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CGI운용, 현대엘리베이터에 서한…현정은, 이사 사임 요구

KCGI자산운용이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이사 적격성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화성산업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리츠자산운용(지금의 KCGI자산운용)을 인수하고서 처음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로서의 색깔을 드러냈다.

23일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에 보낸 주주 서한과 '현대엘리베이터를 위한 제안' 자료를 통해 현 회장의 사내이사 적격성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KCGI 측은 서한에서 국내 승강기 1위 사업자인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이자 그룹회장, 이사회 의장인 현 회장의 과다한 연봉 수령, 이해관계 상충, 과도한 겸직,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대한 낮은 참석률, 주주 권익침해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KCGI자산운용에 따르면 현 회장은 현대무벡스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현대아산 사내이사 등 계열사 여러 곳에서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열사로부터 12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에서 일부 패소해 지연이자를 포함해 배상금 2천800억원을 회사에 물어주기도 했다. 2006~2014년 사이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이 문제였다. 쉰들러홀딩스는 현재 현 회장을 상대로 별건의 주주 대표소송을 진행 중이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소송도 제기했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본인의 귀책사유가 있어 배상금을 물어준 곳에서 경영진으로 자리를 지키는 상태는 심각한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변경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 설치 ▷독립적 감사 선임 등을 제시했다.

명 팀장은 "이번 주주 서한은 KCGI자산운용의 첫 수탁자 책임 활동 사례"라며 "서한에는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대립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회사,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에게 이로운 제안을 담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KCGI자산운용 측은 의미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수탁자로서 책임 이행을 위한 추가적 활동 전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5만2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지분율 5.74%)을 포함한 현대네트워크 등 특수관계인 19인이 지분율 27.77%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쉰들러홀딩스 지분율은 14.30%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2% 가량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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