 쐐기문자로 기록된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이다. 그리고 B.C 1700년 무렵 이집트에서 기록된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800여종의 약 처방과 700여종의 동식물, 광물성 약이 적혀 있다.

▷중국에서는 황제(黃帝)와 신농씨(神農氏)가 백성들에게 약의 근본을 가르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약의 집약서는 3세기경 집필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으로, 365종의 약물이 상'중'하 약성으로 나누어 수록돼 있다.

▷유럽에서는 로마의 네로 황제 시절 그리스 사람인 '리오스 크리데스'가 600여종의 약물이 수록된 유럽 최초의 약학서인 '약물학'(Materia Medica)을 발간했고, 1546년 독일인 'V. 코르두스'가 뉘른베르크에서 약전을 발간했다. 이것이 최초의 공공약전(藥典)이다.

▷우리나라는 상고시대부터 독자적인 약을 이용했다. 환웅(桓雄)이 '신시의학'(神市醫學)을 실천했고, 고구려에는 '고려노사방'(高麗老師方), 신라에는 '신라법사방'(新羅法師方), 백제에는 '백제신집방'(百濟新集方)이라는 약전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당나라의 당주가 저술한 '외태비요방'(外台泌要方)과 일본의 '의심방'(醫心方)에 기록돼 있다.

▷일본은 자국의 의'약학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백제 성왕(聖王) 재위 시절(523~553) 백제에서 의박사 나졸왕유릉타(奈卒王有陵陀)와 제약사 시덕반량풍(施德潘量豊) 등을 초빙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백제에는 이미 의학과 약학의 전문가가 분리돼 있었고, 일본의 의'약학기술이 우리나라로부터 전수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의'약학기술은 인류의 문명 발상지를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의와 약이 혼재돼 많은 문제점이 생겨났다. 의사가 약품의 조제를 독점하고 한편에선 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업자가 이익만을 추구하며 약품을 제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을 바로잡고 질병의 올바른 치료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1240년 의사의 매약을 금지하고 약학지식을 습득한 약사만이 약의 조제를 할 수 있도록 직무분담을 엄격히 규정한 '의약법'을 제정했다. 이 제도가 서서히 유럽 전역에 정착되면서 의'약 분업제도가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약전(藥典) 발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의약품의 품질 개선과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이후 독일의 뉘른베르크시가 1546년에 최초의 공공약전을 발간했고 영국은 1618년 '런던 약전', 네덜란드는 1792년 '암스테르담 약전'을 발간했다.

우리나라도 1958년 10월 10일 제정된 약사법(藥事法)에 따라 세계에서 35번째로 '대한약전'과 '국정처방서'를 발간했다. 늦었지만 의약품 관련 제도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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