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제법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음 놓을 시기가 아니다. 경기가 바닥인 데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하루아침에 만회하기 힘든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라임펀드 사태 여파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최대 펀드평가 전문가그룹으로 꼽히는 한국펀드평가(Korea Fund Ratings·KFR) 신동승 대표이사는 증권시장의 파수꾼이자 등대다. 나아가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 펀드의 성과평가와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워치독'으로서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리스크 최소화를 강조하며 펀드 분산 투자를 권했다. 금융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선 "정보 공개 확대를 위해 입법화가 필요하다"며 "국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을 향해선 "업종을 구체적으로 정해 미리 준비해야 취업 후에도 쉽게 적응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
▶은행업 10년 이후 약 24년 동안 자산평가 및 펀드평가 업무를 하고 있다. 2003년 한국자산평가의 펀드평가 사업본부에서 2008년 분사했다. 국민연금은 물론 주택도시기금, 고용‧산재보험기금, 공무원연금 등 대형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을 평가한다. 위탁 평가 규모만 400조원에 달한다. 연기금으로부터 인정받는 집합투자기구 평가 전문회사라고 자부한다.
-강점이 있다면.
▶연기금 평가 1위 업체다. 국내 연기금 60% 이상을 평가한다. 기금의 자산운용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우수한 전문 인력들이 차별된 콘텐츠와 합리적인 평가방법을 바탕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늘었는데 역할을 할 수 없었나.
▶사모전문 자산운용사의 펀드정보는 펀드평가사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사모전문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저희가 받아볼 수 있다면 성과평가나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텐데 정보 공개가 의무화 되어 있지 않아서다. 정보 공개를 넓히도록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주식시장이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고금리에 미국발(發) 은행 리스크, 중국의 경제지표 변수 등으로 힘든 시기라고 여겨진다. 지난 3월만 해도 주변의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에는 나아지지 않을까 전망했는데 앞으로 금융시장이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이런 때는 반짝 수익률 보다 긴 호흡에 무게를 둬야 한다. 제 경험치로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에 직접 투자해서는 승산이 없다. 펀드나 ETF(지수연동형펀드)와 같이 분산투자가 되어 있고, 전문가가 관리하는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첫 직장 생활은 은행에서 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거쳐 현재 한국자산평가라는 이름의 채권평가회사 설립멤버로 참여했다. 그곳에서 채권평가 업무를 하다가 2003년도에 펀드평가라이선스를 받아서 펀드평가본부를 만들었고, 이후 분사하며 한국펀드평가를 이끌게 됐다.
-경영 철학은?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재 중시,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특히 펀드평가사가 그래야 한다. 펀드평가사 종사자들은 공정성과 객관성, 정확성, 적시성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질이 있는 직원을 뽑지만, 교육 지원으로 인재를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최고의 자산은 젊은 마인드와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의 젊은 인재다.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 신 대표는 직원 교육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 약 100명 중 석·박사 비율이 70%를 넘는다.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이 비율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입사 뒤 회사 지원으로 4호 석사, 5호 박사가 탄생했다. 직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팀장급 이상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3개월 단위로 3년 국고채 금리, 환율, 주가 예측 경연대회를 열어 상금을 주고 있다.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상시적으로 리서치센터와 함께 시장 이슈분야에 따른 자료를 생산해내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무원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00여개 이상 기관에 위탁펀드평가와 펀드컨설팅, 성과평가 및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자들로서는 우리나라가 발행한 공모펀드 1만6천168개(국내 7천439개·해외 8천729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올해 단기 계획과 장기 구상을 들려 달라.
▶시장 자체가 어렵다. 다들 어렵다. 단기 목표는 ETF관련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시장과 각종 기금운용, 기업 여유자금의 위탁 운용에서 펀드 성과평가와 리스크 관리 업무 등 펀드평가사의 고유 역할을 넓혀가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하니 일상이 특별할 것 같은데.
▶무조건 아침 6시면 일어난다. 경제 TV를 틀어 놓고 출근을 준비하다 보면 밤새 글로벌 시장 움직임이 머리에 들어온다. 경제 채널을 통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는 셈이다. 또 경제지를 중심으로 신문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혹 일이 생겨 놓칠 것에 대비해 신문을 꼭 모아 놓도록 한다.
-고향 모임은 어떻게 하고 있나. 또 대구경북에는 자주 가나?
▶고향이 경북 의성인데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다 폐교가 됐다. 친구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보니 주로 대구에서 모임을 한다. 서울에서도 만난다. 애경사도 있으니 해마다 10번쯤 가는 것 같다.
-금융 분야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졸업 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고서는 금융업종으로 오기 쉽지 않다. 은행이든, 증권 쪽이든 세부적인 방향을 먼저 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대학의 경제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금융업종에 진출한 선배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금융 분야 자격증을 따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입사에 있어 필수는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금융업 전반을 공부해야 하니 입사 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신동승 대표는 누구
한국펀드평가는 수평적 구조와 자율성, 존중하는 문화를 중시하는 회사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복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신동승 대표의 신념이다. 회사 임직원은 펀드평가, 자산평가, 애널리스트 경력 등 금융 관련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펀드평가업계는 인력 이동이 많은 편인 데 한국펀드평가는 10%대에 그친다. 이를 기반으로 연기금 등 위탁펀드 서비스와 성과평가 및 리스크 관리 서비스 부문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업무 매뉴얼을 체계화한 부분은 다른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다. 또 코로나 펜데믹이 진정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임신이나 아이 키우는 일로 재택 근무하는 직원이 적지 않을 만큼 유연하고 배려하는 직장 문화를 자랑한다. 여직원의 보건 휴가를 유급으로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신 대표는 늘 간부 직원들에게 감정을 실어 다른 직원을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원이 즐겁고 재미 있어야 회사 성과도 좋아진다"며 유쾌한 조직문화를 역설했다.
의성 출신으로 대구 영신고, 경북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고 영어영문학을 부전공했다. 애초 꿈은 교수였는데 운명처럼 금융에 발을 디뎌 30년 넘게 달려왔다. 펀드평가 후발업체로서 진입 장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금 쪽으로 방향을 잡는 승부수를 던져 업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신한은행 외환업무부, 하나은행 PB팀장, 한국자산평가 평가2본부 본부장(전무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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