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까?
최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MBN(매일경제방송)의 회계조작 의혹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면서, '폐국'이라는 강한 징계가 내려질 지에 관심이 향하고 있다.
MBN이 종편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자본금 편법 충당을 한 혐의를 받고 있고, 이에 따라 사업 승인 자체를 되돌리는, 즉 사업 승인 취소를 하는 게 법에 따라 가능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방송법을 근거로 방송사업자 승인 취소 내지는 6개월간 방송이나 광고 영업 중단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것.
▶MBN에 대한 조사 및 각종 처분은 이제 시작인 상황이다.
우선 어제인 3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MBN이 자본금 편법 충당을 했다고 봤고, MBN 및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어 오늘 방통위도 검찰에 MBN에 대한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방송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이다. 증선위가 발표한 종편 승인을 위한 회계조작 혐의뿐 아니라, 3년마다의 재승인 과정에서도 MBN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방통위는 보고 있고, 이에 대한 조사를 검찰에 맡긴 셈이다.
MBN의 운명은 방통위가 곧 결정할 수도 있고, 내년 초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검찰 수사 내용 등이 근거로 추가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해 MBN 측은 경영 관련 개선안과 참작 사유 등을 제시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증선위·방통위·검찰 등이 제기하는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법리적으로 다투는 모습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MBN이 폐국될 지, 또는 방송법에도 적혀 있는 대로 방송 또는 광고 영업 일시 중단 처분을 받을 지, 또는 그보다 약한 처분을 받을 지 등은 예단하기 힘들다.
만약 폐국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나온다면, 종편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서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있었다. 과거 언론통폐합 시기에 사라진 동양방송(TBC)이 대표 사례이다. 1964년 5월 9일 개국해 1980년 11월 30일 마지막 방송을 했다.
동양방송은 삼성그룹에 속해 있던 2개 언론사 중 하나였다. 두 회사는 바로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이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 겸영을 금지하는 전두환 정부의 언론통폐합에 따라, 중앙일보는 살아남고 동양방송은 KBS에 넘어간 것이다.
아울러 동양방송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동아일보의 동아방송도 마찬가지 이유로 사라졌다. 전남일보의 전일방송도 마찬가지. 모두 국가가 운영하는 KBS에 강제통합됐다.
또한 경향신문과 MBC가 1974년 통합됐다가 얼마 안 가 1980년 언론통폐합 때 분리된 사례도 있다. 이는 경향신문과 MBC 둘 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죽은 앞서의 사례들과는 좀 다르다.
▶다만 이들 사례는 모두 독재 정권 시절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MBN에 제기되고 있는 각종 혐의가 아직 불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혐의가 사실로 확정되고 방송법에 따른 폐국 조치까지 이뤄진다면, 과거 부당했던 사례들과는 다른 꽤 정당한 사례가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 쓰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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