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10대 딸아이가 아빠를 너무 좋아해 걱정입니다. 틈만 있으면 밀착해 함께 있으려 합니다. 저희는 신혼 초부터 시댁과의 갈등으로 삭막한 결혼생활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신경질적인 저보다는 자상한 아빠를 따랐지요. 부녀가 친한 건 당연한 거지만, 정도가 지나칩니다. 잘 때도 아빠 방에 가서 함께 자고, 옷이며 양말이며 챙겨 저를 대신해 아빠 출근을 도와줍니다. 남편 역시 다 자란 아이에게 어릴 때처럼 부담없이 입맞춤하고 목욕할 때도 들어가 등을 밀어줍니다. 말은 못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찾아듭니다. 딸아이는 우리 사이가 나빠 아빠가 옷이나 음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불쌍해 그런답니다. 저는 밀려난 여자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솔루션=편안하고 질서가 있는 가정의 부부는 부부끼리 주고받아야 할 애정과 사랑의 역할이 있기 마련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애정의 표현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법이랍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귀하 가정의 가족 간 역할에서 아빠와 다 커버린 딸에 대한 행동의 경계선이 모호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귀하는 오래전부터 남편과 다퉈와 아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네요. 그 결과, 딸아이는 아빠의 외로움을 보게 되고, 엄마가 해야 할 것들을 자기라도 해주려 애쓴 것 같아요. 또 아빠는 아내 대신 옷이며 음식을 챙겨주는 딸이 고마웠을 것이고 필요했기에 더욱 어여삐 여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커버린 딸임에도 불구하고 딸아이에게 스킨십 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귀하의 마음은 딸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 아주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어 딸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또 남편이 딸을 대하는 행동에서도 병리적인 가족관계의 위험이 상상이 되어 번민이 크시군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부부관계의 회복입니다만, 그것은 시일이 걸리는 작업일 것입니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편에게 이 불안에 대해 정직하게 털어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해야 할 것에 대해서 부드럽게 말해 주세요.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과 다 자란 딸아이를 경계선이 모호한 상태에서의 신체적 접촉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말이에요. 이때 아내의 지나친 상상력으로 남편의 설 자리를 잃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와 다 커버린 딸과의 주고받을 수 있는 행동의 범위와 그 경계선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남편 또한 아버지와 딸이 나눌 수 있는 행동의 반경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이 기회에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권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아버지와 딸의 입장에서 보면, 오랜 시간 동안 딸 아이는 습관처럼 아버지를 따르고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부녀간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구조 속에서는 부부의 기능과 부모-자녀 간의 기능은 건강하게 지켜져야 하며 그것은 보이지 않는 가족 간의 '경계선'으로 분명히 존재해야 하고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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