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무기 쓰면 동북아 사망자 수는? "북·미·중·러, 모두 사용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핵무기 사용시 사망자 수를 동북아시아 범위에서 예상한 결과가 7일 발표됐다.

세계의 시선이 늘 향하고 있는 북한 핵이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비롯해 주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 보유국이 핵을 쓸 가능성도 가정한 결과다.

▶이날 일본 NHK 보도에서는 나가사키대학 핵무기폐기연구센터(RECNA) 등이 실시한 동북아 핵무기 사용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했다.

우선 언급된 평균 수치는 '25%'이다.

핵무기 공격을 받은 지역에서 수개월 내로 해당 지역 인구의 25%가 사망한다는 것이다. 주요 도시를 핵 공격 목표가 된 사례에서는 22만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략 100만 안팎 인구의 도시가 핵 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가정한 셈이다.

연구에서는 단 1발의 핵무기가 사용된 경우에도 이같은 결과가 예상된다며, 위력이 더 큰 핵무기 및 더 많은 수의 핵무기 사용시 해당 지역 및 일대에서 최대 26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핵 폭발 후 방사성 물질 확산에 따른 피폭 등의 영향으로 핵무기 사용 후 수십년 동안 최대 92만명이 암에 걸려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NHK 홈페이지
NHK 홈페이지

▶시뮬레이션에서는 5가지 '케이스'를 바탕으로 예상 사망자 수를 추산했다.

동북아 안보 구도를 논할 때 흔히 언급하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은 물론, 예상 밖 케이스도 있다.

다음과 같다.

지난 3월 21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이 발간한 사진편집물 '3·18이 안아온 위력한 주체무기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여러 대량살상무기 사진을 실었다. 사진은 신형전술유도무기. 연합뉴스
지난 3월 21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이 발간한 사진편집물 '3·18이 안아온 위력한 주체무기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여러 대량살상무기 사진을 실었다. 사진은 신형전술유도무기. 연합뉴스

①북한의 위협용 핵무기 사용

북한이 국내외 경제적 압력에 의해 미국과 한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위협 목적으로 핵무기를 쓴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북한이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원자폭탄(15킬로톤)보다 위력이 조금 약한 10킬로톤의 핵무기를 쓸 것으로 가정했다.

핵 공격 장소는 한국의 해안 지역으로 가정됐다. 한국 해군 등이 북한에 침입해 북한 주민들을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시나리오이다.

이는 흔히 언급되는 수도 서울, 전국 곳곳 주한 미군기지 외의 장소를 가정한 것이다.

이에 한국이 재래식 전력으로 반격한 후, 한국의 요청으로 미국이 북한 핵무기 시설에 소형 핵무기 2발을 쏠 수 있다고도 가정했다.

결국 북한과 한미 간에 협상이 이뤄지며 추가 핵무기 사용은 중단되지만, 앞선 핵무기 사용만으로도 수개월 간 1만1천명이 죽고,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1만6천~3만6천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지난 2월 19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한국 공군 F-35A와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면서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9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한국 공군 F-35A와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면서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②미국의 북한 선제 핵 공격

미국이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을 두고 미국 본토를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좀 더 정확히는 미국 정치권이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 시설에 대해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때 북한도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 등에 대해 역시 핵으로 반격하고, 미군의 북한 점령을 우려한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때 미국, 북한, 중국 등이 18발의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 경우 수개월 간 210만명이 사망하고,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48만~92만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③테러 단체의 일본 도심 소형 핵폭탄 사용

1, 2번 케이스에 비해 생소한, 영화·애니메이션 등에서 봤을 법한 가정이다. 테러 단체가 주목을 끌기 위해 밀반입한 소형 핵폭탄을 일본 주요 도시에서 터뜨린다는 것이다.

이때 수개월 간 22만명이 사망하고,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41만~56만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1, 2번 케이스와 비교해 가장 약한 핵무기를, 단 1발만 쓰지만,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서 핵이 터지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는 대러 독자제재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책임 있는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는 대러 독자제재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책임 있는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④러시아의 주일 미군기지 핵 공격

러시아가 주일 미군기지에 대해 핵 공격을 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러시아의 서쪽 우크라이나 침공 사례가 나온 만큼, 동쪽에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접한 일본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 케이스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요청으로 미국이 일본 해상에 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를 실은 함선을 배치하는 등의 경우, 러시아가 히로시마 원폭의 10배가 넘는 150~200킬로톤의 핵무기 등 총 5발을 주일 미군기지나 함선 등을 향해 쏠 수 있다고 봤다.

이때 미국은 소형 핵무기 3발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등 동쪽 군사시설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만 이후 '세계대전급'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외교 협상 수순으로 가며 핵무기 추가 사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양측 핵 공방에 의해 수개월 간 29만명이 사망하고,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4천~8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⑤미국의 대만 지원에 따른 중국의 핵무기 사용

앞서 러시아를 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사례가 참고됐듯이, 이 케이스에서는 요즘 중국이 대만 위협 수위를 부쩍 높인 상황을 참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지도부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질 경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이 대만을 우선은 재래식 전력으로 공격할 수 있는데, 이때 대만이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반격할 경우, 중국이 "통상 무기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주일·주한 미군기지 및 함선에 대해 250킬로톤 규모 핵무기 5발을 쓴다는 가정이다.

이때 미국은 소형 핵무기 10발로 반격하는 등 미중 양국이 총 24발의 핵무기를 쓸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때 수개월 간 260만명이 사망하고,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9만6천~83만명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이 밖에도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는 안보 분야 연구 단체인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등과 함께 2025~2030년 핵무기 사용시 예상을 담은 25개 케이스를 연구해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의 스즈키 타츠지로 교수는 "적대국 간 오해나 소통 부족으로 인한 핵무기 사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단 1발이라도 사용되면 엄청난 피해가 나온다"면서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핵 보유국의 지도자들은 핵무기 사용의 리스크를 직시하고, 핵억지에 의존하는 안보 방식을 재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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