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반 읽어주는 남자] 뮤지컬 맘마미아 오리지널 캐스트 레코딩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누가 음악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여쭈는 거예요. 삶이 어찌 될까요?)

Without a song or a dance what are we?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춤이나 노래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이 되겠어요? 그러니 음악을 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세기 세계 팝 시장에서 비틀스 다음으로 명성을 떨친 4인조 혼성 그룹 아바(ABBA)의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노랫말 중 한 부분이다. 아바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인 디 앨범(The Album'1977)에 수록된 이 곡은 아바의 곡으로만 구성된 뮤지컬 맘마미아의 세 번째 삽입곡이다. 댄싱 퀸'슈퍼 트루퍼'김미 김미 김미'아이 해브 어 드림'워털루 등 아바의 다른 히트곡들에 비하면 크게 유명하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가장 진한 감동을 받은 곡이다. 도나'로지'타냐 등 세 주인공이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고 열창하는 '댄싱 퀸'이나 공연 마지막에 모든 관객을 일으켜 세우는 앙코르곡 '워털루' 등 여러 정력적인 곡들 사이에서 은은한 촛불처럼 빛난다.

우선 영롱한 피아노 연주가 곡 전체를 이끄는 가운데 후렴구에서 드라마틱하게 치솟는 코드 전개가 인상적이다. 보컬은 시종일관 담담하다. 노랫말 처음부터 끝까지가 음악에 대한 찬미를 담은 진솔한 고백이다. 음악으로 음악을 찬미하는 대표 문법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 식의 자기 선언이다. 이에 더해 땡큐 포 더 뮤직이라는 표현은 종교적인 경건함까지 느끼게 해준다. 음악은 나의 삶, 그래서 음악에 감사한다는 것. 좀 더 깊고 성숙한 문법이다.

듣고 보니 이 곡은 뮤지컬의, 뮤지컬에 의한, 뮤지컬을 위한 곡이다. 노랫말에 나와 있다. '춤이나 노래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이 되겠어요?' 춤과 노래로 무대를 생동시켜야 하는 뮤지컬 장르의 숙명이다. 맘마미아는 뮤지컬 고전이 지루하게 반복되던 1990년대 말에 나타나 노쇠해가던 세계 뮤지컬 산업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맘마미아가 아바의 명곡들을 만난 것은, 그중 땡큐 포 더 뮤직과 조우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다.

맘마미아는 대구와도 인연이 깊다. 2005년 첫 공연 이후 수차례 대구를 찾았고, 올해 봄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공연팀이 다녀갔다. 최근 조성된 동성로 뮤지컬 광장에는 맘마미아에서 소피가 등장하는 장면을 담은 조형물도 있다.

한편, 땡큐 포 더 뮤직은 영화 맘마미아(2008)에서 소피 역을 맡은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직접 부른 버전도 유명하다. 이 버전은 피아노 선율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좀 더 청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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