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50> 대명공연거리 속 동네책방 '일글책'

'일상 속의 글과 책'…100일 된 책방
단편소설 마니아…소설집 비중 높아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동네책방 '일글책'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동네책방 '일글책' 내부. 김태진 기자

"독립서점은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활동이 참 다채롭다. 비치된 책들이 비슷하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어떤 물건을 팔아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단 내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 좋겠다. 일단 이 마음 하나로 한번 시작해볼까나."(9월 2일 일기)

김유진 씨는 끝내 일을 저질렀다. 5년 다닌 회사에서 퇴사하고 책방을 차렸다. 대부분은 말렸다. 만류에 그는 이렇게 마음먹었다. "5년 차면 이직할 나이지 않냐"고, "서점으로 이직한 거라 여긴다"고, "나이 서른이면 안주할 때가 아니라 도전할 때"라고.

그렇게 '일글책'은 지난해 추석연휴 직후 문을 열었다. '일상 속의 글과 책'의 줄임말로 붙인 이름이다. '일, 글, 책'으로 풀이할 수도 있고 '읽을책'[일글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대명공연거리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주변의 자유로운 학풍과 예술정신은 대명동 일대의 정체성처럼 연결되곤 하는데, 10년 전인 2012년 동네책방의 시조새 격이라는 '더폴락'이 처음으로 문을 연 곳도 대명공연거리였다.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동네책방 '일글책'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동네책방 '일글책' 내부. 김태진 기자

책방은 아담한 크기다. 서너 걸음이면 입구에서 끝까지 닿는다. 손님 서너 명이 들어차면 북적거릴 만큼이다. 짧은 글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분명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채워진 단편소설을 즐겨 읽었다는 김 씨는 책방 한쪽 벽면을 독립출판물로 채웠다. 1910~1940년 출간된 단편소설들, 이상의 '날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등이 특이한 판형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대구의 독립출판사인 '편지하나'에서 내놓은 것들이다. 요즘 소설집도 가장 보기 좋은 곳에 진열돼 있다.

김 씨는 "이곳 역시 단편소설처럼 작아도 강렬한 공간이길 바라는 의도다. 공간이 좁지만 양서를 잘 골라서 책과 친해지려는 이들에게 잘 소개하는 게 책방의 능력"이라며 "책방지기와 고객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속칭 '덕업일치'형 책방지기다. 자신의 취미이던 소설 읽기와 연극·영화 감상이 동시에 가능한 입지에 자리잡은 덕분이다. 주변 연극인들이 음료를 마시러 더러 이곳을 찾기에 연극마니아들에게는 즉석 팬미팅 공간으로 손색없다. 김 씨도 그렇게 생긴 수익으로 연극을 보러 간다.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동네책방 '일글책'.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동네책방 '일글책'.

문을 연 지 100일 정도다. 신생아급 동네책방이다. 독서모임은 아직 없지만 영화 상영회를 겸한 영화모임이 있다. 독서모임과 작동 원리는 같다.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영어원서 읽기 모임을 꾸려볼 계획이라고 했다.

여타 동네책방과 달리, 대명공연거리가 월요일 휴무인 점을 감안하면 특이하게도, 일요일에 쉰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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