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65년 육군부사관학교에 입대, 군사교육을 마치고 군 복무 중 베트남 파병에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1966년 9월 백마부대에 소속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됐습니다. 제 소속은 9사단 29연대 2대대 2중대 3소대였고 제가 맡은 보직은 분대장이었습니다. 그 때 저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분대원들을 그리워하며 당시의 일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967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소속된 분대가 작전에 차출돼서 사이공(현재 호치민 시)과 하노이를 잇는 국도를 타고 작전지역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때쯤 갑자기 저희 분대원들이 탄 트럭 앞에서 갑자기 '쿵' 소리가 나더니 폭탄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적군들이 매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죽는 시늉하지 말고 뛰어내려라"며 대응 사격과 함께 매복한 적과 맞서 싸웠습니다. 한동안 총격이 계속됐지만 숨어있는 적군을 대적하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상황을 보고받은 중대에서 긴급하게 기관총을 단 차량이 출동해 저희 분대를 엄호해 준 덕분에 퇴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분대원들이 다치고 심지어 2명은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전사한 분대원이 최광민, 강영수 2인입니다. 이 두 분대원들은 현재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습니다. 6월 6일 현충일이 되면 저는 이 두 분대원들을 만나기 위해 동작동으로 갑니다. 비석을 어루만지며 그 때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돌아옵니다.
분대원들과 혁혁한 전공을 함께 세운 적도 있습니다. 전쟁터에 첫 발을 디디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던 1966년 10월 2일로 기억합니다. 적군에 의해 우리 부대의 위생병 한 명이 실종됐습니다. 이에 백마부대 전 부대원이 실종된 위생병을 찾는데 투입됐습니다.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수색한 결과 물이 가득 고여 마치 강처럼 보이는 들판 한가운데에 실종된 위생병이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제가 자원해 수습에 나섰습니다. 군장에 있던 곡괭이와 25m 로프 4개를 연결해 바지 허리띠에 고정시키고 시신이 놓인 곳으로 갔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물이 깊이 고여있는데다 주변에 적군들이 계속 총을 쏘아대는 상황이었기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줄을 묶은 곡괭이를 시체에 고정했지만 시신이 물에 불어버린 탓에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곡괭이를 시신의 허리띠에 고정시킨 뒤 저는 줄을 당기면서 시신을 끌고 나왔습니다.
시신을 함께 수습한 것 이외에도 우리 분대원들은 다른 전공도 함께 세우면서 나중에는 인헌무공훈장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대구시지부 달성군지회 회원으로 달성군과 국가를 위해 봉사활동 등에 솔선수범하여 참여하고 있습니다.
꽃다운 청춘에 죽어버린 이 두 전우도 그립지만 나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나머지 분대원들 또한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귀국 전 백마부대에서 만든 앨범이 있었는데 그 뒤에 부대원들의 본가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귀국 전 그 앨범을 제 고향 인근에 사는 사람에게 부탁해 본가에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막상 귀국하고 보니 그 앨범이 도착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전우들과의 마지막 연락도구인 그 앨범이 사라지면서 분대원들과의 연락도 끊겨버렸습니다.
죽은 최광민, 강영수 외에 김화순, 홍의표, 남성민…. 분대원들의 이름이 전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정말 보고 싶습니다. 혹시나 연락이 될까 싶어 전사한 두 전우의 비석에 제 주소를 남겨보기도 했지만 연락이 없었습니다. 혹시 저와 함께 전쟁에 참가한 분대원이나 그들의 후손이라도 이 글을 보고 매일신문을 통해서라도 연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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