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R&E, 더 이상 특목고·자사고 전유물 아닙니다

내년 개정교육과정 일반고도 이수 가능…팀 논문쓰기 교육적 효과 뛰어나

'고등학생이 논문을 쓴다?' 으레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던 논문을 고등학생들이 쓴다는 데 대해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행 입시체제에서 학생이 지원하려는 학과에 대한 전공적성 평가에 논문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 대학 측의 얘기다. 실제로 서울대 입시에서 우선선발로 합격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전공 관련 논문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입학사정관들에 따르면 논문은 특히 해당 학과 교수들이 학생들의 서류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읽는 자료라고 한다.

논술이 주어진 문제에 답하는 것이라면 논문은 스스로 문제를 찾고, 그 문제에 대해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과제연구 또는 R&E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듣고 논문을 써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심화과목에 과제연구를 편성해 일반고 학생들도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이수가 가능하게 되었다.

고교생들의 논문 쓰기는 개인과 팀이 진행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원래 과학고의 R&E는 조별 연구 및 논문 쓰기이다. 과학고뿐 아니라 자사고나 일반고에서도 자연계열 학생들은 대부분 팀 논문을 쓴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개인별 논문이 팀 논문보다 비중이 높다.

대학에서는 개인 논문보다는 팀 논문이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판단한다. 교육학 용어로 '프로젝트 베이스드 러닝'(Project-based Learning)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협업을 통해 타인과 조화를 추구하고 갈등을 조절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팀을 이뤄 논문을 쓰면 타인의 주장을 듣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양보와 타협의 기술도 배울 수 있다.

아직은 대부분의 일반고에서 과제연구 수업이나 R&E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반고 학생들도 학교 동아리를 활용하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논문 쓰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전국 혹은 지역에서 개최되는 논문대회나 학술대회에 나가 자신의 노력과 경쟁력을 증명하면 된다. 고등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논문대회는 교육부가 주최하는 '국제청소년학술대회'(ICY), 삼성이 주최하는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함께 주최하는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 등이 있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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