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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정책 재설계, 증세보다 먼저 할 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재정 확충 및 대선 공약 이행과 관련해 "추가 재원 필요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세입 확충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증세 가능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첫 언급이다. 이는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확대' 공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제는 증세가 과연 만병통치약이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내세웠지만 증세를 반가워할 국민은 없다. 특히 주로 어느 계층에서 어떻게 더 걷을 것이냐 하는 구체적 시행방안에 이르면 지난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봉급생활자의 반발과 같은 '조세저항'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스웨덴처럼 부가세를 올리는 방법도 있으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세금을 낸다는 점에서 소득역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 차분히 생각해볼 것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확대가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문제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보편적 복지'에 가깝다. 이는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복지지출의 효율성 면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직업이 있건 없건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자녀 양육수당이 어떤 역효과를 불러왔는지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복지는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선택적 복지'가 제일 바람직하다. 이는 국민에게 세금부담을 더 지우지 않으면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이를 권고한 바 있다. 보편적 복지를 처음 시작한 영국도 그런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증세를 논의하기 이전에 복지정책의 재설계 여부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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