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우리 기술로] 김석 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 "지역이 먹고사는 낙수효과 생각해야"

아파트로 버텨온 업계에 빛…후적지 개발에 수요 많을 것
원외 건설사는 역외 하도급…발주 금액 밖으로 빠져나가

김석 –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광역시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김석 –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광역시회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은 지역 건설인의 희망입니다."

이슬비가 내린 25일 오전. 김석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장은 날씨만큼이나 궂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전국 전문건설업계 매출액 103조원 중 대구 1천600여 업체 매출이 4조2천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구 전문건설업계 매출액이 전남보다도 적다고 했다. 30년 전 대구 건설계 황금기에 비해 많이 위축된 '오늘'의 이야기였으나, 그의 목소리 뒤에선 기대감도 포착됐다. 신공항 건설이라는 '내일'의 희망 때문이다.

▶신공항 사업을 지역 업체가 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렇게 큰 공사가 없었다. 신공항 건설,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 두 사업에 따른 도로 공사 등 어림잡아 100조원대 공사가 예정돼 있다. 그야말로 빛이다.

건설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문건설업은 하도급 위주다. 주택 경기도 안 좋은데 관급공사 발주도 거의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아파트 공사로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전문건설업 18개 분야 중 4~5개 업종만 참여할 정도로 제한적인 시장이다. 이번만큼은 대구시에서도 철저하게 지역 업체 하도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관심을 보내줬으면 한다.

▶신공항 사업에서 소외가 우려될 전문건설업종이 있나?
-신공항 건설 본공사 쪽은 아무래도 토목 위주로 공사가 이뤄질 텐데 건축 관련 업종 참여율이 낮을 것 같다. 후적지 개발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라 토목보다는 건축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 전 업종에 고루 일거리가 나올 것 같다.

문제는 공사 주체가 누가 되느냐이다. 전국으로 풀어주면 규모로 밀어붙이는 서울의 대형 업체에 밀려 지역 업체가 참여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견적은 그들이 앞설 수 있다. 그런데 건설은 기술자가 하는 것이지 대표이사가 하는 게 아니다. 대구 업체라고 기술력이 없고,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니다.

▶지역 업체 비율을 높이자는 말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분도 있을 텐데
-지역 경제에 미칠 낙수 효과를 생각해보자. 종합건설회사가 원도급으로 공사를 수주한다. 그러면 그 공사의 90% 이상을 하도급에 준다. 그 공사가 대구에서 하는 공사이고, 전체의 70%만 대구에 하도급을 줘도 발주한 금액에서 70%는 대구에서 장비, 인력 등의 비용으로 순환한다. 지역이 먹고사는 것이다.

역외 종합건설사는 대구에서 공사해도 자기네와 호흡을 맞추던 역외 하도급을 데리고 온다. 서울 업체가 대구에서 아파트를 그렇게 많이 짓는데 대구시민이 땀 흘려 번 돈으로 청약 넣고, 대금 치르고 나면 그 돈이 서울로 가지 대구에 남지 않는다. 지역 전문건설업계가 살아야 대구가 산다.

▶신공항 공사가 발주될 무렵이면 대형 건설사가 수주를 위해 지역에 '상생' 명목으로 온갖 공약을 남발할 텐데
-최근 매일신문이 코오롱글로벌㈜의 상화로 입체화 사업 관련 약속 번복을 막아준 데 큰 고마움을 느낀다. 신공항 공사를 앞두고도 지역 하도급 비율을 높이겠다는 서울 대형 업체의 감언이 있을 텐데 협약식을 하고 기록으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코오롱 역시 남긴 기록이 있어 매일신문 지적을 모르쇠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협회 회장으로서 바라는 것은 원도급인 종합건설사가 최저가 입찰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저가를 주면서 최상의 품질을 달라는데 세상에 그런 상품은 없다. 적정가에 공사가 이루어져야 하도급이 숨을 쉰다. 1년짜리 공사를 예로 들자. 처음 계약할 때 인건비, 자재비, 장비 계약은 최저가에 맞춰둔다. 6개월 지나면 이러한 비용이 인상되어도 공사비를 더 주지 않는다. 그러면 하도급은 밥도 못 먹는다.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그러니까 성실시공을 할 수 있는 적정선에서 공사를 맡겨줬으면 한다. 전문건설업계도 책임시공으로 보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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