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려보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25개 코스 1962km, 6개월간 페달 밟으며 경북 만끽

경북 명품 자전거길 25선,길은 끝났지만, 길은 계속 이어진다
예천·안동 회룡포 나루길 출발 구미 신라 불교 순례길 피날레
전국서 모인 평균 62세 20여명…삶 원동력 되는 값진 경험 얻어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문경 고모산성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문경 고모산성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마침표는 새로운 문장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하나의 산을 넘어 새로운 산을 향해가는 긴 호흡의 자락이다. 경상북도 명품 자전거길 25선 1,962Km! 25개의 코스. 약 6개월에 걸쳐 쉼없이 흘린 땀방울은 온 몸 깊숙이 한올 한올 기억되어 의기소침 할때마다 새 희망의 정수박이가 되어질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역사는 토인비가 설파한 대로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삶 역시 그러하다. 하루의 해가 뜨면 맞닥뜨리는 도전에 맞서 능수능란하게 응전해가는 스토리의 엮음이다. 1,962Km 달리는 길내내 흘린 땀방울과 거친 호흡의 숨결은 응전의 순간 순간마다 새 희망의 원동력이 되어질것을 굳게 믿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평균 62세의 경상북도 자전거길 25선 원정대 20여 명! "황금세대"의 서곡을 알린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자전거를 둘러메고 물이 불어난 회룡포 내성천 건너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자전거를 둘러메고 물이 불어난 회룡포 내성천 건너고 있다.

◆6개월에 걸친 도전과 응전

그들의 흔적이 남겨져있는 경상북도 명품 자전거 길, 총 25곳의 담대한 도전을 곱씹어 본다. 제1길은 예천 안동 "회룡포 나루길 75Km"이다. 예향의 고장이고 유학(儒學)의 1번지인 안동에서 시작한다. 유네스코 한국의 서원 유산인 병산서원을 기점으로 낙동강 물길을 따라 애절한 곡조가 조화로운 회룡포를 돌아서 삼수정 생태숲을 넘나들고 부용대 절벽위에서 유서깊은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본다.

회룡포를 가로지르는 뿅뿅다리가 태풍에 떠내려가 자전거를 걸쳐매고 내성천을 건너던 기억이 새롭다. 제2길은 안동의 심장부로 떠나는 "안동 역사길 80Km". 누구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만휴정 외나무다리에 걸터앉은 인생샷으로 길은 시작된다. 유서깊은 임청각, 월영교, 동막골을 거쳐 예술의 끼가 흐르는 예끼마을, 군자마을, 이육사 문학관을 지나 도산서원을 넘어 청량산 자락의 퇴계선생 예던길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영양땅은 깊고 멀다. 어디서 가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제3길 문학의길 80Km는 오일도, 조지훈을 돌아 검마산 죽파리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비가 내리고 자욱한 농무속에 마주한 자작나무 숲의 오묘한 기억은 참으로 오래 남을듯 하다. 영양의 계곡은 길고 맑다. 제4길 끝장 계곡길은 수하계곡, 왕피천계곡을 돌아 울진 불영계곡으로 이어진다.

제5길 세평하늘 금강송길은 참 보배롭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하늘길 75Km를 타다 끌다 들쳐 매기도 하고 통고산을 지나 금강송 숲 보석을 음미 하는 길이다. 문경은 또 어떠하리. 제6길 하늘자락길 70Km. 해발 900m의 소백산 하늘 자락공원을 시작으로 경천호, 진남교반을 지나 가은역의 앙증맞음을 맛보고 1년에 한번 개문(開門) 한다는 봉암사에 다다르는 길이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문경 활공랜드를 달려보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문경 활공랜드를 달려보고 있다.

◆경북의 실핏줄을 이은 지나한 길

제7길 문경과거길은 이화령, 불정역, 온천을 거쳐 해발 956m 단산 별빛전망대까지 오르는 호쾌한 길이다. 영주 선비길에 들어선다. 제8길이다. 폐역이 된 희방사역을 출발하여 죽계구곡을 거쳐 소수서원에서 유네스코 문화를 접하고 무시한 마구령 업힐의 쓰릴을 맛본후 무섬마을에서 종점을 찍는다.

상주로 넘어간다. 제9길 상주삼백길은 장각폭포를 시작하여 남장사 숲길을 통과하여 경천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학전망대에 이르는 70Km의 길이다. 의성은 최치원 선생을 따라가는 제10길이다. 선생의 호를 딴 고운사, 사촌마을, 산운마을을 지나서 금성산 고분군의 웅장함을 맛본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점프를 하며 인생샷을 남기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점프를 하며 인생샷을 남기고 있다.

경주는 경주다. 제11길은 삼릉숲을 출발하여 감포 문무대왕을 찾아가는 길이다. 보문호, 덕동호를 한바퀴 돌아 추령재를 넘어 골굴사의 공연을 잠시 즐긴후 문무대왕의 호기를 만나러간다. 제12길은 신라 천년 고도의 진면목을 만나는 유네스코길이다. 월성지구 유적지와 형산강을 따라 양동마을을 거쳐 유네스코 한국의 서원9곳 중 하나인 옥산서원까지 가는 길이다.

제13길은 깊은 계곡 청송에서 동해안 강구항까지 가는길이다. 청송은 계곡 투성이다. 백석탄계곡, 신성계곡, 하옥 상옥계곡, 옥계계곡 그리곤 산성계곡을 거쳐 강구 동해땅으로 흐른다. 제14길은 포항 하늘길이다. 포항을 읊조리려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지만 이색적인 하늘길에 초점을 맞춘다. 곤륜산, 사방기념공원을 돌아 청하시장 그리고 경상북도 수목원에 가는 길이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울릉해안도로를 달리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울릉해안도로를 달리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과 바다 계곡 그리고 삶의 흔적

제16길은 본격적인 동해 바닷길이다. 7번 국도를 따라 해파랑길 옆으로 난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감포항, 호미곶, 이가리닻 전망대를 지나 축산항, 후포항, 울진 은어다리까지 이르는 210Km의 장대한 길이다.

제16길은 두말이 필요없는 울릉도 길이다. 43Km의 일주도로는 물론이고 울릉도 곳곳에 숨겨진 임도 비경길을 맛보는 탄성의 길이다. 제17길은 김천 녹색길이다. 부항댐을 거쳐 수도산 녹색숲 모티길에서 심장이 멎는다. 제18길은 고령 대가야 길이다.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은 2023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가 기대되는 1,400년전 유서 깊은 길이다. 힘겹게 주산(主山)에 오르면 고령을 한 가슴에 안는다.

제19길은 포도의 고장, 포은 정몽주를 만나고 별보러 가는 영천길이다. 임고서원을 시작하여 영천댐을 한바퀴 돌고 보현산 천문대 시루봉까지 오르는 인내의 길이다. 제20길은 한국의 산티아고 길, 한티성지 가는길이다. 100년을 훌쩍 넘은 가실성당을 기점으로 43Km에 이르는 순례길을 자전거로 도전한다. 길은 짧은듯 하되 말 그대로 순례길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되새김질하며 달린다.

제21길은 반시로 유명한 청도 구름길이다. 특이한 낙대폭포를 힘겹게 오른후 와인터널 청도레일바이크를 거쳐 운문호를 휘이 돌고 운문사를 둘러보고 사리암까지 이르는 길이다. 또 다른 유적 역사 라이딩을 만난다. 제22길 군위 삼국유사길 85Km. 한티재를 시작으로 제2석굴암,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화산마을, 삼국사기가 쓰여진 인각사를 돌아 군위댐 화본역 위천 강변을 내지르는 길이다.

제23길 성주 성밖 계곡길이다. 한개마을을 출발하여 천연기념물인 성밖숲 왕버들숲 그리곤 성주호를 넘어 인현왕후의 사연이 녹아든 청암사까지 가는길이다. 제24길은 원효, 설총, 일연의 전설이 어우러진 경산 삼성현길이다. 반곡지에서 인생샷을 찍고 삼성산에서 세 성현의 기운을 담는다.

대망의 피날레 제25길은 신라 불교의 역사가 도도히 흐르는 구미 신라 불교 순례길이다. 신라에 불교를 소개한 아도화상의 정신을 따라가는 길이다. 문수사 도리사는 또 다른 재발견이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에 올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북 명품자전거 탐사대원들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에 올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길은 끝났지만, 길은 계속 이어진다

길은 발자국의 흔적이다. 발길이 닿지않는 길은 금새 잡목으로 난잡해진다. 사람의 발길과 호흡이 스쳐간 길은 따스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호흡의 온기와 흔적은 오히려 길을 풍성하게 한다. 경상북도 1,962Km 곳곳을 누빈 기나긴 도전의 길, 흔적을 남겼고 온기를 남겼다. 이 길을 누군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끊임없이 달려 흔적이 진해지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길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역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길이 끝나는 곳, 그 끝점은 새로운 시작점이다. 우리의 잰걸음도 쉬지 않는다. "우리는 만날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A bientot! 경북 명품 자전거길 25선! 〈끝〉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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