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서준기 달구벌종합복지관장의 선배 고 백남덕 대구가톨릭사회복지시설협의회장

"항상 보여주셨던 따뜻함과 베푸는 모습,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 것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1990년 밀양 표충사 야유회 때 찍은 사진. 아랫줄 오른쪽 첫 번째 파란 상의를 입은 사람이 고 백남덕 전 회장, 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서준기 관장. 서준기 관장 제공.
1990년 밀양 표충사 야유회 때 찍은 사진. 아랫줄 오른쪽 첫 번째 파란 상의를 입은 사람이 고 백남덕 전 회장, 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서준기 관장. 서준기 관장 제공.

선배님, 계절이 가을을 지나 곧 겨울에 접어들어갑니다. 선배님을 떠나보낸 게 올해 춘삼월 봄이었는데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다시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이 계절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선배님을 보낸 지 1년이 지난 시점일 겁니다.

선배님을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납니다. 1987년, 선배님은 당시 사회교육부장으로 오셨지요. 선배님과 함께 일한 건 3년 정도였는데 그 기간동안 보여주신 선배님의 모습은 제가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는 데 있어 늘 본받아야 할 표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제가 처음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는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다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야할지도 몰라 헤매곤 했습니다. 선배님은 초짜배기에 천둥벌거숭이같았던 제가 업무에 익숙해지고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셨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셨습니다. 지적을 하더라도 기분나쁘게 하지 않는 방법을 보여주셨고, 늘 웃는 모습으로 간혹 농담이나 장난으로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하셨던 모습 때문에 제게 선배님은 '선배'라기 보다는 '형'같은 분이었습니다.

선배님이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해주는 것은 기본이었고 후배들의 생일이나 기념일도 챙겨주시는 등 다정다감한 면모였습니다. 만약 복지관에 오는 장애인 중 한 사람이 자전거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살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사 주시는 분이셨지요. 이런 따뜻한 모습을 살면서 항상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글쓰기를 좋아하셔서 수성 플러스펜으로 항상 글을 쓰시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문학을 좋아하고 감수성도 풍부해 몇 년 전에는 '우리 모두가 이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내기도 하셨죠. 책을 읽으면서 선배님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람들을 대하는 따뜻한 모습 또한 함께 읽혀져 '역시 선배님'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제게 책을 하나 선물해주신 적이 있으시지요? 읽어보겠노라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아직 펼쳐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아계셨다면 책을 읽은 뒤 그에 대한 감상도 함께 나눴을텐데…. 선배님의 마지막 선물을 이제는 찬찬히 읽어보려 합니다.

선배님, 당시 함께 일하던 후배와 동료들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모두 전국 각 지역 사회복지계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복지기관의 기관장이나 협회장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아마 이 정도로 잘 되지는 못했을겁니다. 지금도 당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는 가끔 모여서 회포를 푸는 자리를 갖습니다. 그 자리에 선배님을 더 이상 모실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믿기지 않습니다.

복지관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고보니 선배님이 항상 보여주셨던 따뜻함과 베푸는 모습이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가는 다른 세상이 있다면 선배님은 분명 좋은 사람으로, 더 잘 사시는 모습으로 살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저 또한 남은 인생을 선배님처럼 후배들과 직원들에게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추워지는 계절, 선배님이 베풀어주신 따뜻한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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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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