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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와 대구경북] 삼성이 태어난 곳…모태 제조업 다시 통 큰 투자 기대감

이재용 회장 취임, 삼성의 ‘대구경북 복귀’로 이어질까…환영 분위기 가득
인교동 호암고택·삼성상회 터, 삼성 흔적 대구에 진하게 남아
삼성이 든든한 버팀목인 구미, 李 회장 축하 현수막 150여개나
신공항 배후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어

경북 구미시청 앞 도로변에
경북 구미시청 앞 도로변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님 취임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 구미상공회의소 건물에
경북 구미상공회의소 건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매일신문 DB

'이재용 회장 시대'를 맞아 대구경북 경제계는 지역경제 재도약을 염원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지역 경제계는 지난달 27일 10년 만에 '부회장' 타이틀을 떼고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삼성의 발상지(birthplace)인 대구와 삼성전자의 국내 유일 휴대폰 생산기지가 있는 경북 구미를 중심으로 이 회장의 취임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삼성의 지역 복귀와 함께 삼성으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대구경북과 삼성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이 회장 취임이 지역에 대한 통 큰 투자로 이어지길 바라는 모습이다.

◆삼성 복귀 바라는 대구

삼성과 대구의 연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38년 3월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병철 회장이 1939년(혹은 1943년)에 현 대구 서구 내당파출소 옆 조선양조를 인수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병철의 조선양조는 '월계관'이라는 상표로 청주를 생산하며 영남은 물론 서울까지 양조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을 계속해서 키운 이병철 회장은 1953년 소주 원료와 주정을 생산하는 '풍국주정'을 대구에서 설립했다. 그 옛날 삼성 사이다와 오렌지 주스가 풍국주정에서 생산한 것이다.

사업 다각화를 검토하던 이병철 회장은 '모든 국민이 질 좋은 옷을 입게 하겠다'는 목표로 1954년 대구 북구 침산동에 '제일모직'을 설립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제일모직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사업의 성공을 빌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병철 회장은 1968년 전자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듬해 삼성전자의 전신인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경영권을 이은 고(故) 이건희 당시 부회장은 1980년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섰고, 1988년에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하며 지금의 '반도체 삼성' 기반을 닦았다.

2000년 삼성상용차 파산 사태로 대구와 삼성 사이가 급격히 악화했지만, 2010년 대구상공회의소가 주도한 호암 탄생 100주년 행사로 관계가 일정 부분 회복됐다. 2011년에는 이건희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대구를 찾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구상의가 광주상의와 함께 이재용 당시 부회장 사면 서명운동을 벌이며 삼성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명운동에는 3만6천명이 동참하며 사면 여론에 힘을 실었다.

현재도 대구에는 인교동 호암고택, 삼성상회 터, 제일모직 부지 내 이병철 회장 집무실 등 삼성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기념공간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현장은 대구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산업발전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대구는 이재용 회장 취임을 계기로 삼성의 지역 복귀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 시절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수차례 찾았던 만큼, 대구를 다시 한번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배후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단순히 인연에 기댄 투자보다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서 삼성과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종학 대구상의 사무처장은 "대구 경제계는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사면 서명운동에서 경영 정상화를 통한 삼성의 성장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다만 이제는 과거를 넘어 대구가 삼성이 올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서 기반을 갖춰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통합신공항 배후산단의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말했다.

대구시 또한 삼성의 지역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략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 측근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에 삼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며 "홍 시장의 큰 그림에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 삼성 유치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대구상의 관계자와 지역 경제계 인사들이 이재용 당시 부회장 사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상의 제공
지난해 5월 대구상의 관계자와 지역 경제계 인사들이 이재용 당시 부회장 사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상의 제공

◆삼성전자 사랑 드러낸 구미

경북 구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구미는 삼성전자와 인연이 깊고, 삼성전자의 발전이 구미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간절한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후 구미시청 앞, 구미 형곡동, 임수동, 양포동, 산동읍 등 시내 곳곳에는 이 회장 취임 축하 현수막 150여 개가 내걸렸다.

현수막을 내건 단체는 구미상공회의소·구미산단경영자협의회·구미시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새마을회·바르게살기협의회·이통장협의회 등 관변 사회단체 등 다양하다.

현수막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등 문구가 적혔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삼성은 구미국가산단에서 휴대폰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구미시 세수입의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공헌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회장의 취임을 구미산단 산업역군 10만명과 함께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구미시 관변 단체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구미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큰 만큼 삼성전자 발전과 구미경제 회생의 염원을 담아 축하 현수막을 자발적으로 내 걸었다"고 말했다.

구미산단 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역사는 1977년 2월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한국전자통신㈜을 1980년 3월 삼성이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1988년 9월 휴대폰 생산을 시작해 지금까지 국내 유일의 삼성 휴대폰 생산기지로 운영되고 있다.

1995년 불량 휴대폰 15만대(500억원 상당)를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화형식을 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 임직원 8천2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2009년 저가폰 생산물량을 베트남에 내주며 전체적으로 생산비중이 감소하긴 했으나 갤럭시 프리미엄급을 독보적으로 생산하며 불변의 삼성 휴대폰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기지는 8곳(글로벌 7곳, 국내 1곳)으로 국내는 구미가 유일하다.

특히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수출 기여도는 구미산단 전체 수출액의 30%대, 구미시 전체 지방세 수입의 25%대를 차지하는 등 지역 기여도에서 절대적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구미시의 기업사랑 의지도 남다르다.

구미시와 구미상공회의소는 지난 5~7월 1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역대 최대 상금(6천만원) 규모의 전국 사진 공모전 '삼성 갤럭시로 보는 세상, 포토 콘테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공모전은 구미산단에서 34년째 삼성 휴대전화 '갤럭시'를 생산하며 구미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온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시민의 기업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기업과의 친밀감 형성에 보탬을 주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구미 경제계와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구미는 삼성전자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용 회장 취임이 구미에 통 큰 투자로 이어져 구미경제가 회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스마트시티) 전경. 매일신문 DB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스마트시티) 전경.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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