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4년 만의 화이트리스트 복원…TK 반도체 업계 영향은

반도체 제조 필요한 소부장 공급망 안정적 확보
“지역 반도체 소부장 기업 국산화 계속될 것” 전망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재지정 절차에 들어간 일본 경제산업성. 연합뉴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재지정 절차에 들어간 일본 경제산업성.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약 4년 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완전 복원하기로 하면서 대구경북 반도체 업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도체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예상되는 한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작업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 27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추가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일부 개정 정령'을 결정했다. 지난 3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3개 품목을 철회한 뒤 이번 조치로 2019년부터 지속된 수출 규제는 모두 끝나게 됐다. 개정 정령은 오는 30일 공포돼 내달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이트리스트 재지정에 따라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일본 소부장 업체로부터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구경북은 대(對)일 수출입 품목에서 반도체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란 평가도 있지만, 경북 구미의 반도체 업계나 대구의 반도체 소부장 업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구미를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구하는 데 차질을 빚었다. 중국이나 유럽 등으로 공급망을 급히 다변화했지만, 원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물량이 적어 생산성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화이트리스트 복원은 '가뭄의 단비' 격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지역에서 반도체 제조는 주로 경북 구미에서 이뤄지는데,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그간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로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그간 다변화했던 공급망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경제계 일각에서는 화이트리스트 복원으로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흐름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그간 지역기업들의 국산화 노력으로 반도체 소부장 제품의 질이 크게 높아졌고, 이제는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 제품에 밀리지 않아 건전한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에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주요 품목인 블랭크 마스크를 공급하는 대구업체 에스앤에스텍은 화이트리스트 복원 국면에서도 주가가 크게 뛰며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파에도 에스앤에스텍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0% 가까이 늘었다. 블랭크 마스크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포토마스크 원재료다. 국내 업체 중 블랭크 마스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에스앤에스텍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지역업체들이 수출규제 국면을 지나면서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이번 화이트리스트 복원에도 복수로 공급망을 가져가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국산화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또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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