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두 차례 나무 심는 몽골
우리나라의 식목은 주로 이른 봄철에 이뤄진다. 식목일이 4월 5일인 것은 절기상 청명 근처가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때문. 1343년 선종이 성 밖에 나가 직접 농사를 지은 날(음력 3월 10일)을 기린다는 측면도 물론 있다.
우리와 달리 몽골의 나무심기는 봄과 늦가을(10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봄은 이해가 가지만 왜 늦가을일까. 몽골의 겨울은 11월부터 시작된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나무를 심는 것은 눈에 의한 보온 효과를 노리는 것. 몽골 주민들은 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깊게 판다. 퇴비를 뿌리고 나무를 심은 뒤 구덩이의 절반가량 흙을 메운다. 나머지 절반은 눈이 와서 채운다. 눈이 덮이면 수분과 함께 온기가 공급돼 뿌리의 활착이 이뤄진다. 동시에 겨울을 나면서 야생 적응 능력이 길러진다.
몽골 울란바토르 북쪽 러시아 국경 지대로 가면 비교적 울창한 숲 지대가 있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 남부 타이가 지대가 아시아 산소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사막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남부 지역과 달리 북쪽은 숲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 쪽으로 3시간가량 떨어진 세렝게주의 토진나르스도 숲이 상당히 우거진 지역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대형 산불이 두 번이나 나면서 거의 황무지가 되다시피 했다.
토진나르스 국립공원 보호청의 밤뱌 소장은 "웬만한 산불이 나면 자연스럽게 수종이 갱신되는 호기로 삼는다. 왜냐하면 빽빽하게 들어선 숲은 인공적인 관리가 어려운데 산불로 인해 산림대의 재구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의 산불은 이게 불가능할 정도로 광범위한 범위에서 타 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몇 년이 지나도 풀 한 포기 나지 못할 정도로 척박한 땅으로 변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김판기 경북대 교수는 "산불이 심할 경우 땅속 깊이까지 타버리기 때문이다. 울창한 산림지대일수록 산불 피해가 심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대형 산불이 난 지 20년이 다 돼 가는 토진나르스를 찾았을 때 화재의 흔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통상 산불이 나면 인공 조림을 하는 것이 좋은지, 자연 번식에 맡기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토진나르스 산불 지역의 경우 워낙 범위가 넓어 자연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자연 번식은 이웃해 있는 나무들이 바람에 의해 씨를 뿌리고 그 씨가 다시 나무가 되는 방식으로 해서 숲이 조성되는 경우인데 인근에 번식을 시킬 만한 나무가 깡그리 타버린 것.
몽골 정부는 인공 조림을 결정했다. 2001년부터 국가 차원의 복원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는 몽골 정부가 2035년까지 30년간 국토의 동서를 연결하는 20만㏊의 숲을 조성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숲 복원에 참여한 유한킴벌리
몽골에 산림 조림을 지원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유한킴벌리이다. 이 회사는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의 진원지로 여겨지고 있는 몽골의 사막화가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무 심기에 나서고 있다. 1999년부터 동북아산림포럼과 함께 동북아시아 사막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지역의 산림생태 황폐화 및 사막화를 저지하고 숲을 복원하기 위해 현지 조사 및 연구활동 지원, 나무심기 등을 전개하고 있다.
화재가 난 토진나르스 숲 복원에는 2003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808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밤뱌 소장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국가는 한국 이외에 일본, 독일, UNDP가 있지만 한국의 유한킴벌리가 가장 활동적"이라고 소개했다.
몽골 국립 지구생태과학연구소 촉 바타르 소장과 토진나르스 국립공원 보호청 밤뱌 소장의 주도로 나무 심기가 진행됐다. 포기당 심는 거리는 3m 내외로 하고 있다. 올해 심은 면적은 320㏊. 구주적송(유럽에서 자생하는 빨간 소나무)이 이 지역에 맞다는 판단에 따라 유한킴벌리가 심는 나무는 대부분 이 수종을 선택했다.
이곳도 역시나 가축으로 인한 피해가 심했으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나무가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하다 보니 가축들이 키가 닿지 않자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이곳 사람들은 가지치기와 간벌을 싫어했다. 나무를 관리한다는 개념이 거의 없었던 것. 일단 심어 놓으면 저절로 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계획된 숲 관리 개념이 도입돼야 할 지역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가 산림녹화를 시행하면서 초기단계부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잡초나 낙엽 등이 산에 별로 없어 나무의 생장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던 요인이 크다. 어릴 때 산에서 풀베기 운동이 벌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강원대 총장을 역임한 동북아산림포럼 최현섭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전문적인 숲 관리 체계가 몽골에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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