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수능과 지방대

모현철 논설위원
모현철 논설위원

수능일이다. 수험생들과 가족들에게는 떨리고 긴장되는 날이다. 시험을 잘 치고 좋은 점수를 받아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인 서울'(서울에 있는 대학)을 원하는 수험생이 많겠지만 모두가 꿈을 이룰 수는 없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방대는 신입생 정원조차 채우기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입학을 한 뒤에도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포항남울릉)에 따르면 경북대의 신입생 대비 자퇴율은 2016년 9.5%에서 2021년 18.9%로 9.4%포인트 급증했다. 전국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최고 증가 폭이다. 자퇴율 급증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로 분석된다.

경북대는 한때 서울의 명문 사립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역 인재들이 취업난 등을 이유로 수도권 대학이나 의학 계열 진학에 앞다퉈 나서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다른 지방대 사정도 마찬가지다.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들의 재정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된 데다 자퇴생이 급증하면서 지방대의 재정 곳간은 텅텅 비고 있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내년 총 11조2천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유·초·중·고 교육 예산을 대학 교육에 투자해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그간 초·중·고교 교육에 사용했던 예산 일부를 떼어 대학 일반재정 지원과 지방대 육성 등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대가 지역 혁신 생태계의 중심에서 인재 육성과 혁신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학 등 고등교육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유·초·중등교육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교부금 개편이 이뤄지려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정치계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 수험생들의 유출이 지속된다면 지방대가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 청사진과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대학들도 정부를 향해 손만 벌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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