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려보는 경북도 명품 자전거길] 울릉도 '해담길'

나리분지 가는 길 경사도 25% 아찔…씩씩대며 끈덕지게 오르막 코너링
원시림 그 자체 신령수 숲길 지나면, 입에 거품 문다는 내수전 임도 코스
암벽길 나왔다가 덩굴길 나왔다가 길도 계속 업다운 호흡 점차 가빠져

울릉도 행남산책길
울릉도 행남산책길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울릉도에는 '해담길'이 있다. 일주도로 44.5Km를 달리며 울릉도 해안선 껍데기를 만끽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 속살, "해담길"을 하나씩 파헤쳐 볼 시점이다. 사실, 울릉도는 멀쩡한 곳이 한곳도 없다. 죄다 오르막 내리막이다. 좌우 급경사고, 포장이 되었다지만 파도 바람에 파헤쳐진 도로의 복병들이 요새처럼 꽈리를 틀고 있다.

◆울릉도의 속살, "해담길 39Km" 맛보기 라이딩

'울릉도의 이른아침 밝은해가 담긴길' 이라는 의미를 지닌 "해담길"은 울릉도 개척민들의 여러해 (年) 동안의 역사, 이야기, 문화가 담겨있고, 바다(海)가 담처럼 싸고있는 울릉도의 지형을 잘 말해준다. 약 20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울퉁불퉁한 울릉도를 개척하기 위해 시작된 개척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길은 지난(至難)하지만 의미롭다.

수년간 고증을 거쳐 2017년, 바깥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 그 울릉도 속살은 만만한 길이 아니다. 강한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길은 9구간, 총39Km로 이어진다.

1구간, 행남해안길 2.8Km (도동~행남등대~저동)
2구간, 도동-저동 연결길 3Km
3구간, 내수전임도-석포길 3.8Km
4구간, 석포-천부길 5Km
5구간, 알봉둘레길 5.5Km (나리분지~알봉둘레길)
6구간, 수토사길 4Km (현포~태하~학포)
7구간, 태하령길 6.2Km (태하~남양)
8구간, 남양-옥천길 4.2Km (남양~통구미~옥천동)
9구간, 옥천길-울릉도 의료원길 4.5Km

"해담길" 39Km는 애시당초 걷는 트레킹 길이다. 자전거로 갈길이 아니다. 하지만, 울릉도 구석구석 자전거 답사단은 기어코 그 해담길의 일부를 자전거로 도전해본다.

신비한 샘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울릉도 신령숲길을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힘차게 오르고 있다.
신비한 샘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울릉도 신령숲길을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힘차게 오르고 있다.

◆ 나리분지, 신령수 숲길, 알봉 둘레길

화산의 칼데라 지형으로 생겨난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라는 '나리분지' 오르는 길은 라이더에게는 늘 도전이다. 천부항 인근, 해중 전망대에서 나리분지 업힐이 시작된다. 약3.8Km에 이르는 오르막 길이다. 울릉도 자전거의 대표적인 도전 코스 중 하나다. 곳곳에 순간 경사도가 25%되는 곳들도 꽤 있다.

다들, 씩씩대며 끈덕지게 오르막 코너링을 해댄다. 힘들게 올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는 고요하다. 알봉, 송곳봉,깃대봉 등에 둘러싸인 구름속 분지는 화폭속의 수채화처럼 상그롭다. 동서로 1.5Km, 남북으로 2Km 이른다. 초기 개척민들이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먹으면서 연명했다 하여, "나리분지"의 명칭이 유래되었다.

전망대위로 불어오는 바람속에 땀방울이 감춰진다.나리분지의 명물인 산채비빔밥, 더덕무침으로 고복(鼓腹)을 한다.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신령수 숲길이다. 신비한 샘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신령수'까지는 약4Km 남짓이다. 숲은 원시림 그 자체이다. 솔송나무, 섬단풍, 섬피나무 등 울릉도에서만 분포하는 수종들이 있으며, 섬말나리, 큰노루귀 등 자생하고 있는 산림의 귀중한 자연이 보존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189호로 지정되었다.

울릉도 전통가옥인 투막집
울릉도 전통가옥인 투막집

한바퀴 한바퀴 돌릴때마다 숲속 산소의 용출이 내뿜어져 온다. 도중의 전통 투막집도 볼거리다. 힘들었던 화전민들의 특유의 정서가 뭍어나온다. 옛적, 이런 척박한 흙집에서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숲속을 헤치고, 조금씩 페달질을 하다보면 신비의 생명수, '신령수 샘물터'에 다다른다.

다들, 바위틈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생명수를 들이킨다. 꿀맛이다. 갑자기 건강해진 활력이 온몸에 전해온다. 성인봉은 맑은날을 기약하고, 알봉 둘레길도 찜만하고 서둘러 또 다른 하이라이트를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을 거치면, 평탄이 펼쳐진다. 바로 송곳봉이다. 가파른 바위속에 구멍이 쏭쏭 뚫려있다하여 붙여진 재미난 이름이다.

거대한 바위산 틈새로 햇살이 뿜어져 나온다. 아래로 성불사 사찰이 자리잡았다. 송곳봉을 배경으로 성불사 앞마당을 휘휘 원형거리듯 인생샷 만들기에 다들 욕심을 낸다.

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릉도 도동항
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릉도 도동항

◆ 울릉천국, 내수전 일출전망대, 내수전 임도길

이제는 본격적인 도전을 할 참이다. 울릉도 해담길중, 하이라이트 코스중 하나인, "내수전 임도" 7Km 가는 길이다. 울릉도 개척시대에 화전민 김내수(金內水)라는 사람이 곡괭이로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 하여 붙여진 "내수전(內水田)"이다. 해맞이 명소인 내수전은 닥나무가 많다하여 저전포라고도 불리었다. 내수전에 이르는 길은 세곳이다.

저동항쪽에서 잘 닦여진 신작로로 전망대까지 약7Km 오르는 길, 죽암리 마을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약 5Km 오르는 길 그리고 석포 전망대쪽에서 오르는 세찬 길. 길은 어디서 오르더라도 입가에 거품을 각오해야 한다. 왠만큼 내노라하는 라이더들도 죽암리, 석포산장 코스는 혀를 내두른다. 힘들게 전망대 인근에 다다른다.

이번에는 그나마, 쉽게 느껴지는 저동항 방향으로 오르기로 한다. 약30명이라 하지만,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약3~4키로 차이가 난다. 마냥 포기하고, 끌고 밀고 오르는 이들도 있다. 맛깔스런 뜨거운 컵라면 한그릇씩 들이키고 일출전망대로 걸어 오른다. 약 500미터 정도다. 죽도, 코끼리 바위, 현포, 태하등 울릉도가 한눈에 들이친다. 울릉도에서 꼭 가봐야 하는 전망대들, 독도 전망대, 현포 전망대, 태하 전망대, 행남 전망대, 석포 전망대 중 내수전 일출 전망대는 그 으뜸이다.

힘들게 오른 땀방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가득 얻는다. 이제는, 오늘의 최대의 도전코스, 본격적인 내수전 임도길 7Km이다. 본디, 자전거는 갈수 없는 길이다. 걷는 원시림 트레킹 길이다. 그래도 두바퀴는 움직인다. 길은 계속된 업다운이다. 바위와 가파른 암벽길, 그리곤 새털같은 숲길, 또 울창한 나무 덩굴길로 파노라마처럼 다채롭다.

약 1/3정도는 끌바, 밀바, 들바를 해야하고 잠시라도 방심을 허용하지 않지만 다들 입가에는 웃음이 만연하다. 감탄이 이어진다. 십년감수하지만 십년씩 젊어진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낭만은 뒤로 하고 이제는 또 다른 울릉도의 역사, 안용복 기념관으로 간다. 일본에 맞서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땅임을 지켜낸 안용복을 기리는 기념관이다. 이제는 오늘을 마무리 해야한다.

울릉도 행남산책길에서 만난 대나무 숲길.
울릉도 행남산책길에서 만난 대나무 숲길.

◆ 행남옛길, 옥천전망대, 독도전망대, 태하령 옛길

길이 뚫리기전 도동에서 저동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낭뜨러지 길 뿐이었다. 도동항, 울릉군청 뒷쪽으로 난 그 옛길을 답습해본다. 오늘은 자전거는 잠시 놔두고 온통 걷는길로 꾸며본다. 길 초입은 가파른 계단이다. 거친숨이 잦아들 무렵 발아래로 도동항구가 펼쳐진다. 조심스레 발자국을 옮기다 보면 저동항 가는길, 행남등대 가는길, 도동항 가는길의 갈림길이 나온다. 울창한 대나무숲도 통과한다.

흰백색의 행남등대는 잘 생겼다. 등대를 옆구리에 끼고서 내려가면 절벽 해안길이 나온다. 과연 이곳이 우리나라가 맞는지, 어떻게 이런 비경들이 펼쳐지는지 도무지 형언이 힘들다. 쭈빗 쭈빗 튀어나온 암벽을 따라가는 약2Km의 길은 감탄사 연발의 탄성길이다. 도동항이 멀찌감치 보인다. 감탄속에 왁자지껄한 항구를 만난다.

오랜 울릉도 항구의 역사를 지닌 도동항구가 더욱 정겹다. 피대기로 말리려 걸린 오징어의 자태가 이색적인 볼거리다. 여기는 행남해안길 그리고 도동항이다.

울릉도 독도전망대
울릉도 독도전망대

이른 아침, 짧은 시간에, 가까운 곳에서 울릉도의 해돋이를 즐기려면 '옥천전망대'로 가면된다. 사동항 초입에서 오르막길 약2.5Km 남짓이다. 찾기도 쉽다. 막바지 조금 가파르지만 해돋이 전망은 일품이다. 옥천전망대를 지나 또 다른 전망대 '독도 전망대'로 간다. 값비싼 7,500원 케이블카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약 10분정도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면 사방팔방 펼쳐지는 조망을 만난다. 맑은날 독도도 보인다.

시간이 허락하면 약30분간 산책하듯 해안전망대를 다녀올수도 있고, 천천히 걸어서 독도 박물관까지 갈수도 있다. 한쪽은 울릉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또 다른쪽은 독도등 씻푸른 울릉의 바다가 펼쳐지는 호사를 맛본다. 여기에다 또 다른 도전과제, 대한민국 10대 절경중 하나라는 태하령 대풍감 산책길, 태하령 옛길은 자전거로는 도무지 난공불락이다. 태하령 옛길 초입에 자전거로 슬슬 진입하자, 인근 주민이 입을 댄다. "못가요". 한 마디에 숙제로 남겨둔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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